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자락의 산촌 생활 10년과 그 이전의 일생이 투영된 화첩
도서출판SUN이 김현지 포토 에세이 '취우산에서 10년 그리고 1년'을 출간했다. 이번 포토 에세이집에는 지리산 자락의 산청에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전원생활을 하며 저자가 쓴 10년간의 기록이다.
맑은 공기, 청정한 자연 속에서 지내며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가 피어나는 경이로움을 시인 특유의 언어로 서술해 나간다.
구름 한 점도 도시에서 보는 것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제멋대로 들락거리는 길고양이조차도 사랑으로 보듬어 안는 저자의 시선이 참으로 따듯하다.
빈틈만 보이면 어느새 꽃모종을 심는 남편과 빗방울도 비췻빛으로 내린다는 뜻의 '취우당(翠雨堂)'이란 현판을 달고 행복해하는 아내, 그들이 그려내는 전원생활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건너다 보이는 산에 '취우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날마다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순간순간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에 감탄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글을 읽노라면 독자들도 그곳에 있는 듯 함께 행복해진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곳에 터를 잡은 이웃들과 작은 마을을 이뤄 정성 들여 가꾼 농산물도 아낌없이 나누고, 마음도 나누며 지내는 모습을 통해 잊고 있던 이웃의 정도 되새기게 한다.
마당 한쪽에 산굽이도 쉬어가는 정자 하나 지어놓고, 달도 보고 차도 마시는 저자의 여유로운 삶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경쟁에 치여 사는 현대인들에게 큰 위안을 준다. 한 평 그늘이던 느티나무가 열 평 넘게 자라 올라 녹색 그늘을 드리워주고, 장미가 만발한 울타리 안에서 날마다 뻐꾸기 울어대는 지리산 자락에서 사노라면 누구라도 시인이 되리라.
자연과 벗하며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바람을 실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가슴속에 간직한 그런 소망을 마음껏 풀어주고 있다.
목차
1부 경호강, 저 푸른 물굽이
10년 그리고 다시 1년/ 걷기 좋은 날/ 함박꽃에 반하다/ 모종 심기/ 얄미운 길고양이들/ 이팝꽃이 핀다/ 옥잠화/ 내 친구 끝연이/ 경호강, 저 푸른 물굽이/ 손님/ 남해, 언제 가도 좋은
2부 사자봉에 뭉게구름이 살고 있다
황매산 저 황홀한 꽃 감옥/ 사자봉에 뭉게구름이 살고 있다/ 모든 일에 감사하여라/ 오늘도 감사합니다/ 장미의 계절/ 뻐꾸기 운다/ 고라니야, 너 또 그럴래?/ 산굽이 돌아오다가/ 약육강식/ 향수병은 우울을 키운다/ 동네 한 바퀴
3부 행복한 장마
비야 비야, 왜 안 오니?/ 취우산翠雨山/ 빗소리/ 뱀사골은 역시 으뜸이다/ 예순의 아이들/ 거두기/ 혼자는 위험해/ 햇빛이 무서워/ 행복한 장마/ 처서 處暑 무렵/ 애호박 풍년
4부 나누기, 플러스 알파
내 발목을 믿어봐?/ 손 편지/ 추석날 상림숲에 들다/ 태풍이 오는 길/ 총동창회, 추억 속의 시간 저편/ 동의보감촌/ 갈무리/ 나누기, 플러스 알파/ 마을을 스캔하다/ 언젠가 가야 할, 아무도 모르는 그 길/ 3월에 눈이 오네
저자 소개 (김현지)
경남 창원 출생.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으며, 1988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연어일기', '포아풀을 위하여', '풀섶에 서면 내가 더 잘 보인다', '은빛 눈새', '그늘 한 평', '꿈꾸는 흙' 등이 있으며 '동국문학상'과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우리말가꾸기위원회 위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동국문학인회, 한국시인협회 회원, ‘유유’ 동인, ‘향가시회’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