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건국대학교가 주관한 반려인문학 '동물과 행복하게'이 진행되었다. 사람과 동물이 모두 행복한 공존을 생각할 수 있었던 반려인문학 강의를 정리해 연재한다. - 편집자 주 -
지난 글에 이어 반려인문학 '영화와 문학으로 보는 진정한 '동반'의 의미'를 살펴본다. 앞에서는 첫번째 소주제인 '이토록 다양한 가족'에 대해 살펴봤고, 이글에서는 '반려동물의 죽음 - 남겨진 자의 슬픔'에 대해 살펴본다.
보내지 못하는 마음 - 반려동물 되살리기
고경선 강사는 팀 버튼 감독이 영화 '프랑켄위니'에 대해 소개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천재과학소년 빅터는 반려견 스파키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무덤에서 스파키를 부활시킨다.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 펫로스.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을 떠나 보내고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 등을 말한다. 고경선 강사는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설명과 함께, 영화 속 주인공이 반려견을 부활시킨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부활인지 질문하고 있다.
자신의 반려견과 영원히 함께 같이 살고 싶은 건 모든 반려인들의 바램일 것이다. 하지만 반려동물과의 이별 역시 어쩔 수 없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아픔이 아닐까?
윤이형 소설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2019 제43회 이상문학상 대상작인 윤이형의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에 대한 출판사 '문학사상'의 서평은 아래와 같다.
'... 두 반려 고양이의 삶과 죽음을 통해 완벽하게 단절되고 고립된 현대 사회의 삭막함과 현대인의 뼈저린 고독을 유려한 문장과 빼어난 감수성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해체되어가는 결혼 제도, 부모 세대와의 단절, 취업의 어려움, 그리고 정부의 공허한 출산 장려 정책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시도하고 있다...'
고양이를 주제로 한 소설이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고 하니 먼저 환영할 일이다.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반려묘 두 마리의 죽음을 맞이한다. 이 소설은 펫로스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고경선 강사는 이 소설을 통해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펫로스, 죽음에 대한 태도, 무지개다리의 의미 등을 설명했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 '뭐 반려동물이 죽었다고 저러지...'라는 반응을 보이며, 반려인들의 펫로스를 공감하지 못한다. 반려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반려동물이 점차 노령화되면서 펫로스에 대한 이해는 점차 반려인을 중심으로 커져가고 있다.
소설 속에 담긴 펫로스의 모습을 잠시 살펴보자.
- 펫로스... '그 죽음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희은은 그때까지 어떤 죽음도 그토록 가깝고 강렬하게 겪어본 적이 없었다...
- 공감받지 못하는 슬픔... '어째서 아무 말도 해주시지 않나요?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는 그 형식적인 한마디를, 어째서 해주시지 않습니까? 딱 한마디면 되는데요, 왜요, 어째서인가요?'
- 죽음에 대한 태도... '순무를 스톤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고 정민은 생각했다. 그런 식의 팬시(fancy)함으로 순무의 마지막을 둘러싸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재를 견딜 수 없었다. 유골 가루라는 형상이나 감정이 압도되지 않고 거리를 둔 상태로 순무를 기억할 수 있었다... 따스하고 침착한 슬픔이 정민의 온몸으로 번져 나갔다. 정민이 오랫동안 원해온, 평온하고 고요한 애도였다.'
소설 속 주인공인 정민은 반려묘 순무의 죽음을 '평온하고 고요한 애도' 형태로 맞이한다. 그것은 형상이나 감정이 압도되지 않고 거리를 둔 상태로 순무를 기억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정민은 생각한다.
고경선 강사는 펫로스와 관련 리타 레이놀즈의 '펫로스 : 반려동물의 죽음'이라는 책을 소개했다.
"나는 내 동물 친구들의 영혼이 삶이라는 여행을 지나 새로운 여행을 계속하고 있음을 알고, 우리의 관계가 죽음으로 끝나지 않음을 압니다. 죽음은 단지 일시적인 헤이짐일 뿐이지요. 죽음을 두려움으로 받아들이면 그 안에 사랑이 있을 자리가 없어집니다." - 리타 레이놀즈 '펫로스 : 반려동물의 죽음' 중에서 -
반려동물이 죽으면 무지개다리를 건넌다고 말한다.
[위키트리] '무지개다리'라는 표현은 1980년대에 미국 혹은 영국에서 만들어진 저자 미상의 시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 시에서는 천국과 지상을 이어주는 무지개 다리가 있는데 어떤 사람에게 사랑받던 동물은 죽으면 항상 먹을 것이 있고, 따듯하며, 다시 젊어지고, 건강해지는 초원으로 간다. 이 동물들은 평화롭고 행복하게 뛰놀지만 자신을 아껴주던 주인을 그리워한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주인이 죽으면 만나서 함께 무지개 다리를 건너 천국으로 가며 다시는 헤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리타 레이놀즈의 책에 나온 '우리의 관계가 죽음으로 끝나지 않음을 압니다.죽음은 단지 일시적인 헤이짐일 뿐이지요'라는 말처럼, 반려동물의 죽음을 일시적인 헤어짐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반려인들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실제 펫로스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단지 이성적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말, '펫로스'... 고경선 강사는 강의를 통해, 펫로스의 아픔을 공감하는 자세, 반려동물의 죽음을 일시적인 헤어짐으로 바라보는 태도 등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
반려인문학 '문학과 영화로 보는 진정한 '동반'의 의미'... 펫로스 역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동반'의 한 과정일 것 같다. 첫 번째 소주제 '이토록 다양한 가족'이 반려동물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봤다면, 두 번째 소주제인 '반려동물의 죽음 - 남겨진 자의 슬픔'은 펫로스의 의미를 살펴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