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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

[신간] 겨울 가고 나면 따뜻한 고양이

by 야호펫 2021.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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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호 지음

걷는사람


길에서 우연히 만나 식구가 된 고양이 네 마리와 아옹다옹 살아가는 길상호 시인의 집사 일지. 유년의 성장기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고양이들과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되고 결국 식구가 되었는지를 글과 그림으로 담아낸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세상의 것들이 다 시들어 버린 겨울에 태어났다"


 

겨울 가고 나면 따뜻한 고양이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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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오드아이 여인숙
가족 소개

1부 달빛과 고양이 소년

나비 떼
부처님께 야옹
쌍둥이
눈과 눈동자
쥐덫
고양이가 왔다
야옹, 별이 울던 밤
보름달 손전등
우물우물, 야옹야옹
얼굴이 하얀
한없이 비가
대필

2부 울음소리가 당신을 닮았다
느티나무와 음악 시간
무덤덤한 저녁
이상
가출
사소한 일기
고양이 여관
모닥불
꿈과 야옹
이태원의 낮과 밤
종이 고양이
이제 겨울이 녹기 시작했다
물풀
문득의 시간

3부 꼬리로 사색 중
꽁트 혼자 삼십 분
산문이와 삼십 분
운문이의 새벽 삼십 분
물어의 수면 삼십 분
꽃과 함께 잠시
기상 시간은 고양이가 정한다
야옹

 

 

저자 길상호

 

1973년 충남 논산 대둔산 자락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2학년 무렵 시를 좋아하게 되었고,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시인으로의 삶을 살고 있다.

 

2008년 세 살짜리 물어를 만나 고양이 세계에 처음 발을 들였다. 이후 2014년 봄 계룡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운문이, 산문이와 연을 맺게 되었으며, 2019년 양재동 골목에서 만난 꽁트까지 가족으로 받아들여 현재 고양이 넷과 함께 아옹다옹 지낸다. 고양이들과의 온전한 대화를 꿈꾸며 시와 산문, 그림 등으로 고양이어를 연습 중이다.

 

 

지은이의 말

여러 날 무거웠던 날씨가
야옹! 순식간에 명랑해졌다.

고양이들이 교대로 창턱에 올라가 햇볕을 쬔다.
몸 구석구석 축축하게 배어 있던 빗소리를
맑은 혀로 닦아낸다.

그러고는 가끔 고개를 돌려
내 손등에 묻은 먹구름도 대신 핥아 준다.

아득하게 멀어졌던 온기가 다시 돌아오는 시간,
한없이 부드럽고 평화로운 시간,

물어, 운문이, 산문이, 꽁트
고양이들 이름을 가만가만 불러 본다.
그 착한 눈동자를 마음에 그려 넣는다.

야옹! 우리 함께 힘을 내 보자고
하루가 또 이렇게 지나고 있다.

2021년 흑석동에서
길상호

 

 

출판사 제공 책소개

 

도시의 얼음강을 건너 시린 바람벽을 헤쳐 운명처럼 고양이가 왔다

운문이ㆍ산문이물어꽁트와 아옹다옹 살아가는 시인 길상호의 집사 일지

 

세상 풍경이 부려 놓은 그림자와 그늘에 골몰하는 시인 길상호의 두 번째 산문집. 『겨울 가고 나면 따뜻한 고양이』(걷는사람 刊)는 길에서 우연히 만나 식구가 된 고양이 네 마리와 아옹다옹 살아가는 길상호 시인의 집사 일지다.

 

고양이와 함께 산 지 어언 14년째이지만 고양이들과의 온전한 대화는 결코 쉽지 않아 "시와 산문, 그림 등으로 (주야장천) 고양이어를 연습 중"이라고 시인은 고백한다. 시인 길상호에게 '야옹'이라는 기척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들을 수 있는 소리이며, 빗방울이 만든 물의 파동처럼 마음을 적시며 다가오는 소리다. 이를테면 '야옹'이란 말이 지니고 있는 세 개의 동그라미는 시인과 고양이들을 하나로 묶는 단단한 고리와도 같은 것.

 

에세이는 유년의 성장기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고양이들과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되고 결국 식구가 되었는지를 글과 그림으로 담아내는데, 이제껏 길상호의 글쓰기가 그래 온 것처럼 그의 글과 그림에는 덕지덕지가 없고 과함이 없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소년은 어느덧 시인이 되고 중년의 나이가 되었고, 고양이와 어울려 살면서부터 연필을 쥐고 백지 위에 그 아이들을 그려 나가기 시작했다. 길상호의 그림은 고양이의 흰 털 한 오라기와 졸음이 오는 순간마저도 포착해내어 '공생'이 무엇인지, 사랑과 평화는 어디서 태어나는지를 보여 준다.

 

그리하여 책을 펼치면 한겨울 처마 끝에 달린 고드름같이 정갈하고 투명한 슬픔이 만져진다. 분명 고드름 같은 슬픔인데 도리어 온기가 느껴지는 것은 시인 길상호만이 가진 섬세하고 따뜻한 삶의 태도, 그리고 담박한 그의 필체 덕분일 것이다.


변소로 달려가 볼일을 끝내고 나왔을 때에도 마당은 여전히 보석을 뿌려 놓은 것 같았다. 하늘을 한번 바라보았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이 고양이 눈동자처럼 빛나고 있었다. 나는 마당에 발자국을 찍어 놓고 간 고양이가 분명 새하얀 털을 갖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 녀석이 나에게 보여 주려고 마당에 아름다운 마술을 펼쳐 놓은 거라고.

- 「눈과 눈동자」 부분

 

 

어느 날 밤 고양이 물어가 왔다. 냐아옹~, 그리고 한참 뒤에 또 두 마리의 고양이 운문이와 산문이가 찾아왔다. 냐아옹~ 냐아옹~, 그러고 보니 물어도, 운문이와 산문이도 식목일을 전후해서 태어난 봄 고양이. 나는 몇 해의 겨울을 녀석들의 체온에 기대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우울해할 때마다 고양이들은 무릎으로 올라와 나의 가슴에 머리를 문질렀다. 그러면서 그 맑은 눈동자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는 했다. 녀석들의 눈 속에 그 옛날 마당에 가득했던 보석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는 걸 나는 뒤늦게야 깨달았다.

- 「이제 겨울이 녹기 시작했다」 부분


이 에세이는 오래전 우리가 꾸었던 꿈의 한 조각 같기도 하고 신비로운 동화 같기도 하다. 서정을 잃어버린 시대, 기후 위기 속 이상 한파가 찾아온 2021년 겨울… 몸과 마음속 체온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사랑하고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그 질문에 합장(合掌)하여 답하듯 길상호 시인이 찾아왔다.

 

도서 DB제공 : 온라인 알라딘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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