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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위성곤 국회의원과 카라 등 동물권단체가 '루시법'을 발의했다. 이 글에서는 동물권단체들이 발표한, '루시법' 발의의 배경이 담긴, 성명문을 소개한다. - 편집자 주 -

 

위성곤 국회의원과 동물권단체들이 '루시법'을 발의했다

 

2022년 11월 17일 우리는 연천의 어느 허가 번식장에서 죽어가고 있던 개 '루시'를 만났다.

2.5kg의 작은 체구에 더 많은 새끼를 낳게 하고자 반복적인 출산을 거듭해야 했던 루시는 질탈에 자궁까지 빠진 상태로 뜬장 위에서 몸을 웅크린 채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루시는 간신히 고개를 들었고 활동가와 눈맞춤을 마지막으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제대로 된 치료 한번 없었다.

 

해당 번식장은 영업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 매우 충격적일 정도로 열악했다.

사육장 크기는 비좁았고 사육장 바닥은 발이 숭숭 빠지는 뜬 장이었으며 땅은 온통 분뇨로 뒤덮인 채 쥐 사체와 주사기들이 굴러다녔다. 무엇보다 개들의 상태가 엉망이었다. 허가받은 동물생산업소의 믿기지 않는 실상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도록 우리는 여러 현장에서 수익을 위한 생산 도구로 전락하여 학대받고 있는 또 다른 루시들을 수없이 많이 만났다.

지자체의 영업자 점검은 유명무실했으며 동물보호법은 영업 현장의 착취와 학대로부터 동물을 전혀 지켜주지 못했다. 동일한 현장에서도 민간 동물보호단체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 지자체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하여 민간 동물보호단체들은 대한민국에 더 이상 루시와 같은 죽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직접 행동에 나서게 되었다.

우리는 '강아지 공장'과 '펫숍'에 대한 현장 적발은 물론, 이들을 이어주는 불법 동물생산의 온상, '반려동물 경매장'의 실태를 고발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펫숍과 품종 뒤에 숨겨진 동물학대의 참상을 알려왔다. 그리고 오늘(23일) 위성곤 국회의원과 대한민국 '루시법'을 발의한다.

 

한국의 루시법은 ▲경매업 퇴출 및 ▲펫숍의 아기동물(6개월령 미만) 판매 금지 ▲(개체관리에 근거한) 생산업소 사육두수 상한 도입 및 복지기준 강화 등을 주요 골자로 하며, 아기동물은 부모 동물이 있는 생산업소에서 직접 대면 판매만 가능하다.

 

영국에서도 처참한 몰골로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 루시를 계기로 공장식 번식의 문제가 사회에 알려져 2018년 루시법이 공포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영국의 펫숍에서는 6개월령 미만의 아기동물 판매가 금지되었으며, 전문 브리더에 의해 2개월령 이상의 동물만 어미와 함께 있는 상태에서 직접 대면에 의해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아기동물을 대량생산 하는 공장식 번식 행위가 사실상 금지되었다.

 

2022년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는 2,086개 생산업소와 3,944개 판매업소(펫숍3,926, 경매장18)가 영업 중이다.

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는 무허가 생산업소나 불법 동물생산 또한 상당한 지경인데다 불법 동물생산 신분세탁이 가능한 반려동물 경매장의 존재, 동물을 많이 판매하면 판매할수록 수익을 취하는 구조, 형식적 인력기준만 있을 뿐 마릿수 상한 없는 생산업소 등 영업 허가 여부를 떠나 '공장식 번식과 판매'가 기저에 깔려있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 또한 없는 것이다.

 

특히 지난 9월 모견의 배를 가위로 가르는 등 불법 행위로 현장 적발된 화성 번식장의 경우, 허가 생산업소였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1,426마리가 방치 상태에서 구조되었는데, 영업자는 새끼들을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브리딩 투자자들을 편법적으로 유치, 모견을 볼모로 30억원이 넘는 투자사기 행각까지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동물복지 준수가 불가능한 아무나 공장식 번식의 허용 속에 동물 착취로 돈을 벌고자 하는 1천 마리 이상 대형 생산업소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연간 13만 마리 반려동물이 버려지고 이중 절반은 입양되지 못하고 지자체 보호소에서 안락사 등으로 사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려동물 영업소에서는 강아지 공장-경매장-펫숍을 거쳐 연간 추정 20만 마리 이상의 동물 판매가 무한정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지난 3월 양평 한 주택에서 1,200여 마리 개 사체가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 이용가치가 떨어진 개들을 번식업자들이 팔아넘겨 집단 아사시키거나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우리 사회의 동물보호는 외면한 채 누구든지 동물의 생명을 착취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것을 허용, 잉여동물을 도리어 더욱 많이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으로서 소비로 학대를 촉진시킨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

 

 

루시법 통과를 촉구하는 동물권단체

 

대한민국 반려동물 공장식 번식과 판매 금지를 위해 발의되는 루시법은 이미 12만여 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 우리는 오늘 루시법 발의를 계기로 루시법이 대한민국 국회에서 통과되어 반려동물 영업의 구조적 동물학대가 철폐되는 그 순간까지 더 많은 시민들과 연대하여 동물복지가 근간이 되는 생명존중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다.

 

2023년 11월 23일

 

국회의원 위성곤,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유엄빠, KK9레스큐, 코리안독스,

위액트, 도로시지켜줄개, 유행사, CRK, 동물보호단체 행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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