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필자는 반려동물 분야에 있어 기억할 만한 올해의 날로 8월 28일과 9월 27일, 그리고 9월 28일을 꼽고자 한다.
8월 28일은 '동물보건사' 제도가 도입되어 시행된 날이고, 9월 27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개식용 종식'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날이며, 9월 28일은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28일) 동물약국 플랫폼 '펫팜'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다는 뉴스를 접했는데, 이 역시 앞으로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 기대된다.
동물보건사 제도 시행, 개식용 종식, 변화하는 동물의 지위, 동물약국 플랫폼에 대한 단상(斷想)을 아래에 정리한다.
동물보건사 제도 시행
동물보건사 제도 시행을 앞두고, 한국애견협회와 한국애견연맹 등의 애견훈련 전문가들은 성명을 통해 동물보건사 평가인증 필수전공 교과목에 포함된 '동물행동교정학 실습'의 철회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애견훈련 전문가들의 주장은 동물행동교정은 1학기 과목 이수로 시도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닌 만큼, '동물행동학' 등 다른 전공으로 변경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동물보건사 제도 세부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구성된 TF는 과목 명칭을 '동물행동교정학 실습'에서 '동물보건행동학 및 실습'으로 변경했다.
필자는 동물보건사 제도가 생겨나기 이전의 시점으로 돌아가 보고자 한다. 국내 동물 관련 국가자격증으로는 '수의사' 자격증이 유일했던 시점으로 말이다. 당시 동물보건사는 '수의테크니션'이란 용어로 불렸으며, 수의사 일각에서는 새로운 자격증의 신설을 반대하는 입장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 '동물보건사' 제도 신설이 토의되었고, 이 과정에서 동물보건사 교육과정을 수립하는 TF의 주최는 '사단법인 동물보건사대학교육협회'였다.
물론 동물의 건강과 생명을 현장에서 직접 다루는 자격증인 만큼, 수의사들을 중심으로 TF를 구성하는 것은 옳은 일이다. 하지만 제도 신설 이전에 일각에서 '동물보건사'제도 도입을 반대했던 그룹이, 이제는 그 중심에서 교육과정을 수립했다는 것은 다소 아이러니한 일이다.
'동물보건사' 제도의 도입은 관련 학과들의 신설로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자격증과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할 또 하나의 그룹... 과연 '동물보건사'는 수의학 분야와 펫산업에서 어떤 모양으로 그 입지를 갖추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개식용 종식
한 나라의 대통령이 '개식용 종식'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 인정하기 싫지만, 책 중에는 '개고기'를 민족의 음식이라 추켜세우는 책도 있다. 개식용 종식을 위한 동물권단체의 집회에는 대규모 육견 단체가 그 옆에 포진해 집회를 여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2012년 반려동물에 대한 호기심에 블로그를 막 시작할 무렵, 영국 국회에 '한국의 개고기 식용 반대'에 대한 청원이 올라온 것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었다.
필자는 동물권단체들이 여는 집회에 참석한 적은 없지만 해당 단체 관련자와 대화하며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이해하려 노력했고, 어느 정도는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게 되었다.
동물권,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그들의 행동이 과격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들의 노력이 축적되어, 대통령으로 하여금 '개식용 금지'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만들었다.
'개식용 금지'와 관련 육견단체의 강력한 저항이 있다. 하지만 2012년 필자가 영국 국회에 올라온 청원을 보고 놀랐듯, 우리의 다음 세대들이 똑같은 일로 충격받지 않았으면 한다. 모쪼록 관계 부서는 문 대통령의 지시를 충분히 검토하여, '개식용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변화하는 동물의 지위
9월 28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현행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규정하고 있고, 동물은 이중 유체물로서 물건으로 취급되었다. 그동안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동물피해에 대한 배상이 충분하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동물이 법체계상 물건으로 취급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민법 제98조의2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이 한 문장이 앞으로 우리나라 반려동물 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할 것인데, 이는 민법의 개정은 민사집행법, 동물보호법 등의 개정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문장 이면에는 "동물은 생명이다"라는 뜻이 담겨있다. 물건과 생명의 차이, 이 한 문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 한 시구 처럼, 우리의 반려동물 문화는 이렇게 성숙해 온 것이다.
법(法)은 사전적 의미로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을 의미한다. 이제 비로소 사회적 약자라 할 수 있는 '동물'이 법적 지위를 보장받고 보호받게 된 것이다. 이제 동물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는 몇 안 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될 대한민국... 기쁘지 아니한가!
동물약국 플랫폼
동물약국 플랫폼 '펫팜'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다. 펫팜은 현재 약 900여 개의 동물약국을 대상으로 동물의약품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펫팜은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며 '일반 약국에서 동물의약품을 취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계기로 삼고 싶다'고 말한다.
필자는 2018년 시흥에서 동물의약품을 판매하는 한 약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일반 약국에서 동물의약품을 판매하는 일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해당 약국을 소개했었다.
유튜브에 해당 약국에 대한 영상을 게시했는데, 생각보다 부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요지는 '왜 일반 약국에서 동물의약품을 판매하느냐!'라는 것이었다.
유튜브 영상의 사례처럼, 필자는 펫팜의 크라우드펀딩 소식을 접하기 전까지는, 아직 동물의약품을 일반 약국에서 판매한다는 것이 생소하고 홍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었다.
'일반 약국에서의 동물의약품 판매'... 아직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하는 생소한 분야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크라우드펀딩을 홍보하고 진행하는 '펫팜'의 행보에, '국내 최초'라는 의미를 부여해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걸음마를 떼는 펫팜의 행보를 응원하며, 솔로몬의 지혜로 현실의 난관을 헤쳐나가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