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4일 (토) 저녁 8:05 KBS 1TV
- 인생을 천천히 여행하는 청산도 달팽이 '황기윤' 씨와 그의 단짝 '조코' 이야기
"조코는 제 인생의 도반(道伴)이고 단짝이에요. 서로 바라보면서 조건도 없고, 그냥 좋은 거죠."
사시사철 푸른 들판과 바다를 자랑하는 전라남도 완도의 아름다운 섬, 청산도. 봄을 맞아 유채꽃과 청보리로 단장한 청산도의 작은 마을에 덥수룩한 수염의 마을 이장, 황기윤(60) 씨가 산다.
정해놓은 종착지 없이 흘러가는 대로 여행하며 살던 기윤 씨가 청산도에 정착한 건 7년 전. 여행 차 왔던 청산도에서 섬이 주는 고요함에 반해 이곳에 자리 잡기로 결심했다. 본래 외양간이었던 집은 기윤 씨만의 취향을 더하고 채워 7년째 계속 만들어가는 중.
삶은 그저 욕심내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흐르는 것이라는 기윤 씨, 바다에 떠내려온 폐목마저도 자신과의 '인연'이라는 기윤 씨의 청산도 살이는 한없이 여유롭기만 하다.
여유롭고 고요한 기윤 씨의 청산도 살이에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기윤 씨의 단짝 '조코'다.
3년 전, 세 번의 파양을 겪고 동네 주민의 집에 맡겨졌던 조코와 운명처럼 만난 기윤 씨. 청산도가 그랬던 것처럼, 첫 만남에 조코의 깊은 눈빛에 반해 가족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사람에게 버려지는 아픔을 겪은 조코에게 앞으로는 좋은 일만 생기라는 염원을 담아 '조코(좋고)'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그 따뜻한 마음을 알아서인지, 조코는 기윤 씨 곁에서 낮이고 밤이고 풍류를 즐기는 최고의 벗이 되었다.
"조코는 조코대로, 저는 저대로 자유롭죠. 조코랑 저랑 그냥 하염없이 걷는 거예요."
샛노란 유채꽃이 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추는 기분 좋은 날. 기윤 씨가 가방 하나 챙겨 메고 조코와 함께 집을 나선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기윤 씨와 조코 둘만의 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한적한 비밀 장소에서 조코와 오붓하게 봄나들이를 즐길 예정이다.
'한없이 고요해서 좋다'는 청산도에서 한없이 사랑하는 단짝과의 데이트!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둘만의 대화를 나누고 흥겨운 노래도 부르며 청산도의 봄을 만끽한다.
나들이를 마친 둘. 마을 이장으로서 할 일이 산더미인 기윤 씨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러 출동한다. 바쁘게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기윤 씨. 평소처럼 꼬리 흔들며 맞아주는 조코의 상태를 보고 놀라고 마는데...
"조코야, 우리 지금처럼 변하지 말고 살자. 약속~!"
평소보다 부지런히 움직이며 분주하게 집 안을 정리하는 기윤 씨. 공구와 목재들을 잔뜩 꺼내서 손수 무언가를 만들기까지 한다.
오늘은 기윤 씨가 '그리워하던 이'가 집에 오기로 한 날! 그 주인공을 위해 선물까지 준비하는 것인데... 기윤 씨는 물론 조코까지 기다리던 이의 소식에 한껏 들뜬 분위기다.
기윤 씨와 조코가 기다리다 지쳐 잠든 사이, 집에 가까워지는 발소리. 조코는 발소리의 주인을 이미 아는 듯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마중까지 나가는데... 과연 기윤 씨와 조코가 애타게 기다리던 이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