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 크리스티나 에레로스 지음, 비올레타 로피즈 그림, 정원정 외 옮김
오후의소묘
그림 작가 비올레타 로피스가 구전문학을 연구하는 아나 크리스티나 에레로스와 함께 스페인 민담을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내놓았다. 두 세기 전 '잘난 체하는 쥐'의 운명과 21세기를 사는 '깔끔하고 성실한 쥐'의 운명은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
- '섬 위의 주먹', '할머니의 팡도르' 비오레타 로피스의 신작
- 뉴욕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 스페인 문화체육부 선정 최우수도서상
- 고양이 발톱 사이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던 모든 쥐들에게 - 아나 크리스티나 에레로스 (글 작가)
- 이것은 사랑, 학대, 젠더, 사회, 폭력에 관한 이야기다 - 비올레타 로피스 (그림 작가)
추천글
잘난 체하는 쥐에 대한 스페인 민담이 혼자 살 아늑한 집을 스스로 짓는 쥐 이야기로 다시 쓰였다. 글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못했으나 로피스가 만든 코다 속 또 하나의 이야기는 앞선 요소들을 가지고 완전히 다른 풍경으로 다시 그려낸다. 그것은 희망 찬 인생이다. 쥐가 꿈꾸었을 더 나은 자신의 이야기.
- 뉴욕 타임스
전통 민담을 페미니즘 우화로 재해석했다. '매우 깔끔하고 성실한', 집을 가진 쥐에게 다양한 동물들이 구애를 하고 마침내 그녀는 '가장 약해 보이는' 새끼고양이와 결혼한다. 새끼고양이 남편은 점점 거대해지고, 강력한 엔딩에 이어지는 마지막 장면들은 폭력적인 소동의 여파 이후를 보여준다.
이전까지 가정용품에 하나하나 초점을 맞췄던 렌즈가 한순간 그것들을 롱숏으로 한 컷에 담아낸다. 놀라울 만큼 단순하고 절제된 미드센추리모던 스타일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인상적이다. 대학 교재로도, 혹은 선물로도 유용할 독특한 그림책.
- 커커스 리뷰
글 작가이자 문헌학자인 아나 크리스티나 에레로스의 연구에 따르면 이 책의 텍스트가 된 '잘난 체하는 쥐' 이야기는 19세기 중반 여학교에서 교육용으로 읽혔다. 수녀회가 설립한 여성을 위한 학교들의 목적은 겸손한 여성을 길러내 훌륭한 아내로서 남편이 명예를 잃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었다.
작가는 이러한 목적으로 이야기가 각색되기 이전, 구전으로 전해지던 전통 설화의 본류로 돌아가고자 했다. 원본은 '겸손하라'가 아니라 '현명하게 선택하라', '포식자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라'라고 말한다. 19세기 이전의 전통적인 버전이 페미니즘의 열망과 오히려 일치하는 것이다.
아나 크리스티나 에레로스의 글이 전통으로 회귀했다면, 비올레타 로피스의 그림은 텍스트와 상호 작용하면서도 글 바깥으로 뻗어나간다. 글 없이 펼쳐지는 마지막 장면들에서 여자는 풍비박산한 집을 쓸고, 땋아 내린 긴 머리를 자른다.
- 디아리오 데 레온
저자 및 역자소개
아나 크리스티나 에레로스 (지은이)
스페인 작가. 할머니를 통해 침묵에 귀 기울이는 법과 목소리가 없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문헌학자로 구전문학을 연구하며 글을 쓰고 편집을 한다. 이 책 《고양이와 결혼한 쥐에게 일어난 일》을 포함해, 지은 책들로 스페인 문화체육부에서 수여하는 최우수도서상을 세 번 수상했다.
비올레타 로피스 (그림)
작가들이 사랑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스페인의 작은 섬 이비사에서 태어났다. 마드리드, 베를린, 리스본, 뉴욕, 서울, 쿠스코 등 다양한 도시에서 활동하며, 국내 SI그림책 학교 강사를 지냈다. 《노래하는 꼬리》, 《마음의 지도》, 《섬 위의 주먹》, 《할머니의 팡도르》 등을 그렸고, 스페인 문화체육부 최우수도서상,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 ILUSTRARTE 그랑프리, 《뉴욕 타임스》 올해의 그림책(2018ㆍ2021) 및 다수의 상을 받았다.
