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돌봄

반려인문학(10), 영화와 문학으로 보는 진정한 '동반'의 의미 (3)

by 야호펫 2020. 12. 11.
반응형

2019년 건국대학교가 주관한 반려인문학 '동물과 행복하게'이 진행되었다. 사람과 동물이 모두 행복한 공존을 생각할 수 있었던 반려인문학 강의를 정리해 연재한다. - 편집자 주 -

 

반려인문학 영화와 문학으로 보는 진정한 '동반'의 의미 세 번째 소주제 '보이지 않는 삶의 영역'을 소개한다.

 

고경선 강사는 '보이지 않는 삶의 영역'에 대해 ▲ 영화 '고양이 케디' :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공존 ▲ 고양이의 죽음 - 공존의 실패와 가능성 탐색 ▲ 죽음에 대한 예우와 윤리성의 회복 등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 영화 '고양이 케디'

 

'케디'는 터키어로 고양이라는 단어라고 한다. 영화 고양이 케디에서는 터키 이슬람블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람과 함께 거리를 활보하는 고양이들, 한가로이 낮잠을 청하는 고양이들의 모습... 우리의 수도 서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고경선 강사는 영화 속 고양이들의 모습과 함께 다음과 같은 해석을 해주었다. 

 

△ 동물에 대한 사랑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도 연결된다. △ 약하고 소외된 생명에 대한 책임 △ 길거리 동물들이 겪는 문제와 사람이 겪는 문제는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

 

무함마드 알리와 그의 고양이 무에자에 관한 일화를 통해,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태도에 대해 설명했는데, 그 태도는 일화 속에 나온 말이 잘 표현해주고 있다. "내세에 물 한 잔이 없어 괴로워하기 싫다면 건드리지 마세요"

 

 

▶ 고양이의 죽음 - 공존의 실패와 가능성 탐색

 

고양이의 죽음에 대한 내용에 대한 설명은 황정은의 단편소설 '묘씨생'과 박덕규 단편소설 '고양이 살리기' 등 두 권의 책에 대한 설명을 통해 해주었다. 

 

 

황정은 소설집 '파씨의 입문'

 

황정은 '묘씨생'은 살묘/혐묘 모티프를 통한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몸'이라는 이름의 공고양이와 '곡씨노인'이라는 가장자리 인간의 모습을 통해 사람들이 고양이와 이 노인에 대해 갖는 공통적인 생각은 '불쾌함'이라고 소설은 말한다.

 

'캣맘과 캣대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삐뚫어진 시선, 그 시선 역시 인간중심적인 불쾌함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라고 고경선 강사는 말한다. 다음은 소설 속에 묘사된 이와 관련한 내용이다. 

 

'바닥이나 계단이나 어쨌거나 사람들의 발 높이에 놓인 접시에서 음식을 건져 먹고 사는 이 노인을 두고 상인들은 불가사의한, 자기에게도 그런 인생이 가능하다고 말하기가 불가능한, 성가시게 하거나 해를 끼치는 것이 없는데도 불편한, 이유를 모르게 불쾌해서 불쾌한, 불쾌 자체라고 수근거렸다."

 

묘씨생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다섯 번의 생을 산 고양이로 등장한다. 각 생에서 고양이 '몸'이 만난 고양이와 사람들의 모습... 소설은 그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면 어떤 모습일까?

 

'상가에서 만나게 되는 내 동족들은 초조하고 신경질적인 경우가 많았다. 일상적으로 위협을 겪고 있는데다 대개는 제대로 먹지 못해 배가 빈약하거나 지독한 것을 먹어 배가 부풀어 있었다... 그런 모습을 일상적으로 만나고 보니 그것이 보통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세상 고양이란 모두 그 정도는 각박하고 허기진 얼굴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인간이야말로 우리의 훌륭한 천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몸 다섯 차례의 죽음 가운데 던져지거나 머리에 무언가를 맞거나 되게 걷어차이는 등 적어도 세 차례의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 인간에게 있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고양이에게 천적이 없다는 불평이란 자신들의 기질과 적의를 과소평가하는 우스운 이야기일 뿐이다."

 

길고양이의 모습과 우리 인간의 모습... 다섯 번이나 생을 사는 고양이 눈에 비춰진 그 모습... 미안하고 또 미안한 생각이 든다.

 

 

박덕규 소설집 '고양이 살리기'

 

박덕규 단편소설 '고양이 살리기'에서는 고양이를 공존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 작품은 고양이 생명 구하기를 통해 그들과의 관계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

 

어느날 집을 나서다 마주친 길고양이, 그런 길고양이의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애써 외면하려 하지만, 그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소설 속 주인공은 고양이와의 공존이라고 하는 양심의 문제와 만나게 된다. 

 

'한쪽 눈에서 이마 쪽으로 흐르는 흰 털빛이 마치 제대로 먹지 못해 핏기가 빠져 있는 어린아이의 낯색 같았다. 나는 입을 틀어막고, 뒤꿈치를 세운 발로 한쪽으로 비껴 걸으면서 고양이의 눈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쎴는데, 불행하게도 고개를 쳐들기 위해 용쓰는 고양이의 애절한 눈빛과 만나고 말았다.'

