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경리단길에 애견동반이 가능한 수제버거 맛집 '1989 비스트로(대표 조현우)'가 있다. '1989 비스트로'라는 가게 이름 앞에 붙은 '1989'는 이곳의 대표가 태어난 해를 의미하는 숫자이다.
경리단길 초입에서 조금 올라오면 만날 수 있는 '1989 비스트로', 햇볕이 드는 아담한 공간과 경쾌한 음악, 그리고 맛있는 수제버거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일요일 오후, 비스트로 1989에 들렸다. 차는 식당 옆 비탈길에 주차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외부 테라스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되어 있고, 출입구 앞쪽에는 '반려견 수제간식'이라는 안내 간판이 세워져 있다.
안내 간판에는 '명태 큐브', '치친 큐브', '오리 큐브' 등의 간식 이름이 적혀있는데, 이 간식들은 외부 업체에 의뢰해 제작한 후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식당 입구에서 '애견동반이 가능'하다는 걸 알려주는 안내 간판을 만나니 반갑다.
방문한 날은 조현우 대표의 동생인 조진욱 셰프가 일행을 맞아줬다. 자리를 잡고 앉은 후 서글서글한 미소의 조 셰프가 추천하는 수제버거를 주문한다.
'이태원'풍의 음악이 귓가에 들려온다. '이태원'풍의 음악이란 것이 딱히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태원에 방문해서 듣는 음악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들려오는 음악이 꼭 '이태원'풍의 음악처럼 들린다.
식당 안에는 화분들과 함께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있다. 그리고 눈에 도드라지게 들어오는 건, 샤페이 한 마리의 사진이었다.
사진 속 주인공은 조 대표와 조 셰프의 반려견인 5살 샤페이 '만두'다. 만두는 손님이 뜸한 평일에는 가끔 식당에 함께 데리고 온다고 조 셰프는 말한다.
조 대표가 태어난 해 '1989년', 그리고 식당의 마스코트 샤페이 '만두'... 어디선가 <1989 비스트로>를 떠올리면 '1989'와 '만두'가 기억날 것 같다.
주문하고 오래지 않아, 조 셰프의 정성 가득한 수제버거가 나온다. 비주얼 대만족, 그 맛은 어떨지 나이프로 썰어서는 입안에 한 입 넣어본다.
"으흠, 맛있다"... 입맛 까다로운 일행의 평가다. "요즘은 자극적인 맛이 많은데 1989 비스트로 수제버거는 자극적이지 않고 맛있어요"라는 말과 함께.
수제버거에 대해 조 셰프와 얘기를 나누다 액자 하나를 발견했는데, 액자를 통해 맛있는 수제버거를 개발한 조현우 대표의 음식 솜씨를 알게 되었다.
조 셰프의 설명에 따르면, 조 대표는 (사)한국식음료외식조리교육협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도 캐나다에서 1년간 요리실력을 쌓았다고 말한다.
조 셰프는 "손님들은 수제버거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데, 이는 아마도 '시중의 대다수 버거가 자극적인 맛을 지닌 반면, 1989 비스트로의 수제버거는 자극적이지 않아 손님 중 일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일요일 오후, 1989 비스트로에서 '이태원'풍의 음악과 함께 맛있는 수제버거도 먹고, 조 셰프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1989 비스트로는' 월요일과 화요일이 정기 휴무일이라고 한다. 이 기간 동안 1989 비스트로는 직접 소스를 만들어 숙성시키고, 조리할 식재료도 준비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경리단길 상권이 예전같지 않다고 말하는 조 셰프, 조 셰프를 비롯한 모든 사람의 바람처럼 이곳 경리단길도 예전의 활기를 다시 되찾기를 기원한다.
맛있는 수제버거를 맛본 후 조 셰프와 인사하고 1989 비스트로를 나오는데, 식당 바로 위에서 한 무리의 길고양이들을 만났다.
낯선 사람을 봤는데도 놀라지도 않고 도망가지 않는 걸 보니, 이런 상황이 자연스러운가 보다. 동네 주민께 여쭤보니, 평소에도 이렇게 공원과 동네에서 길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해준다.
길고양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니, 오늘 경리단길의 추억에 또 하나 추가할 것이 생겼다. 바로 이 '길고양이들'을 앞서 1989 비스트로에서의 '1989'와 '만두'에 추가해야겠다.
'1989 비스트로'와 '길고양이'들, 사람과 길고양이가 공존하는 공간... 이태원 경리단길에서의 주말 오후 풍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