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축생의 몸이지만 부처님 인연으로 만나 부처님 말씀을 들으며 저와 더불어 생활하고 있죠"
해인사로 유명한 불교 문화의 고장, 경상남도 합천군. 합천을 대표하는 명산 중, 유독 '바위산'으로 이름이 난 산이 있다. '산 전체가 속이 비어 있다' 하여 이름 붙여진 '허굴산'이다.
이 산 중턱에서 특별한 수행을 이어가고 있는 용탑 스님 (57세). 스님의 수행은 바로 돌탑 쌓기다.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따라 5m가 넘는 거대한 돌탑 수백 개를 직접 쌓아 올려왔다는 스님. 산에 흩어진 바위를 모아, 직접 나르고 쌓는 고행을 하루도 쉬지 않고 이어 왔다.
부처님을 모시는 마음으로 돌탑을 쌓아 올리길 10년째, 온통 바위뿐이었던 이곳은 수백 개에 달하는 탑들이 모인 산중 사찰이 되었다.
이곳엔 돌탑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또 있다. 바로 스님의 곁을 지키는 견보살 남매, 허불(수컷 4세) & 허굴(암컷 4세)이다. 절이 있는 허굴산은 '허불산'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데 두 녀석이 사찰을 지키는 수호 신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각각 붙여준 이름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스님과 모든 일상을 함께 하는 허불, 허굴 남매. 붕어빵처럼 똑 닮은 두 녀석이 속세에까지 소문이 난건 다름 아닌 녀석들의 특별한 재주 때문이다. 바로 합장과 절하기. 스님이 "합장~"을 외치면 앞발을 가지런히 모아 들어 올리고, "절~"을 외치면 앞발을 바닥에 뻗고 고개를 숙여서 마치 절을 올리는 자세를 취한다.
'허굴산 합장견 남매'로 이름이 나며 두 녀석을 보러 오는 불자들도 부쩍 늘어났다고. 돌탑 쌓는 스님과 귀여운 수행견 남매의 사찰 라이프는 어떤 모습일까?
"저는 그냥 자연 그대로, 편안하게. 유별난 게 아니라 내가 생활하듯이 허불 허굴도 편안하게 같이 더불어 생활합니다"
아침 예불로 하루를 시작하는 용탑 스님. 물론 예불 시간에도 허굴ㆍ허불이가 함께다. 각자 지정석에 앉아, 공손하게 합장과 절을 하는 녀석들. 그런 녀석들이 스님 눈에는 그저 기특하기만 하다.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합장과 절을 잘할 줄은 몰랐다. '절에 사는 개니까, 한 번 시켜볼까?' 싶은 마음에 몇 번 가르쳐줬을 뿐인데. 곧잘 따라 하더라는 두 녀석. 스님 눈에는 불굴 남매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천재견. 부처님이 보내주신 고마운 인연처럼 느껴진단다.
신통방통 '불굴' 남매와 용탑 스님의 인연이 시작된 건 4년 전. 한 방문객이 인근 고속도로에 유기된 강아지 두 마리를 발견해 스님에게 데려왔고 첫눈에 둘에게 반한 스님은 평생 두 녀석을 품어주리라 결심했다.
비록 속세에 사는 반려견들처럼 비싼 옷이나 간식을 사주지 못해도 허굴산의 아름다운 자연을 선물해주고 싶다는 스님.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를 함께 느끼는 순간순간이 스님과 불굴 남매에겐 일상의 수행이자, 행복이다. 온 산이 신록으로 물든 계절, 스님과 두 견보살은 또 어떤 수행을 할까?
"둘 다 극락세계로 바로 왕생했으면 좋겠어요. 허불, 허굴이가 수행을 통해 생사해탈을 했으면 좋겠다 바라고 있죠"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허굴산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바로 허불, 허굴이에게 합장과 절을 배우러 온 어린이 불자들이다.
능숙하게 합장 법을 시범 보이는 것은 물론, 구석구석 돌탑 명소 안내까지! 각자 맡은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견보살 남매. 이 기특한 녀석들을 위해, 스님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오직 '불굴' 남매만을 위한 세상 딱 하나뿐인 돌탑을 쌓아주기로 한 것. 비록 동물로 태어났지만, '늘 수행하는 마음으로 살아라'라는 마음을 담아 돌탑을 쌓기 시작하는 스님. 드디어 완성된 '허불 허굴' 탑을 본 녀석들의 반응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