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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동물권과 지역 주민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제주동물테마파크' 이야기

by 야호펫 2020.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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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5일(화),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생물다양성 보전과 현대 동물원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이 열렸다. 이글에서는 발제자들의 발표 및 토론자들의 토론내용을 소개한다. 이날 심포지움은 '제주도 선홀2리 제주동물테마파크 건설'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심포지움을 주최한 녹색당 동물권위원회(준) 등의 주장이 심포지움에서 토론되었고, 이글에는 관련 내용을 실었다. - 편집자 주 -

 

  • '생물다양성 보전과 현대 동물원의 방향' 심포지움 현장스케치

 

심포지움에서 '여는 말씀'을 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이상돈 국회의원

 

2019년 10월 15일(수),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생물다양성 보전과 현대 동물원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이 열렸다. 행사는 바른미래당 이상돈 국회의원과 서울시의회 권수정 의원의 '여는 말씀'을 시작으로 발제자 3명의 발표, 5명의 토론에 이어, 자유토론 순으로 진행되었다. 

 

 

이형주 대표 발제 (동물원, "과거, 현재, 미래")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의 이형주 대표는 <동물원, "과거, 현재, 미래>라는 내용을 발제했다. 이형주 대표는 ▲동물원이란? ▲동물원의 기능 ▲"동물원 = 보전?" 계속되는 논란 ▲동물원에서의 동물복지 ▲우리나라 동물원 관리의 현실 등의 순으로 발표했다. 

 

동물원의 기능은 오락(Entertainmaent), 교육(Education), 연구(Research), 종 보전(Conservation) 등의 기능이 있다고 한다. 이 기능 가운데, 종 보전에는 서식지 내 보전과 서식지 외 보전이 있다고 한다. 동물원은 서식지 외 보전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동물원의 '종 보존' 기능에 대해, "동물원 = 보전?"이라는 계속되는 논란을 설명하며,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졌다. 

 

  • 동물원은 멸종위기종 동물만 전시하는가?
  • 동물원은 보전에 충분한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가?
  • 동물원은 야생에 서식하는 동물은 포획해 전시하지 않는가?
  • 돌아갈 서식지가 없는 상태에서 멸종위기종 인공증식이 의미가 있는가?
  • 보전(야생개체수 회복)이 목적이라면 왜 동물원은 서식지에 근접해 있지 않는가? 또는 왜 서식종 중심으로 전시하지 않는가?
  • 동물원 내 인공증식이 보전에 기여하는 정도를 평가할 척도가 있는가?

 

물론, 객관적 데이터가 보여주는 결과값은 '그렇지 않다'이다. 이말은 곧 동물원의 기능으로써 '종 보전'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동물원이 생물다양성 보전 역할을 수행할 기반이 마련되어 있는가?"... 우리나라 동물원 관리의 현실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자고 이대표는 말한다. 

 

이형주 대표는 동물원의 미래를 제시하는 맺음말과 함께 발제를 마쳤다. 

 

"우리는 야생동물과 어떤 관계를 가질 것인가?", 법제도 개선 - 허가와 검사를 기반으로 한 선진적 관리제도 도입, 전시동물 서식환경과 복지개선 - 복지는 개체 별로 고려되어야, '관람 중심에서 보전 중심으로' - 동물원의 기능 전환, 동물 증식 중심이 아닌 생태계 중심의 보전, 공익적 기관으로서의 동물원 - 생물다양성 보전 교육 책임, 야생 복귀가 불가능한 동물은 어떻게 할 것인가?


김산하 사무국장 발제 (동물의 집에 동물원을 짓는다는 것)

 

생명다양성재단 김산하 사무국장은 '동물의 집에 동물원을 짓는다는 것'에 대해 발제했다. 김산하 사무국장은 '문명은 의미계이고, 자연은 실재계'라고 말한다. 또한 올바른 자연의 재현은 '자연을 토대로 했을 때 정립 및 정당화된다'고 말한다. 

 

'동물을 감상하려고 동물을 죽인다면?'이라는 말과 함께, '보려는 그 동물을 죽이다', '보려는 그 동물을 천천히 죽이다', '보려는 그 동물과 자연 전체를 죽이다'에 대해 설명했다. 

 

동물을 박제로 만들어 걸어두는 인간의 모습... 야생의 본능을 다 잃은 채 동물원에 갇쳐 천천히 죽어가는 동물들... 그런 동물들을 보기 위해 자연을 훼손하고 동물원을 짓는 안타까운 현실... 다소 강한 문장 속에 많은 의미들이 내포되어 있었다. 

 

'이미 버젓이 동물의 터전인 곳을 동물이 주제인 공원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의 고유하고 소중한 자연을 희생물로 동물과 생명의 이야기를 팔겠다는 파렴치한 모순'이라고 말한다. 

