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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뉴스/의정부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의정부를 기록하는 '흔하고 특별한' 전시회, 렛츠고!

by 야호펫 2021.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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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 9일 ~ 12일, 흥선로9(향군클럽 옆)에서 열리는 전시회
  • 의정부 지역작가들이 그려낸 빼뻘마을과 흥선동의 모습 담아
  • '동물과의 공존'에 대한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흔치않은 전시회

 

'흔하고 특별한' 전시회 포스터

 

흔하고 특별한

7월 9일(금)부터 12일(화)까지 의정부시 흥선로9(향군클럽 옆)에서 흔치않은 전시회 '흔하고 특별한'이 열린다. 전시시간은 오후 2시부터 6시이며, 오프닝은 10일(토) 18시에 진행된다. 

 

참가한 작가는 원나래, 왕서현, 김덕원, 박소영, 김동희 등이며, 김덕원ㆍ구경희 작가는 '눈물이 고여있는 솔방울씨'라는 주제로 오프닝 퍼포먼스를 펼치며, 송민정 작가는 오프닝 시 '따스한 날 왔다갔네 그네_2021'이라는 주제로 공연한다.

 

전시회 첫날, '흔하고 특별한' 전시회를 찾았다. '흔하고 특별한' 전시회... 아니다... 이 전시회는 "아주 특별한" 전시회이다. 전시회를 둘러보며, '흔하고 특별한'이 주는 깊은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함께 '흔하고 특별한' 전시회장으로 들어가보자.

 

 

전시회장에 들어섰을 때 보이는 모습

 

아래 첫 사진은 원나래 작가의 '무엄히 산책'이라는 작품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3장의 사진은 왕서현 작가의 싱글채널비디오 '마지막인 것을 안다는 듯이, 다시 또 있을 것처럼'이라는 작품이다. 

 

여러분은 필자처럼, 사전에 아무런 정보 없이 이 작품들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잠시 사진을 보면서 생각해보기 바란다.

 

 

원나래 작가의 '무엄히 산책' (종이에 혼합재료)

 

왕서현 작가의 '마지막인 것을 안다는 듯이, 다시 또 있을 것처럼' (싱글채널비디오)

 

이 작품들 속에는 '만두'라는 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바로 아래처럼...


원나래, '무엄히 산책'

만두의 아빠는 일찍 죽었다. 빼뻘마을에서 만두가게를 하는 사람이었다. 어느날 만두의 아빠는 만두가게에서 죽었다. 만두는 아빠가 죽어가는 모습을 봤다. 그렇게 아빠를 잃은 만두는 다른 가족의 손으로 넘어갔다. 빼뻘마을을 다시 찾아온 건 거진 일년 만이었다.

만두의 동네산책은 오랜만이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와본 동네였다. 푹푹찌는 더운 날이었고, 빛이 바라고 낡고 움직이기를 멈춘 동네같았다. 이 동네에 대한 어떠한 것도 알지 못한대로 그냥 만두의 목줄을 쥐고 만두가 향하는 곳을 따라갔다. 만두는 빼뻘마을 곳곳을 산책하며 냄새를 맡고 영역표시를 하고, 흙 위에 발길질을 하며 동네 한바퀴를 돌았다. 그렇게 만두가 앞장서는 산책을 따라가다 도착한 곳은, 만두가게였다. 만두의 집이었다.

나는 이 작업을 할 때 빼뻘마을을 산책하는 만두의 마음을 추상적으로 그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만두의 마음을 헤아려봤다. 나의 가족이, 사랑하는 사람이, 늘 같이 있던 누군가가, 죽고싶어 하거나, 죽으려 하거나, 죽어가거나 하는 그 순간부터, 오늘을 살아가는 지금까지의 마음을 상상해보고 가늠해보고 느껴보려고 했다. 근데 그게 가능한 것일까. 상상을 해보고 가늠을 해보고 느껴본다는 것은 그럴듯한 추측과 예상이지 않을까.

내가 이 그림에 대해 말할 때, 그 마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헤아려본 척, 그 경험, 기억, 마음이 이 그림이 된 것인 양, 착각하는 믿음으로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았다. 그게 잘못된 그리기라고 단정짓지는 않지만, 진솔하지 못한 작업은 그 허울이 가진 힘도 결국엔 잃게 된다. 유일하게 있는거라곤 그럴듯한 껍데기일 뿐인데, 그것의 의미마저도 상실한다. 

그날의 빼뻘마을에서 내가 느낀 것들 중에서 가장 담백하게 그려볼 수 있는 것들을 표현하고자 했다. 우리는 같은 동네를 산책을 했지만 결국엔 만두는 만두대로, 나는 나대로 한 산책이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랴본다는 것은 어쩌면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날은 그저 무엄히 산책한 날이었다.

왕서현, '마지막인 것을 안다는 듯이, 다시 또 있을 것처럼'

너무 멀리 와버린 지금 가장 가까운 이곳에서 만두에게 다시 주어진 것은 짧은 산책로 정도였다. 만두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덤덤하게 집으로 가는 차에 오른다. 세 시간을 넘게 집으로 돌아가며 단 한 번 짖지 않았다.

김동희, '그 문을 끝가지 밀고 나가'

전시회 첫 날, 전시회장에서 김동희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김 작가로부터 '만두'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고, 작가의 작품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안내 팜플렛에 소개된 김동희 작가의 작품 소개는 다음과 같다.

