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케빈
사진/인스타그램 켭쳐
당신은 누군가를 15시간 동안 기다려본 적이 있는가? 그것도 매일같이 같은 장소에서. 오늘도 수많은 개와 고양이, 다른 반려동물들이 함께 사는 ‘가족사람’을 하루 종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것은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건강한 가족으로 동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2014년 처음 출간됐던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강형욱, 혜다, 2019)는 강압적인 훈련법을 선호했던 반려견 행동교정 전문가 강형욱이 노르웨이 연수에서 얻은 깨달음으로 자신의 실수를 뉘우치며 쓴 반성문 같은 책이다. 첫번째 책인 만큼 책에서 강형욱은 배변교육, 복종훈련, 가족서열 주입 같은 반려견에 대한 기존 상식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을 자상하게 알려준다.
“반려견과 반려인도 실수한다”
수년째 짧은 헤어스타일에 운동선수처럼 단단해 몸매를 가진 강형욱은 외모와 다르게 말투는 몹시 부드럽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개 농장을 운영했다. 농장에서 개는 오로지 번식을 위해서 사육됐다. 소년은 그런 환경이 불편했다.
멋진 개 훈련사가 되겠다고 꿈꾸던 그는 열다섯 살 때 사설 훈련소로 들어가 일을 배웠다. 권투를 배웠지만 체육고 대신 방송통신고로 진학했다. 훈련사가 되겠다는 목표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도 한때는 엄격한 개를 훈련시켰다. 잡아당기면 목이 졸리는 올가미식 개 목줄 ‘초크체인‘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개가 말을 듣지 않으면 혼을 내고 때렸다. 훈련 할 수 없을 만큼 공격적인 개는 안락사를 권유한 적도 있었다.
군 복무를 마친 뒤에는 호주에서 1년 반, 일본에서 6개월, 한국에 들어왔다가 다시 노르웨이에서 3개월 정도 연수를 했다. 노르웨이에서 개 훈련사 안네 릴 크밤(Anne Lill Kvam)을 만난 것은 그의 생각에 큰 변화를 가져온 전환점이었다.
안네를 찾아가 옆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던 때였다. 처음 만났을 때 안네는 강형욱의 어린 시절은 어땠는지, 아버지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는지, 그 때는 많이 슬펐는지 외로웠는지를 물어봤다.
그러고는 “네가 먹는 핫도그를 떨어뜨리면 강아지는 어떻게 할까”라고 물었다. “훔쳐 먹겠죠.”라고 했더니 “왜 훔쳐 먹는다고 생각해? 그러면 너는 강아지를 나쁜 개로 대하겠네? 그런데 사실 개는 땅에 떨어진 것을 먹었을 뿐이잖아. 훔쳐 먹은 게 아니지. 그럼 그냥 먹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다시 강형욱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너는 그때 그냥 말을 했을 뿐인데 엄마가 화를 내셨구나. 슬펐겠다. 너는 그냥 슬펐던 것이고, 엄마는 너를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야. 괜찮아, 엄마도 다 완벽하지는 않아. 실수할 수 있어. 너도 실수할 수 있듯이. 그런데 강아지도 실수할 수 있어. 너나 강아지나 똑같지 않을까? 너는 강아지를 가르치는 사람이지? 가르치는 사람은 화를 내야 해? 왜 화를 내? 너도 실수하는데.”
강형욱은 살면서 한번도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거나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돌이켜보니 모두 자신이 실수했고 교육을 빙자해 학대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안네를 만난 뒤 스쳐 지나가는 개들이 많았는데, 미안해서 많이 울었다.
“반려견 훈련시킨다고 하지만 사실은 사람을 교육한다”
많은 반려인들이 밥 주고 산책하고 목욕하는 시간과 방법부터 사료 브랜드를 결정하는 것까지 반려견의 삶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잊고 살아간다. 그런데도 반려견에게 더 많은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어한다. 반려견을 내 말을 복종하는 대상이 아니라 존중해야 할 한 개체로 인식하는 것이 먼저다.
강형욱은 반려견들이 보이는 문제 행동의 원인을 사람에게서 찾아낸다. 결국 반려견은 반려인과 함께 살기 때문에 반려인이 따를 수 있는 교육 방법을 찾아 많은 고민을 했다.
반려견의 행동은 결국 함께 사는 반려인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데, 가족들이 바꾸려는 의지가 없다면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웠다. 강형욱은 시간이 들더라도 ‘당신의 개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래서 ‘당신이 변한다면 개도 변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반려인도 개부터 변화하면 자신도 변화하겠다는 마음들이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반려견이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려견을 훈련시킨다고 하지만 사실은 반려인을 교육하는 셈이다.
“반려견 훈련사로 가지만 사실은 사람을 교육한다”
지나가다 예쁜 녀석이 눈에 들어와서, 혼자 지내기 외로워서, 어린 아이들의 정서에 좋을 것 같아서, 우리는 반려견 입양을 고려한다.
반려견과 함께 지내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할 것만 같다. 하지만 막상 키워보면 기대와 너무나 다르다. 아무데나 싸고 깨물고 짖고 으르렁거리는 것이 일상이다.
생각 같지 않은 반려견에 지칠 때쯤 몇몇은 다시 헤어질 것을 생각한다. 이렇게 버려지는 개가 1년에 5만여 마리나 된다. 그것도 보호 센터에 등록된 수만 그렇다.
강형욱은 강의에 나서면 “왜 강아지를 키우냐?”부터 묻는다. 그리고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고 말한다. “앉아” “기다려”를 명령하고, 배변교육, 복종훈련, 가족서열 주입을 하기 전에 ‘반려견들이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라’고 조언한다.
많은 반려인들이 자신의 생활을 귀찮게 하지 않는 얌전한 강아지가 착하다고 여긴다. 왜 아무 데나 오줌을 싸는지, 왜 항의받을 만큼 짖는지, 왜 물어 뜯는지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강아지는 그처럼 행동하기 전부터 계속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무심히 강아지가 못된 행동을 한다고 귀찮아 한다. 강아지도 사람과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강형욱은 누구보다 더 많은 반려인이 반려견과 함께 행복하게 생활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입양할 때 강아지의 건강을 살펴보는 것에서부터 성장시기에 맞춘 배변교육, 서열훈련의 진실, 분리불안의 원인, 산책하는 등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개에 대한 상식과 교육 방법 등 반려견이 가족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실질적인 조언들이 실 사례와 함께 담겨 있다.
그들도 우리처럼 아파하고 슬퍼하며 외로워 하고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생명체다. 그런 반려견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새로 나온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일과는 다르다. 그들에게 2년 약정 따위는 없으니까. 섬세한 생명과 함께 하는 일에는 당연히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당신은 개와 함께 살 준비가 돼 있는가? 아직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당신은 개를 키워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