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의 역사를 지닌 곳, 반려견과도 함께 갈 수 있는 공간... 오늘은 애견동반카페, '칠성조선소'를 만나러 청초호로 향한다.
차로 칠성조선소에 도착하니 주차장이 별도로 없다. 칠성조선소 방문이 초행길이라면, 조선소 옆에 있는 '석봉 도자기 미술관' 앞 공영주차장에 주차할 것을 추천한다.
차를 주차하고 조선소 입구에 도착했다. 출입문 너머로 바다가 보이고, 입구 왼쪽으로는 건물이 한 채 보인다.
출입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정면으로 청초호가 보이고 그 앞으로는 배를 만들어 진수했을 공간도 보인다.
앞으로 조금 걸어가니 '칠성조선소'에 대한 소개글이 있다.
칠성조선소는+++
1952년 '원산조선소'라는 이름으로 지금에 자리에 문을 열었습니다. 2017년 8월까지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배를 만들고 수리하여 바다로 보내는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2월 칠성조선소는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문을 열었습니다. 공간은 살롱, 뮤지엄, 플레이스케이프, 오픈 펙토리 네 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952년에 문을 연 조선소...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곳을 지킨 조선소구나!'
'칠성조선소'에 대한 소개글을 읽은 후 입구에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본다.
건물 벽에 칠성조선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설명되어 있다.
Transition / Tradition
원산조선소-칠성조선소
1952-2017, 65년의 시간
<칠성조선소> 시간의 이야기를 담은 아카이브 'Transition / Tradition'.
1952년부터 원산조선소-칠성조선소로 이어진 65년, 조선소 운영을 맡아온 3대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여러 목수분들, 기계와 전자장비를 다루는 전문가들의 삶이 조선소에 머물렀습니다. 이 삶의 이야기들은, 이곳 공간과 함께 조선소가 운영되는 동안 일일이 숫자를 세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았을 만큼 많은 배들에 그분들의 손길로 나뉘어 담겨 속초 가깝고 먼 바다 곳곳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배를 만들고, 수리하고 해체하며 조선소를 거쳐간 많은 사람과 사연으로 만들어진 자료를 소개합니다. 배를 만들기 위해 선체의 모양을 실물 크기로 전개하는 현도 작업 전 나무에 직접 그린 도면과 선박들의 치수나 무게 등의 성능과 특성을 일일이 손으로 적은 '선박제원'과 '선박용어', 그리고 65년이라는 시간동안 켜켜이 쌓아 온 여러 흔적과 손때 묻은 기록들입니다. 아쉽게도 2002년 태풍 루사의 피해로 많은 자료들이 손실되었지만, 현재 보존되고 있는 귀한 자료들을 함께 나누어 봅니다.
동해안의 최대의 어획량을 자랑하던 속초도 세월이 지나 물고기도 배도 많이 줄었습니다. 현재는 칠성조선소 레저선박부가 독립하여 만든 브랜드 와이크래프트보츠가 조선소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칠성의 시대 가치와 새로운 꿈을 이어가려는 3세대의 노력으로 그들의 방식에 맞춰 변화하고 있습니다.
글을 읽고 있자니, 이곳 칠성조선소에서 배를 만들던 분의 모습이 그려졌는데, 쇠를 두드리는 망치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직원들이 휴식했을 휴게공간이 보이는데, 나도 잠시 앉아 쉬어간다.
잠시 쉬었다 밖으로 나오니 오른쪽으로 건물 한 채가 보인다. 어떤 곳일지 궁금한데, 문이 열려있어 안으로 들어가 본다.
이곳은 동네책방 '완벽한 날들'인데, 예전 조선소 관계자들이 살던 사택을 개조한 건물이었다.
완벽한 날들
산, 바다, 호수로 둘러싸인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서점&스테이 완벽한 날들은 좋은 책과 따뜻한 커피, 그리고 편안한 쉼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책이 있는 어울림, 책을 통한 만남, 책이 있는 쉼을 지향하며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올 수 있는 문턱 낮은 동네책방입니다.
낯선 관광객을 반갑게 맞아주는 동네책방 '완벽한 날들'... 창밖으로 보이는 청초호 풍경과 어우러져 포근함과 따스함을 선물해 주는 느낌이다.
