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사의 섬 '신안', 유네스코 등재된 세계 최대 규모의 갯벌이 가진 가치는?
2021년 7월, 한국 서남해안 4개의 갯벌(신안, 순천ㆍ보성, 고창, 유부도)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오래전부터 우리의 삶과 함께했지만, 가까이 있기에 늘 무심히 지나쳤고, 계속된 간척 사업으로 줄어들기만 했던 우리의 갯벌.
이런 우리 갯벌이 미적, 지질적, 생물적 측면에서 인류가 지켜야 할 보편적 가치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를 계기로 KBS 환경스페셜2는 갯벌 3부작을 통해 우리 갯벌의 참모습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자연이 만들고 생물이 조각해서 인간이 채색한다.
천 개가 넘는 섬들이 있다고 해서 천사의 섬이라 불리는 신안. 하지만 신안의 진짜 모습은 갯벌에 있다. 바닷물이 빠지면 섬과 섬 사이에 드넓은 갯벌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크고 작은 갯골이 실핏줄처럼 이어져 장관을 이루는 이곳에 무려 2,150종의 생물들이 치열과 경쟁을 벌이며 삶의 무늬를 조각해낸다. 수천 년 전부터 어부의 어업이 이어져 왔지만, 이 역시 순전히 맨손 작업이어서 자연 파괴가 아닌 생태계의 일원일 뿐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사람들은 말한다.
갯벌은 "자연이 만들고 생물이 조각하고, 인간이 채색하는 신의 캔버스다"
20만 마리 달랑게들이 연출한 모래 조각
서해로부터 불어온 계절풍은 끊임없이 모래를 운반해 신안 우이도 해변에 쌓는다. 흡사 사막을 방불케 하는 혹독한 환경. 그러나 이 환경 속에서도 끈질기게 삶을 잇고 있는 생물이 있다. '달랑게'다.
워낙 경계심이 많고 빨라서 주민들조차 발견이 쉽지 않아 '유령게'라 불리는 달랑게. 제작진은 긴 기다림 끝에 20만 마리의 달랑게가 펼치는 집단 이동, 먹이 섭취 등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갯벌에 달랑게가 있으므로 이곳이 건강하다는 하나의 깃대종이고 증표가 됩니다.
어느 날 이들이 갑자기 사라졌다고 하면 무언가에 의해서 오염됐다고 얘기할 수 있어요."
고경남 / 신안군청 세계유산과 인터뷰 中
바닷물, 햇볕, 바람의 선물
신안갯벌이 있기에 가능했던 또 하나의 거대한 무늬가 있다. 염전이 그것이다. 70여 전부터 시작된 신안 염전은 우리나라 소금 생산의 약 88%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염전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소금 만드는 일은 결코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적당한 일조량과 바람, 무엇보다 영양이 많은 바닷물이 조화를 이뤄야 좋은 소금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금 결정 하나하나에 들어있는 숨은 자연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햇볕과 바람이 없으면 소금을 생산할 수 없어요. 하늘이 주신 선물이죠"
박형기 태평염전 소금장인 인터뷰 中
세계 바다제비의 70%는 신안이 고향이다.
신안은 명실공히 철새들의 낙원이다. 호주, 뉴질랜드, 동남아시아에서 시베리아로 이어지는 철새의 이동 경로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슴새, 칼새, 바다쇠오리 등 수많은 철새가 찾아오는 신안의 외딴섬 구굴도와 칠발도. 하지만 칠발도와 구굴도가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세계 바다제비의 70%가 이곳에서 산란한다는 것이다.
한번 바다에 나가면 몇 년 동안 돌아오지 않기에 세계적으로도 연구가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은 바다제비. 이 바다제비의 연구와 탐사를 위해 KBS 제작진은 오랫동안 바닷새를 연구해 온 김유나 박사와 칠발도를 찾았다.
세계 최대규모의 신안 갯벌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바라보는 시간. <신의 캔버스, 신안갯벌>은 오는 12월 3일 밤 10시 25분 KBS 1TV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