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우리는 노후에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 복지시설이나 요양원 중심의 노인 돌봄 서비스는 한계에 이르렀고, 가속화되고 있는 고령사회에서 노인복지에 빨간 불이 켜졌다. 노인의 삶이 위태로운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시니어 공유 공간'과 '노인 돌봄'에 대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세 명의 할머니들이 있다. 여주시 금사면에 집 한 채를 마련해 할머니 세 명이 함께 살고 있는 이혜옥(68세), 이경옥(68세), 심재식(68세) 할머니들이다.
스스로 <노루목 향기>라는 '시니어 공유 공간'을 만들어 4년짜 함께 의지하며 생활하고 있는 이들의 삶을 통해 '노인 돌봄'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찾아보고 '노후에 행복할 수 있는 조건'들을 모색해 본다.
노후, 누구와 살 것인가
4년 전부터 함께 살아온 세 할머니 집에는 작은 텃밭이 있다. 강아지 3마리, 고양이 2마리, 닭 12마리까지 합치면 모두 20식구가 함께 산다. "친구로 지낼 때는 그렇게 마음이 잘 맞더니, 한 지붕 아래서 식구로 살기 시작하니까 100중에 99가지는 부딪힌다"는 것이 지금까지 살아본 소감이다.
'삼인 삼색'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해,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이들이 선택한 지혜로운 삶의 방식이란 어떤 것일까. 가사노동의 역할을 나누고 개인의 공간과 공동의 공간을 구분하고... 철저히 개인의 생활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함께 살아가기 위한 이들의 좌충우돌 동거방식을 살펴본다.
시니어 공유 공간... "서로 돌봄이 가능한 지혜로운 삶의 방식"
할머니 3인반 중에서 가장 늦게 합류한 사람이 이경옥 씨다. 아들이 서울에서 모시고자 했을 때, 그녀는 거절했다. "서울에는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하소연도 하고, 수다도 떨 수 있는 그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래서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됐을 때, "가끔 아들이 왔다가 서울로 갈 때면, 나 혼자 두고 서울로 가기가 그렇게 마음에 무거웠대요. 그런데 지금은 마음 푹 놓고 올라갑니다" 그렇게 할머니들은 단순한 '식구'를 넘어 '가족'이 되어가고 있다.
이경옥 씨의 손자가 찾아오면 할머니 세 명이 함께 '공동의 할머니'가 된다. 지금껏 결혼하지 않고 비혼으로 지내 온 이혜옥 씨와 심재식 씨는 손자를 가진 할머니의 마음을 가져본다는 것이 새로운 경험이다. 그래서 "앞으로 할머니들이 마을의 아이들을 돌보는 '아이 돌봄' 사업도 펼쳐 볼 예정"이라는 이들은, "시니어 공유 공간에서의 삶은 단순히 생활만 같이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아픔과 기쁨을 나눠 가지며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삶"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살아내고 있는 '서로 돌봄' 방식은 고령화 시대 '어떻게 노인을 돌볼 것인가'를 고민하는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 것일까. 이들의 삶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같이의 가치'를 알아본다.
스스로 만들어 가는 '마을 생활공동체'
고령화에 따른 '농촌 공동화'와 '지역 소멸'을 얘기해야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농촌에 방문 진료와 보건의료서비스, 그리고 혼자된 노인들이 홀로 외롭지 않도록 서로 어울릴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들이 갖춰진다면 어떻게 될까.
관주도형 노일 돌봄 서비스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혜옥 씨를 주축으로 하는 할머니 3인방은 스스로 마을 공동체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프랑스 자수, 난타, 그림 그리기, 천연염색 등등...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수업을 기획하고 그것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자신들의 텃밭을 잔디밭으로 바꾸고 마을 교실로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서 마을 사람들은 그림도 그리고, 전시회도 하고, 공연도 한다. 개인의 텃밭이 마을의 광장이 되는 순간, 이곳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마을 생활공동체가 되었다.
고령화 시대. 비관적인 농촌의 현실과 노인 복지 현주소 앞에서 이들이 실천하고 있는 노인 돌봄의 새로운 모델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노인이 살기 좋은 '노인을 위한 마을'의 가능성을 모색해 본다.
* 방송일시 : 2021년 9월 10일(금) 저녁 10시 50분 KBS 1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