동네책방 '완벽한 날들'을 나와 배를 만들어 진수했을 공간을 걸어본다. 레일을 따라 조선소에서 만들어진 배가 바다로 미끄러지듯 흘러갔을 공간.
'실제로 배가 바다로 가는 그 모습을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는 공간을 보며, 어렴풋이 칠성조선소의 역동성을 그려본다.
칠성조선소 건물 쪽으로 다시 걸어가 유리에 쓰인 글을 사진에 담는다.
속초에는 배 목수가 있었습니다.
목선은 나무를 다루는 아주 세심하고 세밀한 기술입니다. 나무가 갈라지지 않으면서도 곡선을 이루도록 다루고 틈 사이로 물이 세지 않도록 특별히 가공해야 합니다.
하지만 배의 재료가 달라지고 세월이 변화하고, 더 이상 목선은 잘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문 닫은 <칠성조선소> 공장도 목선을 만들고 수리한 지는 오래였습니다. 목선에서 철선으로, 좀 더 편리한 FRP로, 산업이란 변화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아직 속초에는 배 목수가 있습니다.
양태인, 전용원 두 목수님은 1950년대부터 목선을 만들고 수리하며, 이곳 <칠성조선소>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두 분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니, 조선소의 지난 시간과 속초의 역사가 흘러갑니다.
내부에 전시된 목선은 2018년, 전용원 목수님과 함께 20여 년 만에 재현해 본 작은 목선입니다. 어쩌면 속초의 마지막 목선일 수도 있겠습니다.
영상 | <나는 속초의 배 목수입니다> | 이미지 베이커리
출판 | <나는 속초의 배 목수입니다> 2018, 책읽는 수요일
가구/공간디자인 | 스튜디오 플록
"속초에는 배 목수가 있었습니다."... 마치 옆에 목수분들이 계시고, 그 옆에는 이 분들을 소개하는 안내자가 있는 느낌이다. '있습니다'가 아닌 '있었습니다'라는 과거형 문장에는 어딘가 모를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담겨있는 듯하다.
속초의 배 목수... 과거형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형과 미래형으로도 이어지길 바란다. "속초에는 배 목수가 있습니다.", "속초에는 앞으로도 100년간 배 목수가 있을 예정입니다." 하는 식으로 말이다.
65년의 역사를 간직한 칠성조선소 공간을 둘러본 후, 왼쪽에 있는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카페는 2층으로 되어있는데, 각 층은 손님들로 붐비고 있다. 조선소 공간을 그대로 활용한 카페라 그런지 첫눈에 들어오는 높은 천장이 인상적이다.
커피를 주문하는 사이, 천장을 바라보니 커다란 오버헤드 크레인이 보인다. 많은 이색카페를 다녀봤지만 이곳 칠성조선초처럼 카페 안에서 오버헤드 크레인을 보기는 처음이다.
천장에 설치된 오버헤드 크레인... 전원만 넣으면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며 움직일 것만 같다.
카페 1층에는 반려견을 위한 사료와 간식 등이 판매되고 있다. 직원분께 여쭤보니 1층뿐 아니라 2층도 반려견과 함께 이용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주문한 커피를 받아 들고 2층으로 올라가니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붐빈다. 청초호가 보이는 창가 쪽은 빈자리가 없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다행히 빈자리를 발견, 청초호 풍경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신다.
65년의 역사가 현재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 흔히 접할 수 없는 '조선소'라는 공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설명해주고 있는 곳, 그리고 반려견과 함께 방문할 수 있는 공간... 그곳이 바로 속초 청초호에 있는 '칠성조선소'였다.
칠성조선소 인근에 있는 '엑스포공원'까지는 와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공원 인근에 조선소가 있을 줄은 몰랐었다. 관심을 갖고 찾아보지 않는다면 놓치고 지나갈 뻔했다.
오늘 칠성조선소를 방문해, 조선소가 들려주는 옛 얘기를 맘껏 들은 기분이다.
조선소를 나와 청초호 반대편에 있는 '청초수물회'에 방문에 시원한 물회를 한 그릇 먹는다. 청초수물회에서 바라보니, 칠성조선소의 모습도 보인다. 그래도 한 번 가본 곳이라고 칠성조선소의 모습이 무척 반갑게 느껴진다.
다음 속초 여행 때도 다시 가보고 싶은 곳 '칠성조선소'... 오래도록 우리 곁에서 옛 얘기를 들려주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길 기대하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