'핸즈온(Hands-on) 교육', '졸업역량(Day 1 skill)'... 모두 최근 수의학 교육에서 떠오르는 키워드들이다. 이는 수의학을 직접 동물에게 적용하고 실기를 수행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흐름으로 귀결된다.
같은 흐름에서, 국내의 의과대학이나 치의과대학 또는 외국의 선도적인 수의과대학에서는 자체적인 교육병원(teaching hospital)을 운영하며 학부생들이 직접 환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문진, 간단한 검사 및 처치, 치료방향설정 등을 하고 수련의 또는 교수가 이를 피드백하며 교육을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인턴, 레지던트 등 상위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학부를 졸업하고 면허를 취득했다면 GP(General practitioner) 수준의 진료는 무리 없이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수의학 교육을 어떨까? 아니, 그전에 애초에 교육 목적이더라도 수의대생이 동물 진료행위를 하는 것이 합법이긴 한 것일까?
수의미래연구소(이하 수미연)는 이와 관련하여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식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참여한 이들 중 40% 가량이 수의대생의 실습 또는 봉사 중 지도교수의 지도ㆍ감독을 받아 하는 동물진료행위를 불법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엇갈리는 여론과 달리, 실습 또는 봉사 중 수의대생의 진료행위는 지도교수의 지시ㆍ감독이 있다면 수의사법과 그 하위법령에 따라 명확히 합법이다.
제10조(무면허 진료행위의 금지)에 따르면, 수의사가 아니면 동물을 진료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다만, 수의사법 제10조는 단서 조항을 통해 수의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진료행위를 할 수 있는 예외를 두고 있는데, 이는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에 명시되어 있다.
수의사법 시행령 제12조 제1호는 "수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수의학과가 설치된 대학의 수의학과를 포함)에서 수의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수의사의 자격을 가진 지도교수의 지시ㆍ감독을 받아 전공 분야와 관련된 실습을 하기 위하여 하는 진료행위"를, 같은 조 제2호는 "제1호에 따른 학생이 수의사의 자격 지도교수의 지도ㆍ감독을 받아 양축 농가에 대한 봉사활동을 위하여 하는 진료행위"를 각각 수의사가 아니어도 동물을 진료할 수 있는 예외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조항에 명시된 '지도교수'라는 표현이 다소 모호하다. 현재 대학에서는 전임과 비전임교원을 나누고 전임교원 안에서도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을 나누는 등 임용 조건 등에 따라 다양한 명칭이나 직함으로 교수를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수미연에서는 국민신문고를 통해 수의사법을 관장하는 중앙행정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에 '지도교수'의 범위에 대한 법령해석을 요청하였다.
농식품부는 답변으로 "수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에서 임용이든 위촉이든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수의학 전공 학생에게 실습 관련 지시감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자라면 '지도교수'에 포함된다고 본다"라며, "전임교원과 비전임교원 또는 정년트랙과 비정년트랙에 있는 자를 나누어 판단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인식조사 결과와 달리 수의대생의 교육목적의 진료행위에 대한 법적 제약은 크지 않다. 그 말은, 수의과대학의 여건만 잘 갖추어진다면 학생들에게 충분히 졸업역량(Day 1 skill)을 함양할 수 있는 핸즈온(Hands-on) 교육이 가능하다는 소리와 같다.
한편 국내 10개 수의과대학은 모두 '임상로테이션'이라는 과목을 교육과정에 포함하고 있지만, 실제로 학생들은 진료과정에서 '참관' 이상의 참여가 어려운 구조이다.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는 간단한 보호자 문진이나 처치의 기회조차 부여되지 않는다.
수미연은 이에 대하여 "역량중심교육에 대한 수의계 내ㆍ외부적인 요구는 점점 커질 것"이라며, "수의사 국가시험 공개, 실습시험 도입, 전문의 제도에 대한 요구부터 서울대의 AVMA 인증과 국내 수의학교육인증과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연계하여 법제화하는 시도 등은 모두 같은 흐름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