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C(미국켄넬클럽)는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hub for resources, ideas, and fun이란 페이지(이하 '페이지')를 만들어,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페이지에는 실내에서 할 수 있는 놀이와 게임에 대한 전문가 조언, AKC TV를 통한 영상, 교육자료, 반려견이 보호자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고 조용히 있게 하는 방법 등 다양한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다.
AKC의 연혁을 홈페이지에서 살펴보면, 2018년에 AKC의 본부가 매디슨가(Madison Ave)에서 101 파크(101 Park Ave)로 이사했다고 나온다. 101 파크 홈페이지에 가보면, 실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AKC 본부가 101 파크에 있다는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미국에서의 AKC의 위상, 미국의 반려동물 문화 등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AKC는 세계 3대 도그쇼 중의 하나인 AKC 도그쇼를 해마다 주최한다. 미국내에서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스포츠나 영화산업을 능가할 정도로 크다. AKC는 그야말로 반려동물 문화의 발전 뿐 아니라 경제적인 부를 창출하는 집단인 것이다.
AKC가 미국내에서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필자는 AKC 홈페이지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AKC의 능력이 필자를 더욱 놀라게 했다.
AKC가 만든 페이지를 살펴보자.
페이지에는 정보와 함께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어, 방문자는 이 콘텐츠들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AKC는 주기적인 뉴스레터 발송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홍보하고 있는데, 필자 역시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도 AKC로 받은 뉴스레터 한 통 때문이다.
뉴스레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We recognize the need for people to stay connected during this trying time. And what better way than through the dogs who stick by our sides throughout all of life's challenges? We encourage you to share what you've read, watched, or tried. Did you learn something new? Or teach your dog a new trick? Share it with us on social media with the hashtag #ThisIsAKC. We can't wait to hear from you. Stay in touch!
AKC는 SNS에 '#ThisisAKC' 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이 읽은 책, 반려견과 함께 할 수 있는 놀이 등의 정보를 공유하자고 보호자들에게 제안하고 있다. 전문가로서의 권위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AKC가 보호자들과의 소통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적인 조언을 들려주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보호자들과 교류를 하고 있는 AKC, 이런 AKC를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AKC의 슬기를 한 통의 이메일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반면 코로나19의 위기상황에 위축되고만 있는 국내의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국내에서 미국의 AKC와 같은 역할을 해줘야 할 곳은 KKF(한국애견연맹)과 KKC(한국애견협회)일 것 같다. 하지만 이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런 소식과 정보들이 없다. 만약 AKC 정도의 조직과 예산이 없어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면, 글쎄 뭐라 할 말이 없다.
'국내 반려동물 관련 단체들이 코로나19 관련 권위있고 전문가다운 모습을 보여줬으면...'하는 것이, AKC 뉴스레터를 받고나서 드는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AKC와의 교류를 통해 AKC의 콘텐츠를 그대로 활용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든다.
필자는 국내 자체의 인프라를 통합해, AKC에 버금가는 페이지를 구축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KKF와 KKC가 중심이 되고, 수의사협회나 동물병원협회가 참여한다면, AKC를 뛰어넘는 페이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재미를 유도하는 부분이 필요하다면, 카페나 밴드 등에 협조해 참여를 유도하면 가능할 것 같다.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정부 기관에 이런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 이는 민간분야 관련기관들이 서로의 재능기부를 통해 협력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은 것이 반려동물 분야의 현실이다. 반려동물 시장이라는 작은 파이를 나눠먹으려다 보니, 협력이 아닌 불신이 앞서는 것이 업계 전반의 분위기이다. 반려인의 한 사람으로서 업계를 바라볼 때 이런 점이 안타깝다.
어쩌면 반려동물 업계는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반려동물 시장에,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과 같은 인물이 등장하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분오열되어 있는 업계를 콘트롤할 수 있는 정부의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업계와 반려인들의 입장을 생각해서 만든 정부 정책이 없기에, 정부에서 뭔가를 제시하면 강한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반려동물 업계는 항상 반려인들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했으면 한다. 코로나19의 현 상황에서 반려인들은 AKC가 보여주는 모습을 업계에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겸허히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여기에 반응한다면, 반려인들은 그 기관이나 단체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AKC로부터 받은 한 통의 편지... 부러우면 지는 것이다.
우리 반려동물 문화의 우수성을 남들이 부러워하도록, 반려인들로부터 사랑받도록, 다같이 힘을 합쳐봄이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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