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과 동물의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기계가 발명됐다
- 과연 인간이 연 것은 새로운 미래의 문일까, 아니면 판도라의 상자일까
좋은땅출판사가 'HUBRIS'를 펴냈다. 휴브리스(HUBRIS)란 인간의 오만, 지나친 교만, 자기 과신, 오류를 뜻하는 단어다. 이 소설은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게 해 주는 장치를 소재로 인간과 오만과 어리석음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기발하고도 섬뜩하게 그려낸다.
어느 날, 한 기업의 발표가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한다. 바로 인간과 동물이 대화할 수 있도록 해 주시는 기계, MLF를 발명했다는 것이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과 일부 동물보호단체는 이를 크게 반기지만, 한편으로는 미심쩍어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정말 저 조그만 기계가 인간과 동물이 대화를 할 수 있게 해 준다니. 설령 그렇다고 해도 말이 통하면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동물인가, 아니면 새로운 개체인가.
논란 속에 출시된 MLF는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고, 뉴스는 연일 MLF에 대해 떠들기 바쁘다. 신성물산에 다니는 이 대리, 정 과장, 구서희 등도 자신의 반려동물과 대화를 나눌 생각에 잔뜩 들떠 비싼 가격에도 개의치 않는다.
시간이 흘러 MLF 판매 대수가 전 세계적으로 1500만대를 넘고, 세계 곳곳에서는 동물들을 이용한 범죄, 전쟁 동원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지만 MLF를 출시한 WWW!사는 수수방관할 뿐이다. MLF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지만 동물 복지를 부르짖는 목소리와 신기술에 대한 흥분에 밀려 빛이 바래 간다.
한편 자신의 반려견 타이거에 MLF 칩을 이식한 이 대리는 어느 날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과연 아기와 타이거를 함께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이 대리와 아내의 대화를 타이거가 듣게 되는데…
'인간과 동물의 대화가 통한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은 누구나 한 번쯤 해 보았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이나 동화처럼 동물과 인간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이 떠오른다. 실제로 얼마 전에는 '강아지 번역기'가 유행하기도 했다. 실제 효과가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자신의 반려동물과 대화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가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어리석음도 존재한다. MLF를 발명한 WWW!사의 회장과 MLF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MLF가 동물의 복지를 증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멸종위기 동물을 구하고, 동물권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막상 MLF가 출시됐을 때 사람들은 자신들의 반려동물을 훈련하는 데 바빴지, 그들의 진짜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MLF를 자신의 욕심대로 사용하는 잘못을 범하고 만 것이다.
이 소설은 인간의 오만과 어리석음이 초래하는 재앙을 반려동물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실감 있게 그려 나간다. 그리고 묻는다. 우리가 내세우는 '~를 위하여'라는 명분이 정말 누구를 위한 건지, 혹 그 명분이 자신의 욕심을 가리기 위한 위장에 불과한 게 아닌지를 말이다.
HUBRIS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11번가 등에서 주문·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