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케빈
인간과 가장 친밀한 동물을 꼽으라면 단연 ‘개’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638만 반려인 가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521만 가구에서 602만 마리의 반려견을 기르고 있다. 182만 가구에서 기르고 있는 258만 마리의 반려묘와 비교하면 2배가 훌쩍 넘는 수치다. 1만 5,000년 동안 인간과 함께 살아온 개는 왜 다른 동물보다 더 오래, 더 가까이 인간 곁에 있는 것일까.
왜 하필 개가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을까
개 과학 공동연구소의 연구원인 클라이브 D. L. 윈(Clive D. L. Wynne)은 미국 최초의 개 과학 연구소인 ‘플로리다대학교 개 인지 행동 연구소’의 창립 멤버이다. 권위있는 동물행동 과학자로서 많은 논문과 학술 서적을 발표했는데, 그의 연구 결과들은 개 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다.
클라이브 윈은 주로 비둘기와 쥐, 캥거루의 동물행동을 연구했다. 이 동물들에게도 유대감을 느낀 적이 있지만, 왜 유독 개와 다른 어떤 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서적 교감을 나누게 되는지 궁금했다. 주인이 오면 좋아 애교 부리는 개의 반응을 보며, 밥 줄 사람을 기다리는 것 이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는 역사와 유전, 행동과학 등 다양한 접근을 통해 인간과 개가 친밀한 이유를 파고들었다.
개는 늑대의 먼 친척이다. 과학자들은 개를 늑대의 아종(亞種)으로 본다. 그런데 개는 인간에 흥미를 보이면서 친해지고 상호작용하지만, 늑대는 인간에게 공격적이다. 늑대가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떨어져 인간 손에서 전적으로 키워지더라도 개 만큼의 감정적인 친밀감은 보여주지 않는다.
윈의 연구팀이 실험한 결과, 늑대도 친밀감을 잘 형성하면 어느 수준까지는 길들일 수 있었다. 개와 늑대는 인지능력이나 지능에서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늑대는 개처럼 인간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윈의 연구팀은 늑대와 개의 유전자 비교연구에서 마침내 유의미한 지점을 발견한다. 개만 가진 일부 유전자가, 지나친 사교성 증상을 보이는 인간의 ‘윌리엄스 증후군’ 유전자와 연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개의 특별한 애정에 대한 과학적 탐구, 『개는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는가』
『개는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는가(Dog Is Love: Why and How Your Dog Loves You)』 (클라이브 D. L. 윈, 현암사, 2020)는 개의 사랑에 과학적으로 접근한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윈은 미국의 환경보호구역에서 늑대를 상대로 실험하고, 러시아의 유전학 연구소에서 길들여진 여우를 연구하고, 니카라과의 원주민과 개를 동반하는 사냥에 따라나서는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어쩌다 개가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는지 답을 찾아간다.
윈이 다양한 연구를 거쳐 도달한 결론은, 다소 당연해 보일 수도 있지만 바로 ‘사랑’에 있다. 늑대와 같은 다른 동물들이 인간에 대해 형성하는 친밀감이 개가 인간을 상대로 품고 있는 사랑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윈은 이 같은 개의 사랑이 형성된 근원을 인류의 사냥에서 찾는다. 빙하기 이후 사냥에 나선 인류에게 늑대와 비교해 위협적이지 않은 개는 사냥의 동반자로 매력적이었고, 인간과 함께하는 사냥의 경험은 개를 오늘날의 애정 많은 동물로 만든 유전적 돌연변이를 불러왔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후 여러 세대를 거치는 동안 유전적 변화를 거듭하며 오늘날의 사랑 많은 개의 특성이 형성되었다는 것이 책의 결론이다.
현재 애리조나 템피에서 사랑하는 개 제포스와 함께 살고 있는 윈은 인간과 개라는 다른 두 종 사이의 미래를 모색하는 데에 비판적이면서도 한편으로 긍정적이다. 그는 권위 있는 과학자로서 단호하게 말한다. 개는 분명히 사랑하고 있으며 마땅히 사랑 받아야 한다고. 이는 과학으로 입증된 사실이며 우리 인간은 개를 위해 더 잘할 수 있다고.
책은 개가 보내는 애정의 근원을 탐색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개와 인간이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올바른 방식도 제시한다. 우리 집 ‘애교 덩어리’와 더욱 깊은 애정을 나누고 싶다면 이 책인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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