정원정 (옮긴이)
작은 동물 정령들이 있는 이끼 숲에 살며 번역을 하고 이야기를 짓는다. 다비드 칼리의 《인생은 지금》과 시 그림책 《눈의 시》, 비올레타 로피즈의 《섬 위의 주먹》, 《마음의 지도》, 《할머니의 팡도르》, 《노래하는 꼬리》를 옮겼다.
박서영(무루) (옮긴이)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읽기 안내자.
스무 살 무렵 늦은 성장통이 시작됐다. 그때부터 그림책을 읽었다. 성장기에 읽은 책을 다 합해도 그 시기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림책 속에서 기쁨과 슬픔의 여러 이름들을 알았다. '사는 게, 세상이 다 그래'라는 말을 밀쳐놓을 힘도 얻었다. 비혼이고 고양이 탄의 집사이며 채식을 지향하고 식물을 돌보며 산다. 예전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차를 우리고 요리를 하며 다양한 분야의 아마추어로 살았다. 가장 오래 한 일은 15년 남짓 아이들과 책을 읽고 글을 쓴 것이다. 지금은 어른들과 그림책을 읽고 문장을 쓴다. 세 조카와 언젠가 태어날 그들의 아이들에게 재밌고 이상한 이모이자 할머니가 되고 싶다. 그림책 《섬 위의 주먹》, 《마음의 지도》, 《할머니의 팡도르》를 번역해 소개했다. 여러 창작자들과 함께 책을 만들고 있다.
역자후기
비올레타 로피스가 그린 마지막 다섯 장의 그림은 폐허에서 시작한다. 21세기 여자들은, 불행을 두려워하거나 운명에 순응하는 대신 망가진 집과 무너진 삶 위에서도 담담히 털고 일어나 자신의 길을 찾아나선다.
이야기를 다시 쓴다. 로피스의 그림은 이번에도 낯설다. 이전의 어떤 작업과도 겹치지 않는다.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정작 내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의 카멜레온 같은 스타일 너머에 있다.
로피스의 그림은 언제나 글과 조화를 이루면서 동시에 복잡하고 정교한 구조를 통해 자기만의 서사를 만들어간다. 때로는 글을 압도하면서, 언제나 독자가 매혹될 수밖에 없는 세계를 펼친다.
- 박서영(무루)
이 책의 원제는 '잘난 체한 적 없던 쥐에게 일어난 실화'다. 스페인 설화 '잘난 체하는 쥐'로부터 변주된 여러 버전의 이야기들 중 하나를 다시 쓴 것이다.
잘난 체하던 쥐에서 이번에는 잘난 체 안 하는 쥐로 바뀌었는데도 결말은 바뀌지 않는다. 고양이는 잘난 체와는 상관없이 쥐를 잡아먹으니까. 소름이 돋는다.
이 이야기를 읽고 번역하는 동안 저 멀리 스페인의 옛이야기에서 내 경험과 꼭 닮은 부분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사실에 씁쓸하기도 했지만, 안도하게 되는 지점도 분명 있었다.
글 서사가 끝나고 마지막에 그림 서사가 보여주는 이야기로 이 책은 힘이 아주 세진다. 그림이 글을 부연하는 것이 아닌 글과 그림이 서사를 함께 완성해 나간다는 그림책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 정원정
출판사 제공 책소개
고양이 발톱 사이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던 모든 쥐들에게 - 아나 크리스티나 에레로스(글 작가)
이것은 사랑, 학대, 젠더, 사회, 폭력에 관한 이야기다 - 비올레타 로피스(그림 작가)
《섬 위의 주먹》, 《할머니의 팡도르》로 인상 깊게 각인된 그림 작가 비올레타 로피스가 구전문학을 연구하는 아나 크리스티나 에레로스와 함께 스페인 민담을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내놓았다. 두 세기 전 '잘난 체하는 쥐'의 운명과 21세기를 사는 '깔끔하고 성실한 쥐'의 운명은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 이 도발적이고 논쟁적인 책은 '스페인 전통 설화가 가정 폭력에 대한 강력한 비유로 변모했다'라는 멘션을 받으며 《뉴욕 타임스》 2021 올해의 그림책으로 선정되었다.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의 무루(박서영) 작가가 번역에 참여했다.
