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우리의 삶은 대체 어떻게 바뀔까? 어쩌면 그곳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잿빛 콘크리트 도시보다 좀 더 각박한 세계일지도 모른다.
고양이, 이 작고 느긋하며 보들보들하기 그지없는 생명체들이 완전히 종적을 감춘 땅이라니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러나 여기 고양이는 세상 어느 곳에서든지 ‘있다’고 외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고양이가 없어도 상관없어요, 그곳에도 분명 고양이를 닮은 또 다른 종이 살고 있을 테니.” 담담한 목소리로 쓸어내리는 따스하고도 진솔한 이야기, 그는 바로 네이버 베스트도전에서 연재되는 웹툰 <502호의 묘책>의 작가, ‘치즈 아빠’ 웹투니스트 강승 작가이다.
그의 작품이 네이버 베스트도전 웹툰에 연재되는 <502호의 묘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승 작가는 2016년 거북이북스에서 어린이 만화 <빛나는 소년 데이빛>을 출간한 것을 비롯해 2작년에는 이락에서 <지하실 도깨비 진>이라는 단행본을 출간한 경험 있는 웹투니스트이다.
이런 그가 2016년에 길고양이를 주제로 한 전시회 <고양이 영화와 만나다>를 열었다는 이야기 한 토막을 보태며, 작은 고양이, 평화롭고 느긋한 그 생명체와 강 작가의 인연을 소개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조그만 아기 고양이 한 마리
노란 고양이 치즈, 이 작고 귀여운 고양이에 대해 필자가 묻자 강승 작가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치즈와 만난 지 7년이 넘어갈 즈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이어졌다.
“어느 날 갑자기 우리가 어떤 이유로든 헤어지게 된다면 서로의 사진과 기억으로만 추억하기에는 함께 했던 소중한 시간이 점점 머릿속에서 흐려지지 않을까 하고 말이죠.”
- 강승 작가
센스있는 제목과 더불어 흡사 노란 고양이 ‘치즈’의 진짜 일상을 엿보는 듯 재기발랄하면서도 소소한 에피소드 전개가 정말 누구라도 ‘아빠 미소’를 지으면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 서로 이별을 맞이하기 전에, 고양이와의 추억을 일기처럼 남기고 싶어 시작했다는 그의 웹툰 <502호의 묘책>은 바로 이러한 까닭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이 웹툰은 본래 노란 고양이 치즈와 강승 작가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추억하는 일종의 ‘그림일기’였던 셈이다.
마냥 서툴기만 했던 ‘집사’ 노릇이 손에 익게 되기까지
강승 작가와 치즈가 함께 하는 동안 참으로 많은 사건도 이야기도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웹툰 <502호의 묘책>은 바로 이러한 강승 작가와 치즈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풀어내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입가에 웃음을 머금을 수 있게 한다. 무엇보다도 필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은 본래 키웠던 생물은 ‘병아리와 방울토마토뿐(63화 <고양이를 키우게 되기까지는 각자 사연이 있는 법2> 참고)’이라던 강승 작가가 어떻게 오늘날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만렙 집사’로 성장할 수 있었는가 하는 대목이었다.
물론 강승 작가의 말에 따르면, 그 역시 이런 류의 ‘만렙’을 쌓기 위해 나름의 고난과 역경을 그 역시 충분히 겪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강승 작가가 오늘의 만렙 집사로서 영광을 누리기까지 결코 잊을 수 없는 고마운 스승냥, 치즈와 꽁치의 이야기를 담은 챕터 <고양이를 키우게 되기까지는 각자 사연이 있는 법>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언젠가는 따뜻하고, 또 하루는 슬퍼도 잊지 말자
점점 도시화가 진행되고, 그 가운데 생태계의 많은 부분이 옛날과는 달리 변화한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을 수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우리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해야 하는, 하기로 한 일과 그 대상에 대해 ‘책임 의식’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승 작가는 강조했다.
“사실 ‘주인’이나 ‘아빠’ 같은 호칭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단어가 만들어 내는 이미지와 소리보다는 책임감을 온전히 느끼냐는 그 사실이 중요한 것이죠.”
- 강승 작가
강승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필자는 생각했다. 이른바 ‘고양이’와 우리 인간이 느끼는 시간이 전혀 다르고, 고양이에게 주어진 시간이 우리보다 훨씬 짧다는 그 슬픈 사실을 우리가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그렇기에 이 생명이 오롯이 우리에게 온 것에 감사하며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 그리고 책임을 상기한다면, 그만큼 고양이와 우리의 ‘공존’이 이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과제라는 사실은 가랑비에 옷 젖듯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서 당연시되리라.
Q. ‘치즈’와 작가님의 일상 속에서 서로의 ‘소중함’에 대해 언제 더욱 크게 다가오시나요?
A. 쉬는 날에, 치즈와 둘이 마룻바닥에 같이 드러누워 있을 때면 저는 가장 행복합니다. 그 녀석이 정말 저에게 있어 가장 소중하다는 사실을 그때마다 늘 깨닫게 되지요. 또 밤늦게 일을 마치고 집에 가 현관문을 열 때 녀석이 달려와도 정말 기분이 좋아집니다.
고양이란 그런 것이다. 곁에 있는 듯 없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사람의 발치에 다가와 고개를 갸웃하고, 그렇게 사람을 웃게 하는 사소하고도 소중한 존재, 이 사실을 강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새삼 다시 되새기며, 마지막으로 귀여운 노란 고양이 치즈와 ‘치즈 아빠’ 강승 작가가 언제나 늘 함께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들의 진솔담백한 그림일기, 네이버 베스트도전 웹툰 <502호의 묘책>이 앞으로도 서로의 추억을 나누고 간직하는 따뜻한 보석함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그대의 마음에 깃든 작은 고양이를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