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은 '반려동물'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여기서 말하는 반려동물이라 함은 비단 눈에 보이는 동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반려동물 산업, 유기동물 등이 모두 포함된 광의의 의미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12월 10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보건사 자격취득 양성기관 14개소를 평가 인증했다고 발표했다. 각 언론매체는 이 내용을 앞다투어 다루었는데, 관련 내용을 보며 '반려동물을 대하는 대학의 태도는 앞으로 '동물보건사'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가 나고 이틀 후 지면을 통해 반가운 소식 두 가지를 전했다. 하나는 '정화예술대학교, 호텔조리ㆍ디저트학부 펫푸드 특강 개최'라는 기사이고, 다른 하나는 '선문대학교 물리치료과, "우리가 동물 물리치료 전문가"'라는 기사다.
전국의 반려동물 관련 학과 현황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동물보건사 관련 농림축산식품부의 발표 내용을 보면서 많은 반려동물 관련 대학의 활동들이 그늘에 가려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정화예술대학교와 선문대학교의 활동을 보면서 뭐라고 그럴까, 숨통이 트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성세대인 우리는 우리들의 잣대로 젊은이들을 틀 안에 가두려고만 하는 건 아닐까.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건사 관련 발표와 각 언론사들의 기사 내용을 보며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던 중, 두 대학의 활동에서 '다양성'에 대한 한줄기 희미한 빛을 봤다.
기셩세대는 우리의 후배들, 우리의 젊은이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왜 그리도 '동물보건사'라는 이슈를 부각시켜 도드라지게 표현하려는 걸까.
필자는 젊은이들을 만나고 깊이 있게 대화 나눈 경험은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우연처럼 만난 몇몇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2019년 필자는 서울유기동물입양센터에서 3개월간 근무한 적이 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입양센터에 자원봉사 온 대학생 그룹을 만날 수 있었다. 당시 만난 대학생 그룹으로는 '연세동행', 삼육대학교 '펫밀리', 한림대학교 '포동보동', '시민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주제로 수업을 듣던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생들, '설득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듣던 숙명여대 학생들 등이었다.
유기동물입양센터를 방문했던 학생들은 수의사를 희망하는 수의과 학생들이 아니었고, '유기동물'에 대해 고민하는 이 시대의 평범한 대학생들이었다. 그들이 '유기동물'에 대해 던진 질문들은 '시민의 사회적 책임'과 '설득 커뮤니케이션' 등이었다.
여기서 한번 생각해보자. 일반 대학생들이 물음을 던진 이러한 질문들을 현재 반려동물 관련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에서 교육을 하고 있을까. 물론 유기동물보호소를 방문해 의료봉사를 하는 수의대도 있고,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동아리를 결성해 봉사활동을 하는 대학도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의 교육에 '직업교육'의 성격이 강하게 느껴지는 건 혼자만의 생각일까. 정작 '반려동물' 분야를 이끌어 갈 주인공들은 기술 습득에 치우쳐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없다.
'동물보건사' 제도의 시행은 반려동물 분야에 있어 큰 획을 긋는 일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원했던 20개 대학 가운데 14개 대학을 평가 인증했다. 이제 동물보건사를 꿈꾸는 청소년들은 국가가 지정한 대학에 입학해야만 한다.
수의과가 있는 대학 10곳, 동물보건사를 양성하는 대학 14곳, 엄밀히 말하자면 2021년 12월 현재 동물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대학은 총 24곳이다.
여기서 잠깐,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이하 대공수협)와 대한수의과대학생협회가 '공중방역수의사의 유기동물보호센터 배치'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다. 그 결과 공중방역수의사들의 약 66%가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반면, 수의대생의 경우 약 24%만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찌 보면, '기성세대와 젊은이들의 의견 차이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만약 대한수의사협회의 의견과 수의대생들의 의견을 비교했을 때 위와 같은 결과가 나왔다면, 필자는 결과값의 원인을 세대 차이로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젊은 수의사로 구성된 대공수협 수의사들의 의견인 점을 고려했을 때, 결과값은 '현실적 경험'에서 나온 공중방역수의사들의 의견이라 생각한다.
'반려동물' 분야 다양성... 이 부분에서 다시 정화예술대학교와 선문대학교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두 대학의 학생들은 호텔조리ㆍ디저트 학부와 물리치료과 학생들이다. 학생들이 다룬 분야는 펫푸드와 반려동물 마사지다. 반려동물 관련 내용을 전문적으로 교육받지 않는 학생들이 자신의 전문분야에 '반려동물' 분야를 접목한 것이다.
'콜라보'... 필자는 반려동물 분야와 다른 전문분야와의 콜라보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그리고 반려동물 분야에 있어 콜라보의 주체가 되는 사람은 '반려동물 분야' 전문가들이어야 한다고 말을 한다.
'우물 안 개구리'... 반려동물 분야는 이제 수의사, 동물보건사, 스타일리스트, 애견훈련사 등의 직업에 국한되어 다양성을 잃어갈 수도 있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고기는 잡아주어도', '고기 잡는 법'은 가르쳐주지 못하는 것이다.
필자는 동물병원 몇 곳을 취재한 적이 있는데, 취재는 모두 지인의 소개로 수의사를 만난 것이었다. 지인의 소개 없이 동물병원에 찾아가 수의사를 만나는 일... 아픈 반려동물을 데려가지 않고, 그저 수의사를 만나 동물병원과 수의사에 대해 궁금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마치 굳게 닫힌 저택의 대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일처럼 어렵다.
반려동물 관련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것이 2012년이다. 필자는 동물병원이 궁금해 전국의 동물병원을 검색한 후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방문했었다. 폐쇄성...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받은 첫인상이 지금도 바뀌지 않는다. 그래도 지금은 블로그를 개설하거나 유튜브를 운영하는 등 자신들의 모습을 오픈하는 곳이 10년 전에 비해 많아졌지만, 온라인과는 달리 오프라인에서 동물병원을 만나기는 역시나 어렵다.
콜라보와 폐쇄성... 이 두 단어는 절대로 서로 만나기 어려운 말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젊은이들에게 '콜라보'보다는 '폐쇄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빗장을 굳게 잠그고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자신을 꽁꽁 싸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물 안 개구리'인 것이다.
10년 후, '반려동물'이라는 광의의 분야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여전히 빗장을 굳게 잠근 사람들이 이 분야 주인공 행세를 하고 있을까. 아니면 콜라보의 주체가 되어 협업하는 사람들이 이 분야를 주도하고 있을까.
필자는 그 답의 무게 중심을 후자에 더 두고 싶다. 비단 10년 후가 아니더라도 그런 모습들은 현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젊은이들에게 '고기를 잡아줄 것인가',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줄 것인가'... 그 답은 지금 이 시간도 벤치마킹과 함께 꾸준히 자신만의 실력을 쌓아가고 있는 어느 '선각자'와 그 주위의 멤버들만이 정확하게 아는 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