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앗간'이란 말속에는 어릴 적 향수와 깨 빻는 구수한 냄새가 배어있다.
'방앗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속담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랴"다. 방앗간이 곡식을 찧고 빻는 곳이다 보니, 바닥에는 쌀이나 보리 등이 많이 떨어져 있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겠기에 생긴 속담이다.
명절이 다가오면 우리네 어머니들은 방앗간에서 떡을 해오셨는데, 요즘은 대형마트나 떡집, 시장 등에서 구매를 한다.
속담에 나오는 '참새'와 '방앗간'을 쉽게 만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아이들에게 '참새'와 '방앗간'에 대한 추억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참새는 만나지 못하더라도 '방앗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곳, 그것도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있는 방앗간이 있다. 그곳은 바로 양주 애견동반카페 '승전방앗간'이다.
차량을 주차하고 방앗간 쪽으로 걸어가면, 이곳이 방앗간임을 알려주는 안내간판이 세워져 있다.
'가져오신 깨와 고추는 이곳에 놓아주세요'... 그래,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깨와 고추를 빻아드셨어... 흰머리 희끗해지는 나이에 어릴 적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방앗간 옆으로 카페로 들어가는 출입문이 보인다. 빈티지한 방앗간의 이미지와 함께 모던풍의 입구가 인상적이다.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따스한 분위기의 카페를 만날 수 있다. 창문 너머로는 방앗간이 보이는 카페... 이렇게 자연스레 방앗간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은 아마 이곳 승전방앗간뿐이지 않을까.
카페에서 '흑임자라떼'를 주문한다. '흑임자'에 대해 물어보니, '검정깨'라고 알려준다. 라떼 위에 흑임자 가루가 뿌려져 있는데, 처음 맛보는 '흑임자라떼' 맛이 독특하고, 일품이다.
흑임자라떼를 맛보며 카페와 쇼핑 공간, 방앗간 등을 둘러본다.
승전방앗간은 1983년 오픈한 후 2000년에 현 위치로 이사했다고 한다. 방앗간의 변신... 승전방앗간은 자신만의 브랜드로 상품을 브랜드화했고, 카페 안쪽에 멋진 쇼룸도 갖추고 있다.
선물용으로 예쁘게 포장된 참깨와 들깨를 보니, 좋은 날 지인에게 선물하기 제격인 상품이란 생각이 든다.
국산 보리쌀, 강원 정선 건 취나물, 국내산 도토리가루... 몸에 좋은 웰빙 식품도 승전방앗간 쇼핑 공간에서 만난다.
쇼룸을 둘러보는데 스탠드 모니터에 나타나는 화면 하나하나가 재미있다.
'광고는 1도 안하지만, 100%찐 후기와 평점이 증명합니다.', '승전방앗간, Farm 스토어 오픈', '방앗간 김치 11월 일정안내'
'광고 1도 안하는 승전방앗간'과 '100%찐 후기와 평점'이란 문구는 승전방앗간의 저력을 잘 보여주고 있는 느낌이다. 김치는 승전방앗간에서 월 2회 직접 담근 후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쇼룸을 둘러보고 방앗간에 들렸다. 기억 속 방앗간은 요란한 기계 소리와 함께 벨트가 돌아가고 있는 것이었는데, 승전방앗간의 기계는 최신형인 것 같다. 깔끔한 방앗간과 환한 조명... 오래전 방앗간의 모습이 이렇게 현대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승전방앗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되는데, 마감 시간이 다 되어 방앗간은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승전방앗간 카페, 쇼룸, 방앗간을 둘러보고 맛있는 흑임자라떼를 맛본 후 야외로 나왔다. 야외에는 방풍막이 쳐있는 공간과 비닐하우스 한 동이 있다.
방풍막이 쳐있는 곳을 보러 가는데, 기둥에 걸려있는 시래기가 보인다. 역시나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다. 예전에 외국인 친구에게 이 '시래기'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던 기억이 떠오른다.
입맛 살리는 '시래기'... 지금 그 친구에게 다시 설명하라고 해도 아마 다시 한번 진땀을 뺄 것 같다. 그만큼 시래기는 우리 고유의 음식인 것 같다.
저물어가는 해를 등지고 있는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밖으로 연통이 보이는 비닐하우스를 향해 걸어가는데, 오른쪽에 장독대가 보인다. 방앗간, 시래기, 장독대... 승전방앗간에서 오래간만에 진정한 '한류'를 만난다.
비닐하우스로 들어가는 문을 옆으로 밀고 들어가니, 단정하게 꾸며진 실내를 만날 수 있다. 중앙에 난로가 설치되어 있고,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고, 캠핑용 의자도 놓여있다.
실내에는 반려견과 함께 온 손님들이 좌식으로 된 자리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흑임자라떼에 방앗간에서 만든 떡을 곁들여 먹는 풍경... 난로의 온기로 따스한 비닐하우스가 연출하는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비닐하우스를 나와 승전방앗간 쪽을 보며 사진 한 컷... 방앗간이 이렇게도 변신할 수 있구나! 우리 것을 간직한 채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한 승전방앗간의 저녁 풍경이 고즈넉하다.
방앗간과 카페, 쇼룸, 시래기, 장독대... 아마 이곳에서는 참새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음악이 나오는 방앗간, 반려견과 함께 가는 방앗간, 향긋한 향기가 풍겨 나오는 방앗간... 바로 양주 애견동반카페 '승전방앗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