 

'아침 햇살에 눈부신 듯 바르르 떨리던 눈썹 그 아래, 나는 잠깐, 깊이를 알 수 없는 그 투명한 눈동자 속으로 끌려갈 듯 몸이 휘청햇다는 걸 나중중에야 알았다.'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았을 때, 존재하지 않는 것이 존재하게 되었을 때, 그것을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 것은 용기없는 행동이라고 고경선 강사는 말한다. 

 

 

▶ 죽음에 대한 예우와 윤리성의 회복

 

이 부분을 설명하며, 고경선 강사는 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추락'의 내용을 소개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백인 남성으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주의 정책)가 행해지던 남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소설은 부유한 삶을 살던 주인공의 몰락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삶의 여정 속에서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추락'은 인종차별주의 정책이 행해지던 남아프리카를 무대로 흑백 간의 갈등과 폭력의 원인을 탐구한 소설이다

 

아래는 부유한 삶을 사는 백인 남성이 바라본 동물에 대한 생각이다.

 

'동물에 관해서 얘기하자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친절하게 대하자. 하지만 균형을 잃지는 말자. 우리는 동물과는 다른 차원의 피조물이다. 반드시 더 높다는 것은 아니고, 그저 다르다는 말이다. 따라서 동물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려면, 죄의식을 느끼거나 보복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단순한 아량에서 그렇게 하자.'

 

'그들은 가구의 일부이며, 경보시스템의 일부에 불과하니까요. 그들은 우리를 신처럼 대하는데, 우리는 그들을 물건으로 취급하죠.'

 

'교회의 목사들은 그들에 관하여 오랫동안 토론을 하다가, 결국 그들에게는 바른 영혼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단다. 그들의 영혼은 몸에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몸이 죽으면 같이 죽는다는 거지.'

 

인간중심적 가치관과 동물을 기계처럼 생각한 가치관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속 주인공은 동물에 대해 인간중심적 가치관을 갖고 있었다

 

주인공의 경제적 몰락과 함께, 주인공은 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일을 하게 되는데, 그는 사람들이 동물의 사체를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지원해서 이 일을 한다.

 

'그는 자신이 그것에 익숙해질 것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는 실제로 어느 일요일 저녁, 루시의 밴을 타고 집으로 가다가,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멈출 수도 없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의 손이 떨린다. 그는 자신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왜 그는 그런 일을 택했는가?... 개를 위해서? 하지만 개는 죽어 있다. 개들이 명예와 불명예에 대해서 뭘 알 것인가? 그렇다면 그 자신을 위해서다. 그가 생각하는 세상, 처리하기 쉽게 하려고 삽으로 개의 시체를 두드리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위해.'

 

'지금은 그 자신이 개를 보는 사람이 되어 있다. 개 장의사, 개 혼례사, 하리잔(harijan; 인도의 최하위층 신분)'

보이지 않는 삶의 영역, 비가시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동물의 죽음을 목격한 주인공은 이에 대해 연민을 느끼고, 가장 낮은 곳에서 그들을 돌보고 있다.

 

고경선 강사는 소설 '추락' 속 주인공에 대해, 타인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통해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인문학 강의는 매주 화요일 건국대학교 생명과학관에서 진행된다

 

'영화와 문학으로 보는 진정한 '동반'의 의미'를 주제로 건국대학교 생명과학관에서 반려인문학 강의가 열렸다. 9월 24일(화) 열렸던 강의는 '반려동물의 의미', '펫로스', '보이지 않는 삶의 영역' 등의 내용을 통해 '동물과의 진정한 동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나 하나의 소주제들이 그 자체로도 오랜 시간 설명되고 토의되어야 할 내용들이었지만, 영화와 문학을 통해 살펴봄으로써 참석석자들의 이해를 쉽게 도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려운 주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강의해 준 고경선 강사께 감사드리며, 많은 사람들이 반려인문학에 함께 해 반려동물과의 동행, 공존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이어질 강의들을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인간과 반려동물의 역사(10월 1일) / 펫 비즈니스의 성장과 반려문화의 현재1(10월 8일 / 펫 비즈니스의 성장과 반려문학의 현재2(10월 15일) / 반려문화와 자본주의(10월 22일) / 혼자만의 삶 - 1인 문화시대와 외로움(10월 29일) / 시로 읽는 생명과 자연의 재구성(11월 5일) / 타자의 발견과 '느끼는' 능력(11월 12일) / 자연주의 - 생명에 대한 제고(11월 19일) / 친환경,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11월 26일) / 1인 가족시대의 반려인문학 - 돌봄과 위로(12월 3일) / 식민화된 육체와 생명의 문제 - 영화 <아일랜드> 비판적 읽기(12월 10일) / 안녕, 휴먼? 휴머노이드! -SF 소설 '꿈을 꾸듯 춤을 추듯' 속 인간과 인공지능로봇의 관계맺기 방식 / 내 이웃의 동물들 - 길 위의 고양이와 개(12월 26일)

그리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