 

김산하 사무국장은 '곶자왈'에 대해 설명했다. 곶자왈은...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의 독특한 지형, 나무와 덩굴식물, 암석 등이 뒤섞여 어수선하게 된 곳을 일컫는 제주도 방언'이라고 한다. 

 

김산하 사무국장은 제주동물테마파크 건설을 추진하는 '대명'에서 발표한 환경영향평가 결과와 '제주환경운동연합, 곶자왈사람들, 생명다양성재단 연구팀'의 조사결과를 제시했다. 

 

  • 사파리월도 환경영향평가 : 조류 22종, 양서파충류 6종 기록, 멸종위기종 언급 없음
  • 제주환경운동연합, 곶자왈사람들, 생명다양성재단 연구팀 조사 : 조류 34종, 양서파충류 9종, 멸종위기종 7종 이상, 제주 고유종... 조사된 종 거의 전부가 멸종위기종, 채집불가종, 천연기념물, 국가적색목록위기종, 제주고유종

 

김산하 사무국장은 제주 선홀2리에 동물원을 건설하는 것은 '석굴암에 동굴테마파크를 짓는 격'이라고 비유했다. 다음은 발제에 대한 맺음말이다. 

 

'동물의 집에, 동물원을 짓는다는 것, 외국의 동물로 채운다는 것... 동물과 자연을 세 번 죽이는 것'이다. 


이현정 본부장 발제 (제주도의 지속가능한 생태계와 경관을 위하여)

 

이현정 정의단 (전)지속가능한 생태에너지본부장은 '제주도의 지속가능한 생태계와 경관을 위하여'에 대해 발제했다. 이현정 본부장은 ▲최근 15년, 제주의 변화 ▲곶자왈과 지하수 ▲제주의 지속가능성과 경관, 그리고 생태계 서비스의 순으로 발표했다. 

 

 

2004년과 2010년 제주의 토지피복을 비교설명하는 이현정 본부장

 

이현정 본부장은 제주의 골프장 증가에 따른 '토지피복'의 변화를 제시했고, 제주에 있어 '곶자왈'의 의미를 데이터 제시와 함께 설명했다.

 

대명동물테마파크 사업예정지인 선흘2리 지역의 곶자왈의 오염은 제주 지하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을 데이터와 함께 보여주었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경관생태학적 관점'에서의 접근을 제시했다. 


토론자들의 모습(좌로부터 우희종 서울대 교수(좌장), 고은영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이상영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 전진경 카라 상임이사, 김기범 경향신문 기자)

 

발제자들의 발제에 이어 5명의 토론자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토론의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이상영 (선흘2리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

 

'선흘2리와 열대 사바나 지역의 기후 비교를 통한 대명 제주동물테마파크 사업의 문제점 고찰' → "대명의 주장과는 달리, 선흘2리 기후는 열대 사바나 지역 기후와 같지 않다"

 

선흘2리는 제주, 서귀포 지역과 평균 기온과 강수량에서 차이가 난다. 선흘2리를 제주나 서귀포의 기준으로 고려하면 안된다. 

 

  • 평균기온(선흘2리 / 제주 / 서귀포) : 13.7℃ / 16.1℃ / 17.2℃
  • 평균강수량 (선흘2리 / 제주 / 서귀포) : 2585mm / 1498mm / 1897mm

 

선흘2리와 세렝게티 지역(열대 사바나)의 기후 비교.. 비교항목의 각 값이 차이가 크게 나타난다. 선흘2리는 열대 사바나 기후와 틀리다. 

 

 

전진경 (동물행동권 카라)

 

'선흘리의 위대한 자연은 그 자체가 보전되어야 할 절대적 테마' → "제주동물테마파크 건설의 위험한 행보를 멈추는 데 힘을 보태겠다"

 

체험동물원인 '주렁주렁'이 하남, 일산, 경주, 영등포에 이어 또 개장을 앞두고 있다. 제주는 생물다양성으로 보전 가치가 막대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에 사파리형 동물테마 파크가 조성하겠다고 한다. 조천읍 선흘리 58만㎡ 부지에 난데 없는 사자, 호랑이, 원숭이, 곰, 얼룩말, 코끼리 등 약 20종 530여 마리를 사육하고 관람하는 공간과 호텔, 글램핑장 등을 조성하는 사파리 형태의 테마파크를 추진한단다. 

 

포장과 규모만 다를 뿐 주렁주렁과 제주동물테마파크는 정확히 같은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는 동물들의 복지는 실종되고 자본과 이익에 휘둘려 지역 정서를 훼손하고 수 천만년 이어져 온 고귀한 생물다양성이 직,간접적으로 침해된다. 

설악산을 지키기 위한 박그림 선생님, 그리고 녹색연합과 동물권진영, 그리고 많은 시민들의 노력이 환경부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부동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주렁주렁도 제주테마파크도 그 위험한 행보를 이제 멈춰 마을 주민들과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할 것이다. 