"21세기 여자들은 불행을 두려워하거나 운명에 순응하는 대신 망가진 집과 무너진 삶 위로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선다. 이야기를 다시 써 나간다." - 무루(박서영), '옮긴이의 후기' 중에서
옛이야기가 21세기 페미니즘 서사로 다시 쓰일 때
예견되는 비극 끝에서 충격과 공포를 뛰어넘는 희망 찬 이야기
"쥐야, 쥐야, 작은 쥐야, 넌 집도 있는데 왜 결혼을 안 하니? 우리랑 결혼하지 않을래?"
"나는 저 고양이랑 결혼할래!"
구혼자들 중 제일 작고 약해 보이는 새끼고양이와 결혼한, 성격 깔끔하고 성실한 쥐는 행복하게 살았을까요?
위기에 처한 자신의 아내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 새끼고양이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잘난 체하던 쥐가 고양이와 결혼해 비극적인 운명을 맞는다'는 옛이야기를 두 여성 작가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용기 있게 밀고 나갔다. 이 스페인 민담은 여러 버전으로 구전되었고, 19세기에는 훌륭한 신부를 육성하고자 설립된 여학교들에서 교재로 읽혔다고도 한다. '여자들이여, 늘 겸손해야 한다.'
이후, 쥐가 기지를 발휘해 비극적인 운명을 벗어나는 여성주의 각색도 등장했다. 그러나 글 작가인 아나 크리스티나 에레로스는 에둘러 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전통으로 회귀한다. 옛이야기의 형식과 서사를 충실히 따르며 다만 묻는다. '잘난 체하는 쥐'가 '깔끔하고 성실한 쥐'였다면 결말이 달랐을까? 글의 마지막 문장은 충격적이다. 충격은 당연히 여겼던 모든 것에 균열을 일으킨다.
비올레타 로피스는 그 균열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텍스트와 함께 차곡차곡 쌓여온 그림의 조각들은, 글이 자기만의 결말을 맺고 난 후 새로운 비전을 보여준다. 모든 조각은 퍼즐처럼 한눈에 들어오고, 그러나 도무지 제자리에 있는 듯 보이지 않고 뒤죽박죽 혹은 풍비박산. 이어지는 장면들에서야 그 조각들은 제자리를 찾아간다. 마지막으로 맞춰지는 퍼즐 조각의 제자리는 어디일까? 모든 조각이 저마다의 길을 찾아 나서기를. 인물의 발걸음과 작가의 시선이 우리에게도 오래 머무를 것이다.
《뉴욕 타임스》 올해의 그림책 2회 선정 작가 비올레타 로피스
독보적인 그림 스타일과 자기만의 서사로 펼쳐내는 또 하나의 세계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이전의 어느 것과도 닮지 않는 그림으로 매번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이 독보적인 작가는 이번에도 전에 없던 스타일을 보여준다.
쥐의 결혼 과정을 다룬 이야기의 전반부에서는 언뜻 텍스트와 연관성을 찾기 어려워 보이는 사물들을 강렬한 파랑과 함께 프레임 한가득 채워 나간다. 실타래, 지구본, 자, 책, 의자, 가위, 화병, 주전자… 그 속에서 쥐는 여러 포즈를 취한다. 처음엔 편안히 기대 있던 쥐가 화들짝 놀란 듯 뛰어가거나 굴곡과 반영으로 모습이 변형되기도 하는데, 아주 평범하고 유용한 사물들이 순간 위협적이고 기이하게 보임으로써 '아늑한 집'에 대한 쥐의 소망이 좌절됨을 몸소 느낄 수 있다. 누군가에겐 아늑한 집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안과 긴장, 절망의 공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느 책 제목처럼 '여자들은 다른 장소를 살아간다'.
작은 쥐의 배우자가 된 새끼고양이가 자신의 아내를 위해 모험을 떠나는 후반부에서 그림은 앞선 그림들보다도 더 단순하고 과감하다. 화면 안에서 검은고양이는 몸집이 점점 불어나고 실은 점점 엉킨다. 마침내 쥐와 고양이가 한 페이지에 있게 된 순간. 암전과 함께 이 우화는 막을 내리고, 충격적인 결말로 접혀 있는 페이지를 열어젖히면 또 하나의 막이 올라간다. "그것은 희망 찬 인생이다. 쥐가 꿈꾸었을 더 나은 자신의 이야기."
- 뉴욕 타임스
"이 그림책이 도발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바람은 사람들이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것이다. 이야기가 불편하거나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를 찾고 이해하고,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고 또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해주기를 바란다."
- 비올레타 로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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