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있으면 심심하고 단조롭지 않으냐고 하는 데 그 반대예요. 굉장히 역동적이고 항상 새로운 걸 볼 수 있거든요."
역사와 문화의 고장 충청남도 부여군. 주변이 야트막한 동산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흙집, 옛 멋이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이 집에는 구자운(59), 오경희(56) 부부가 산다.
자운 씨 부부가 부여에 온 건 9년 전. 우연히 지인이 지은 흙집에 방문했다가 한눈에 반했다. 이곳에서라면 평생 꿈꾸던 '동물과 함께 자유롭게 사는 삶'을 실천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번듯한 직장도 그만두고 연고도 없는 부여에 정착하게 됐다.
넓은 마당이 딸린 집에서 동물들과 함께 사는 것을 꿈꾸었던 자운 씨 부부. 지금은 반려견 두 마리, 유산양 두 마리, 그리고 수많은 닭까지 말 그대로 동물 대가족을 이뤘다. 돌봐야 하는 수가 많다 보니 할 일이 더욱 많아졌지만 그래도 부부는 그 자체가 행복이라고 말한다.
부부가 부여로 와 새로 시작한 취미 생활은 바로 탱고. 역동적인 탱고가 마치 매일이 변화무쌍한 시골의 삶과 닮았다고 말한다. 때로는 역동적으로, 때로는 평화롭게, 동물들과 삶의 리듬을 맞춰가고 있는 부부. 이들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얘들이 저한테 특별히 뭘 해준다기보다는 그냥 있어 주는 게 행복이에요."
부부의 집에 있는 모든 동물이 부부에게는 단짝이지만, 그중에서도 늘 곁에서 졸졸졸 따라다니며 존재를 뽐내는 녀석들은 반려견 두 마리. 부부가 귀촌 전부터 키우던 13살 시추 '둘리'와 동네 지인에게서 데려온 혈통 있는 삽살개 10살 '초코'다.
부여에 정착한 뒤 숙박업을 하기 위해 흙집 한 채를 더 지었다는 부부. 흙집의 매력에 빠져 오는 손님들도 있지만, 이곳의 동물들이 보고 싶어 멀리서부터 오는 손님들도 많다.
숙박객들을 대접하기 위해 부부가 아침부터 분주한 때, 거실에서 다과를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을 접대하는 건 자운 씨 부부가 아닌 반려견 '둘리'. 총총걸음으로 이 테이블, 저 테이블에 들러 인사를 겸한 애교를 부리며 손님 관리에 힘쓴다.
그날 오후 부부의 집엔 또 다른 손님들이 방문했다. 바로 부부가 참여하고 있는 부여군 춤 동호회 회원들. 부부는 물론 반려견 둘리와 초코도 다 함께 둘러앉아 티타임을 즐긴다. 그런데, 음식으로도 유혹되지 않을 만큼 가족만 바라보는 충성심 강한 삽살개 초코가 갑자기 부부가 아닌 누군가에게 다가가 '애교'를 선보여 모두를 웃음 짓게 하는데...
용맹한 삽살개 초코를 무장해제 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동물들이 저희에게 주는 게 너무 많기 때문에 저희가 키운다기보다 '같이 산다'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부부가 병아리 때부터 애지중지 키운 닭들은 단순한 가축이 아닌 소중한 '반려 닭'들이다. 그런 자운 씨네 귀한 닭들이 모여 산다는 소문이 하늘까지 닿은 건지, 수시로 '매'가 나타나 호시탐탐 닭들을 노리고 있단다.
오늘도 역시나 바람을 가르며 나타난 매 한 쌍. 그 모습을 본 '초코'가 하늘을 향해 열심히 짖으며 공습경보를 울리기 시작한다. 초코의 신호를 알아챈 수탉이 서둘러 암탉과 병아리들에게 달려가는데...
과연 초코와 수탉의 협동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