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경 작가의 '달리는 말마' 초대전이 15일 한국마사회(회장 정기환) 말박물관에서 막을 올린다.
전시장을 빽빽하게 채운 작품들 속에는 사람의 표정과 몸짓을 닮은 작가의 말(馬)들이 담겨 있다.
말들은 유쾌한, 때로는 진지한 얼굴로 캔버스 밖의 인간에게 금방이라도 말(言)을 걸 듯하다. 작가가 처음 말을 작품의 소재로 가져온 배경에도 말(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언어소통'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대표작 '말마'는 시리즈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잘 보여주는데 당초 작가가 '말(馬)'을 소재로 삼은 데에는 끊임없이 던져진 '말(言)'이라는 화두가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좌우 반으로 분리된 화면은 작가의 내면을 표현한 것인데, 왼쪽 화면 붉은 실타래 속에 엉켜 있는 검은 말들은 소통의 어려움을, 오른쪽 화면의 장애물을 뛰어넘어 풀밭으로 달려 나가는 흰 말들은 그로부터 해방된 자유를 대조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보통 사람들과 달리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익숙한 화가는 어쩌면 말이나 글로 이야기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진경 작가는 이러한 상황에 처할 때 느꼈던 곤혹스러움이나 복잡한 심경을 이미지로 옮긴 것이다.
인류에게 그림문자가 더 보편적이었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작가의 이러한 표현 방법도 결코 생소한 것은 아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인 '달리는 말씨' 속 달리는 말과 흩날리는 씨앗은 무성한 소문처럼 무심코 내뱉은 말의 폐해를 조심하라는 경구를 떠올리게 한다.
온통 우울하기만 할 것 같은 코비드 시대를 표현한 작품 '마스크'를 보면 소위 '턱스크'를 한 채 맛있게 식사하거나 스포츠로 이겨내고, 그림으로 의료진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하는 우리의 소소하고 반짝이는 일상이 담겨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 속에서 어리석게 죽도록 일만 하다 최후를 맞이한 말, '복서(Boxer)'와 달리 하진경의 캔버스 속 '말마'는 지혜롭다.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여유를 즐기며 스트레스도 풀고 삶을 가꿀 줄 안다. 그 모습은 바쁜 일상에 매몰된 우리에게 가끔은 쉬어 가도 괜찮다는 작은 위안을 전한다.
전시장을 채운 크고 작은 작품들은 코로나19로 2020년에 열릴 예정이었던 전시가 연기되면서 생긴 2년의 공백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가는 작품 속 이야기들이 관람객에게 오롯이 전해지기보다 각자에게 또 다른 의미로도 읽혀질 수 있고 또 그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국마사회 말박물관에서 4월 15일에 막을 여는 하진경 작가 초대전 '달리는 말마' 5월 15일까지 목∼일요일에 열리며 이번 주부터 어린이도 입장 가능하다.
말박물관 어린이 입장이 재개된 것은 2020년 2월 이후 무려 2년 2개월 만으로 어린이를 위한 종이말 접기 등 체험 프로그램도 제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