 

 

고은영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제주국제자유투기도시 속 '녹색 자치 리부트'가 생물 다양성을 살릴 것' → "낡아빠진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 등 녹색 자치가 견인하는 정치의 변화, 그것이 제주 생물 다양성 보존으로 이어져야 한다"

 

제주의 가장 큰 자산인 생물 다양성은 국제자유'투기'도시를 조성하는 수단이 되고 있으며, 동시에 위협받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설치및국제자유도시조성을위한특별법'... 전국 곳곳의 경제특구와 마찬가지로 제주도 역시 국제자유도시로 분류되어 내외국인의 투자를 유치하고 관광을 진흥하는데에 특화된 법률이다. 이 법과 관련한 모든 권한은 도지사에게 있다. 

 

투자와 관련 다양한 조세감면 혜택이 있다. 

 

개발사업장 및 투자진흥지구 조세감면 : 법인세, 소득세, 취득세, 재산세, 각종 부담금 면제, 국공유재산 임대 등

우리 사회 전체가 수십 년 간 서서히 잃어왔던 녹색 자치 운동의 새로운 장이 제주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오늘의 이 자리가 그 고리를 이을 장이 되기를 바란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생물다양성과 제주 생태환경' → "시민의 힘으로 제주의 생태계를 지켜가겠다"

 

생물다양성을 자랑하는 제주지만 개발로 인한 생물종 서식지의 훼손과 파괴는 끊이지 않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다양한 생물종은 제주도가 가장 추천하는 제주의 관광자원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제주의 환경을 테마로 한 관광을 위한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자연환경과 생물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 세계에서 제주에만 자생하는 멸종위기종의 대표 식물군락지는 골프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있다, 없다 숨바꼭질 하듯이 멀쩡히 서식하던 보호종들은 환경영향평가만 받으면 서식하지 않는 것이 된다. 

 

바뀔 것 같지 않던 이러한 구조화 정책들이 근래에 와서 변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는 대규모 개발사업의 철회로 이어지는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시민의 힘으로 제주의 생태계를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김기범 (경향신문 기자)

 

'해외 동물원을 통해 보는 동물원의 목적과 기능' → "불가피하게 동물원을 만들어야 한다면 생물다양성을 위해 해외 동물원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음"

 

생물다양성을 위해 동물원을 짓지 않는 것이 최선책! 만약 동물원이 국내에 생기게 된다면, 해외 동물원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스위스, 독일, 일본 등의 동물원 소개... 종 보전을 통해 야생에 방사, 자연과 최대한 유사한 환경을 조성, 도심의 생물다양성 복원 등

 

"해외의 한 동물원에서는 동물원이 생긴 후 동물원 내에 존재하는 종의 수를 측정했는데, 의외로 생각지 못했던 많은 종들이 존재하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동물원이 생긴 후, 동물원에는 전시동물 뿐 아니라 다양한 종이 있다는 걸 증명한 사례라 할 것입니다. 동물원이 생명다양성을 위해 노력한다면, 이 동물원의 경우처럼 최소한 이러한 노력들을 해야만 할 것입니다."

 

김기범 기자는 발표를 통해 제주의 테마파크에 국한되는 내용이 아닌 미래의 동물원의 모습을 제시했고, 그 모습은 '동물원'으로서 제 기능을 발휘하는 동물원의 모습이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발표에 이어 자유토론이 진행되었다. 참석자들의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졌고,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이에 답을 했다. 이날 심포지움에는 선흘2리 주민들이 많이 참석을 했다. 또한 대명제주동물테마파크 관계자도 참석을 했다. 

 

심포지움에 참석한 KBS 기자의 질문 가운데, "테마파크를 추진하는 대명 측의 입장은 어떠한지요?"라는 내용이 있었고, 이에 좌장인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이 자리에 대명의 관계자분도 자리해 계십니다."라고 답을 했다. 계획된 심포지움 시간이 다 되어, 대명측의 입장은 듣지 못했지만, 궁금한 사항에 대해 답변해 줄 것을 약속했다. 

 

'생명다양성 보전'과 '동물원'에 관한 심포지움... 수면 위로 떠오른 뜨거운 감자는 '제주동물테마파크'와 관련한 사항이었다. 제주를 떠나 서울로 로 올라온 선흘2리 주민들의 모습... 경제적 가치로만 미래를 설계하지 않고 자연과 온전한 생태계 지켜가고, 후대에 물려주려고 하는 주민들의 모습... TV나 매체를 통해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날 심포지움을 통해 접한 내용은 어찌보면, 한쪽의 얘기만 들은 것일 수도 있다. 기회가 된다면 테마파크를 추진하고 있는 '대명'측의 이야기도 듣게 되기를 기대하며 심포지움 현장스케치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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