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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과 동행

수의사 오석헌의 현장 속 동물권 이야기, '우리 곁의 동물은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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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케빈

 

 

우리 곁의 동물은 행복할까

 

이 세상이 인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반려견이나 길고양이 외에도 도시의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 단지 사이를 날아다니며 둥지를 튼 새와 곤충, 동네 야산의 야생동물이 다양한 방식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과연 이 생명들과 더불어 얼마나 잘 살아가고 있을까.

 

 

현장에서 동물과 함께 해 온 수의사 오석헌

 

동물들의 생활과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자주 보는 이가 있다면 바로 수의사일 것이다. 오석헌 원장은 강원대 수의과를 졸업하고, 야생동물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에버랜드 동물원 수석 수의사로 일했고, 지금은 특수동물전문 동물병원을 운영하며 코엑스 아쿠아리움 촉탁 수의사로 활동 중이다. 

 

강원대 학생 시절 '야생동물 소모임'이라는 동호회 회원이었던 그는 매년 겨울 철원으로 조류탐사를 떠났다. 드넓은 철원평야는 가을마다 철새들이 찾아오는 곳이었다. 철원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제비부터 재두루미, 황조롱이 같은 천연기념물까지 소중한 생명들을 만났다. 

 

10년 동안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선임 수의사로 있었던 그는 "동물원의 동물들이 행복할까"라는 질문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한정된 공간에서 사는 동물들을 보살피다 보면 괜히 마음이 편치않고, 안락사를 결정할 때마다 힘겨웠다. 

 

그는 무엇보다 동물권 보장을 내세우며 동물원의 역할은 각 동물 생태에 맞는 시설을 완비해 종의 보전과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고, 야생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동물에게 편히 살아갈 안식처를 마련해 주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동물원을 수익을 만들어내는 곳으로만 인식한다면 섬에 사람을 가두고 노예처럼 부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며, 동물원이 인간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전시장이 아니라 인간이 다른 종의 동물에 대해 배우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자 종족 번식을 돕는 보호처가 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그는 말하는 코끼리로 유명한 '코식이' 사례를 들려준다. 코식이는 입 안으로 코를 넣어 발성기관의 모양을 바꿔가며 사육사의 말을 흉내낼 수 있다. 야생에서 30~40마리가 무리지어 살아가는 코끼리는 끊임없이 소통하는 습성을 가졌는데, 오 원장은 코식이에게 의사소통의 양이 부족하지는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는 코식이가 사육사와 소통할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려고 자신만의 발성법을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자문하며 동물들이 느꼈을 외로움에 대해 미안함을 느낀다.

 

오 원장은 이후 특수동물 전문병원을 열어 토끼와 앵무새, 페럿과 거북이 등 전국에서 찾아오는 동물들을 맞이하고 있다. 촉탁수의사로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도 여러 해양 동물들의 생활과 죽음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다. 손바닥 크기의 마모셋 원숭이부터 집채만한 코끼리와 사자까지 종을 가리지 않고 동물과 일상을 함께 하고 있다. 

 

 

관찰할수록 잘 보이는 동물의 행복, 「우리 곁의 동물은 행복할까」

 

「우리 곁의 동물은 행복할까」(오석헌, 현암사, 2021)는 오석헌 원장이 제기하는 동물권 문제에 대한 에세이다. 

 

그가 말하는 수의사의 임무는 "구하고, 치료하고, 보내는 일"이다. 야생동물구조센터, 동물원, 동물병원, 수족관 등 다양한 현장에서 동물들과 살을 맞대며 함께 희로애락을 겪은 수의사로서의 고민과 좌절의 기록이다. 

 

"동물원에서는 세상에 인간만 존재한다는 감각이 사라진다"는 그의 말처럼 작은 새부터 키 큰 기린까지 다채로운 생명을 지켜보며 경험한 이들의 다양한 생활 방식과 생명의 존엄성을 느낀 과정이 생동감 넘치게 펼쳐진다. 수의사들은 인간 가까이에 살 수 밖에 없어서 인간 사회에 휘말려버린 생명을 치료하기 위해 애쓰며 동물에게 맞는 환경을 마련해 주려 하지만, 때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동물원을 떠나 특수동물전문 동물병원을 연 이후의 이야기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에게 실제적인 조언을 건넨다. 반려동물에게 어떤 가족이 되어야 하고, 보호자로서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지 설명한다. 

 

반려견 '오복이' 이야기는 가족으로서 반려동물의 행복과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오복이는 반려인이 제대로 보살피지 못해 이빨이 모두 빠지고 온몸에 종양이 퍼진 상황에서 동물병원에 온 나이 많은 반려견이었다. 병원 직원들이 극진하게 간호했지만 왼쪽 안구를 적출하고 오른쪽 앞다리를 절개하는 큰 수술을 세 번이나 견뎌야 했다. 오복이는 그렇게 새로운 가족과 행복을 나누며 1년 5개월을 더 살다가 별이 됐다. 

 

 

별이 된 반려견 오복이. 세 차례 큰 수술을 견디면서도 특유의 재밌는 울음소리로 가족들을 웃게 해줬다

 

인간 중심의 세상에서 우리 곁의 동물들에게 있어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오 원장은 극진하게 보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명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곁에 있는 동물이 행복한지 알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의 보호자이기 때문이다. 

 

오 원장의 에세이를 통해 모든 생명이 어제보다 오늘 더 행복하고, 오늘보다 내일 더 행복한 세상이 앞당겨 오기를 기대한다. 작은 생명도 존중하는 것이 오늘날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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