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업계 대표자 한 분으로부터 "취재하러 다시면서 현장에서 느낀 반려동물 분야에 대한 소감이 어떤가요. 반려동물 분야에 있어 부족한 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조금 어려운 질문이기는 했어도 평소 느꼈던 점에 비추어 "예, 반려동물 분야에 있어 부족한 점은 구심점이 되는 뭔가가 없다는 점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또한 "2019년 한국펫산업연합회 출범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당시 그 연합회가 출범했다면 반려동물 분야에 있어 구심점 역할을 했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했다.
2019년 당시 한국펫산업연합회 출범을 위한 논의에는 (사)한국펫산업소매협회의 주최로 (사)한국애견협회, (사)한국고양이연맹, (사)한국동물장례협회, 한국동물병원협회, 서울시수의사회 등의 단체장 및 임직원들이 참석했었다.
하지만 2019년에 추진했던 연합회는 무산되었고, 그 후로 2년이 지난 현재 '한국반려동물산업관련답체협의회(이하 협의회)'가 11월 19일 고양 킨텍스에서 발대식을 갖고 출범했다.
새로이 출범하는 협의회에는 대한수의사회, 한국동물보건사대학교육협회, 한국동물약품협회, 한국애견연맹, 한국애견협회, 한국펫사료협회, 한국펫산업소매협회 등 7개 단체가 참가했다.
업계 대표자분과 나눈 대화처럼 협의회가 반려동물 분야에 있어 구심점 역할을 해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하지만 협의회는 그 시작에서부터 모두를 위한 구심점이 아닌 특정 단체만을 위한 구심점임을 밝히고 있다.
'펫산업 7개 단체 힘 합친다... 정부 폭주 제동 걸릴까'... 펫헬스(2021. 11.10)
11월 10일자 펫헬스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협의회는 '국내 반려동물 산업의 정책ㆍ제도 수립을 주도해 온 정부와 동물권단체들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협의회 출범의 의지가 담겨있다. 협의회 활동은 정부 및 동물권단체들과 대립각을 세우며 진행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협의회 출범의 취지를 살펴보면, 자신들의 이해 관계를 위한 내용이 우선이고 반려견을 위한 사항은 찾아보기 힘들다. 과연 '반려인의, 반려인에 의한, 반려인을 위한' 입장은 누가 대변해야 하는 것일까?
협의회 출범을 보면서 반려동물 분야는 '정부 및 동물권, 협의회, 그리고 반려인이라는 삼분법에 따라 나누어야 하는가'라는 의구심마저 생긴다.
반려동물 문화의 주인인 반려인은 철저히 배제된 채,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겠다는 협의회의 출범... 그래서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게 다가온다.
전쟁사를 살펴보면, 전쟁이 발생하는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중 흥미로운 원인으로 '리더의 성향'을 꼽을 수 있다. 대화와 협상의 결렬 등으로 인해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것이 무력에 의한 전쟁이다. 보통은 '전쟁의 원인'하면 이러한 내용들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비이성적인 리더 한 사람으로 인해 전쟁이 발발한 사례가 많음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리더의 건전하지 않은 사고와 결정으로 전쟁이 발생하고, 한 국가의 존망이 위기를 맞았던 것이다.
반려동물 분야를 이야기 하면서 전쟁사에 나오는 전쟁의 원인을 이야기하는 것은, 협의회 구성단체 리더들의 모습이 불현듯 떠오르기 때문이다.
협의회를 구성하는 단체들은 협의회 출범 전 그리 우호적인 관계들이 아니었다. 어찌 보면 하나의 사안을 놓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었다. 그런 단체들이 공공의 적으로 '정부와 동물권단체'를 표명하며 하나로 뭉친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각 단체 리더들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했으리라 필자는 생각한다.
과거 각 단체들이 서로 반목하고 대립을 했다 하더라도, 다시 화해 무드로 돌아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협의회 출범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공공의 적'을 상대하겠다는 협의회 출범의 취지다. 과연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진정한 협의회는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일까?
지금 하는 이야기가 일반 반려인들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반려인들의 권리는 철저히 외면당한 채,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에 의해 정책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겪게 될 것이다.
필자는 협의회의 주장처럼, 평소 정부가 주관하는 정책회의에 동물권단체 구성원들이 많이 참석하는 모습을 보며 아쉬움도 느꼈었다. 협의회가 생각하는 것처럼 정부는 한쪽에 치우친 의견이 아니라 다른 쪽 입장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이 '협의회 출범'과 함께 현실에서 구체화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는 정부가 주관하는 정책 회의에 동물권단체 뿐 아니라 협의회에 참가한 단체들의 의견도 수렴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반려동물과 하루하루 생활하는 반려인들의 의견도 반영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려인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그런 모임을 구성할 형편이 못된다. 그저 정부가 결정한 사항을 따르기만 할 뿐이다. 반려인들을 위해서는 올바른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텐데, 현재의 모습으로는 반려동물 산업과 관련된 단체, 그리고 동물권단체의 목소리만이 정책에 반영될 형세다.
반려동물 산업 관련 단체, 동물권단체... 글쎄 이 들 모두 반려인들이 생각하는 점을 대변하는 데 있어서는 거리감이 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이합집산한 새로운 단체, 철저하게 이해관계에 따라 뭉친 모임을 보며 한 편으로는 '이들도 정치를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다보니, '반려인들이 믿고 의지할 곳은 그래도 정부밖에는 없구나'하는 결론에 도달한다. 정부는 이제 협의회나 동물권단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협의회는 그동안의 '서러움'이 있었기에 해묵은 서로간의 감정을 접고 함께 뭉쳤다. 정부는 그런 그들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들어주는 포용력과 함께, 정책 결정의 중심에는 항상 반려인들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분야 역사에 있어 터닝포인트가 될 협의회의 출범에 즈음하여... 정부를 비롯한 협의회와 동물권단체, 이들 모두가 반려인을 중심에 두고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해주길 기대한다.
필자에게 질문했던 업계 대표분을 다시 만나면 뭐라고 이야기하면 좋을까. 아마 이렇게 이야기할 것 같다. "협의회 출범은 대표님과 얘기 나눴던 것처럼 반려동물 분야에 있어 하나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반려인을 위한 그 뭔가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