누군가 있다가 빠져나간 듯 하다. 그러나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누군가 자신을 바라봐주길 기다려왔을까 아니면 그저 조용히 지나쳐가길 바랬을까? 나로써는 알 길이 없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면 보이지 않았을 순간들을 기록하고 싶었다.

 

김동희 작가

 

김동희 작가의 '그 문을 끝까지 밀고 나가' (사진)


김덕원, '20년과 21년의 빼뻘마을'

20년에는 비가 왔다. 사람이 없었고 어쩌면 끝나버릴 거 처럼 막막했다. 21년에는 비가 오지 않았지만 사람이 없지만 여전히 막막하지만 나아진 거도 없지만 끝나버릴 거지만 작년과는 다르다.

 

김덕원 작가의 '20년과 21년의 빼뻘마을' (사진)


박소영, '숲속, 골목 풍경, 고양이 놀이터'

방치된 듯 관리된 모습이었다. 골목도, 숲도, 놀이터도. 동네 사람들, 동물들이 보이던 마을 입구를 지나니 아무도 없는 가게, 부서진 건물들이 드문드문. 아무도 없을 것 같던 조용한 숲속에는 사람들이 물놀이하러 찾아오는 계곡이 아이들이 가득하던 놀이터에는 고양이만 남아 사람을 기다리고 아무도 없어도 이상하지 않고 북적여도 이상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박소영 작가의 '숲속, 골목 풍경, 고양이 놀이터' (사진)


동물과의 공존

의정부 지역작가 5명이 빼뻘마을과 흥선동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전시회, '흔하고 특별한'!

 

작가들의 작품속에는 도시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의정부 빼뻘마을과 흥선동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많은 사진들 곳곳에서 개와 길고양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 모습을 사진에 담아왔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5명의 작가들이 남긴 기록은 아마 의정부의 기억을 지배하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들 작품속에 있는 동물들의 모습


향군클럽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작가들이 기찻길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사진이 게시되어 있다. 김 작가에게 사진 속 장소가 어디인지 물어보니, 바로 옆이라고 알려준다. 

 

 

전시회 중앙에 게시되어 있는 사진

 

'기찻길로 가봐야지' 생각하고 나서는데, 전시회장 바로 옆에 있는 '향군클럽'이 궁금해져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주인균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올해 81세인 주 대표는 30여 년간 향군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그야말로 의정부의 역사 그 자체였다.

 

 

향군클럽 입구 간판

 

향군클럽 주인균 대표

 

경인일보에 소개된 자료는 보여주는 주인균 대표

 

향군클럽 안으로 들어서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이곳에 어떤 곳인지 알게된다. 미군부대 역대 지휘관과 주임원사 사진이 게시되어 있고, 가수 남진과 찍은 사진도 볼 수 있다. 의정부와 미군부대의 30여 년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곳! 그 시간의 발자취를 '향군클럽'에서 엿볼 수 있었다.

 

 

향군클럽 내부 풍경


기찻길

향군클럽을 나오면 그야말로 코 앞에 기찻길이 있다. 높이 솟은 아파트를 향해 뻗어있는 기찻길... 마치 과거와 현재가 오러뱁된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어릴적 기찻길에서 친구들과 놀던 때를 회상하며, 어릴적 추억을 일행에게 들려준다. '그래... 우리는 커가면서 기찻길을 밟아볼 기회가 많지 않았구나,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우리 때처럼 맘대로 기찻길을 걸을 수가 없구나'...

 

콘크리트에 둘러쌓인 환경이 우리의 후세들에게는 철길을 걸을 기회를 주지 않는다. 기찻길을 직접 보면서 '스무살이 협동조합' 얼룩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이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면 좋겠는걸'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아마 전시회장 벽에 게시된 사진처럼 작가들이 이곳을 사진에 담았었나 보다!

 

 

이제는 기차가 다니지 않는 기찻길의 모습


7월 10일(토) 18시, 이곳 전시회장에서 오프닝이 열린다. 오프닝에는 김덕원ㆍ구경희 작가의 '눈물이 고여있는 솔방울씨'와 송민정 작가의 '따스한 날, 왔다갔다 그네' 등이 공연된다. 

 

김덕원ㆍ구경희, '눈물이 고여있는 솔방울씨'

솔방울 눈엔 눈물이 고여있다. 참고 있기 때문. 잘 참을 땐 날카로워 닿으면 배일 거처럼. 못 참을 땐 움츠려져. 손길을 원하는 거 처럼 - 말해버리면 눈물을 참을 이유가 없겠지. 고여있을 필요도 흐를 필요도 없겠지. 그래도 말하지 않을거야

송민정, '따스한 날, 왔다갔다 그네'

햇살이 따사로운 날. 이제 더 이상 기차가 지나가지 않는 길을 따라,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를 따라, 어린 시절로 떠나보았다. 좋아하던 그네가 왔다 갔다 하면서 소리를 삐그덕 내지만 지금 타도 여전히 재미있다. 가끔 이렇게 소리를 따라 어린 시절로 떠났다가 다시 오곤 한다.

'흔하고 특별한'... 멋진 전시회 이름이다. 

필자 나이의 어른이라면 고향에서 지낸 어린 시절 향수를 느낄 수 있고, 콘크리트 속에서 자란 우리의 후세들이라면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전시회는 이제 토요일,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이렇게 나흘의 기간동안 진행된다. 비단 의정부 시민만이 감상하기에는 아까운 '흔하고 특별한' 전시회이다. 

 

저마다의 마음에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흔하고 특별한' 전시회, 그 특별한 현장에 여러분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