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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수현 작가 전시회] 사라짐의 혼돈, 혹은 재생 그 '가치'에 대해...

by 야호펫 2022.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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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속의 동물들은 '공존'이라는 테두리 안에 ‘혼돈’된 존재로 나타난다.
  • 내가 '타자(他者)'를 대하는 방식이기도 하고 '타자'가 나를 대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수영 作, 그러니까 너는 뭐가 문제라고 생각하니, 100.0x80.3, 2021년

 

동물이 인간과 연결이 되면, 소거되는 쪽은 언제나 동물이다. 인간 세계의 질서, 사고 안에 갇히게 된다는 말이다.

 

지구라는 유기적인 공간에 함께 살아가고 관계를 맺는 동물과 인간에 있어서, 동물은 언제나 주체를 상실하고 인간의 해석에 의해 보호가 필요한 존재, 개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희생되는 존재로 틀에 갇히게 된다.

 

그렇기에 둘 사이에는 윤리적 문제가 항상 대두된다. 

 

이것은 사람과 사람 간의 문제이기도 하다.

 

평평한 세계에서는 시야를 막으면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이때 또 다른 상상력, 마음의 투시가 필요하다.

 

평행세계를 그림으로 그려낼 때 소실점(消失點)을 잡아, 입체적인 사물로 변형시키고, 원근감을 살려내는 것과 비슷하다.

 

무한한 세계에서 하나, 둘, 셋... 점을 찍으면 눈에 띄지 않게 납작했던 것들도 독립적이고 입체적인 존재로 변화한다.

 

* 이수현 작가의 '사라짐의 혼돈, 혹은 재생 그 '가치'에 대해' 전시회는 11월 한 달간 원주 아미쿠스 갤러리카페에서 열린다.


벌거벗은 생명, 말을 건네다

이선영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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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은 최근 작품에서 동물들을 대거 출연시킨다.

 

인간 중심의 생태계에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 동물부터 인간이 이야기한 생태계의 교란 때문에 멸종위기종이 된 동물들까지 다양하다.

 

각 동물마다의 매력을 잘 뽑아낸 작품들은 작가가 자연을 오래 관찰하고 또 많이 그려왔음을 알려준다.

 

동물들은 아름다운 만큼이나 연민을 자아낸다. 동물과 함께 그것들의 자연스러운 배경으로 푸릇한 식물도 나오지만, 식물은 동물보다 인간에 의한 식민화가 비극적이기보다는 중성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것들이 동물이 살아갈 만큼 풍부한 원초적 자연의 풍부함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이수현의 작품에서 동물은 단지 그 아름다움과 희귀함만으로 소재화 된 것은 아니다. 많은 기혼여성이 그러하듯 육아 때문에 30대를 거의 공백기로 보낸 작가는 미술보다는 다소간 단출한 매체 인문학에도 관심을 가져왔는데, 언어적 표현의 직접성에 부담을 느끼면서 다시 이미지에 집중한다.

 

인간이 등장해도 직접성은 마찬가지기에 서사의 매개로 동물이 선택됐다.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되, 은유적인 것이 필요했다.

 

새벽시간을 이용하여 하루 최소 4시간 이상하는 미술작업은 생활공간과 겹쳐지면서 자연스럽게 인간의 이야기를 담게 된다. 부분들은 사실적 묘사지만, 전체적으로는 조합이어서 어떤 작품들은 초현실적이다.

 

상대방을 향해 말을 걸듯이 붙여진 문학적 제목과 함께 대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관객과의 가상적 대화에 임하는 은유적 대상으로서의 동물들은 대개 화면 밖을 주시한다.

 

 

관객과의 가상적 대화에 임하는 은유적 대상으로서의 동물들은 대개 화면밖을 주시한다

 

작가는 동물의 눈이 관객과 마주치게 함으로써 그 자체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푸른 눈과 빨간 코, 밝은 아이라인 등 미묘의 조건을 갖춘 고양이가 그려진 작품*은 고양이가 관객에게 하는 말처럼 들려온다.

*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저는 훨씬 소중합니다.(2021)

 

작품 [자세히 들여다보면…. 찾을 수 없습니다… 그냥… 가볍게 보세요.](2022)에 등장하는 다섯 마리 고양이는 두 고양이의 여러 모습 같기도 하다.

 

작품 속 자연적 배경은 대개 깨끗하고 평온하다. 하지만 하늘을 배경으로 배치된 고양이들은 지금도 살아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재현에 내재된 부재의 역설은 달이 떠 있는 밤 풍경에 중첩되어 그려진 코끼리가 있는 작품 [괜찮아… 기억하는 한 사라지지 않으니…](2021)에서 분명하다.

 

코끼리가 풍경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첩된 모습은 이미 코끼리가 거기에 없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상어의 지느러미만 떼고, 코끼리의 상아만 떼고 죽이는 인간들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야생의 존재로 인간에게 말을 건네는 동물들은 무한한 자연을 배경으로 할 때 더욱 멋지다. 푸른 하늘을 가득 담은 푸른 눈의 고양이나 시원한 수평선을 배경으로 화면 안으로 들어와 밖을 주시하는 이국적 동물이 그것이다.

 

하지만 하늘과 바다는 육지와 마찬가지로 위기에 처해 있다.

 

작품 [그래도 계속… 염원합니다. 나는.](2022)에서 이슬을 가득 머금은 생생한 이파리 아래에 수달이기도 하듯이 손을 마주한다. 유리그릇 안에서 몸을 내민 작은 새는 깨지기 쉬운 아름다운 존재를 말한다.

 

뿔이난 사슴은 제목 그대로 [전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2021)라고 말하는듯하다. 작가는 작품[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늘… 보이는 곳](2022)에서 인간과 자연 간의 공존에 대한 희망을 피력한다.

 

아파트촌과 산, 큰 이파리로 덮인 섬, 섬들을 잇는 다리, 하늘로 떠오르는 오색풍선들은 평화롭다. 사이사이에 기린들, 수달, 고양이 등이 배치. 공존을 염원하는 유토피아적 풍경이다.

 

동물은 인간의 은유이기도 하지만, 동물 그 자체이기도 하다. 작가는 동물 편을 든다. 혀를 날름거리며 수돗물을 먹는 고양이를 그린 작품 [망설이지 마… 두려워하지 마… 그거.. 다 네 물이야 앞으로도 그럴 거야](2021)에서 길고양이는 밥 못지않게 물이 부족하다는 섬세한 지점까지 전달한다.


수현이 요즘 그리는 동물에서 많이 등장하는 것이 고양이다. 

 

유기묘를 키우면서 인연이 된 이 동물은 인간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야생성을 가지고 있는 종적 특성을 가진다.

 

작가를 만나러 춘천에 갈 즈음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의 여파는 고양이의 얼굴을 화면 가득히 그린 이수현의 작품을 똑바로 볼 수 없게 했다.

 

5월 23일 KBS 9시 뉴스에서는 미군 오산기지에서 지난해 7월부터 12월 사잇길 고양이 10여 마리를 총살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동물보호단체인 [비글 구조 네트워크]가 제보한 사진은 비행기 이착륙에 방해를 줄 수 있는 '유해동물'인 길고양이를 22구경 공기총으로 머리를 겨냥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철창에 갇힌 채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고양이를 두고 '합법적 규정'에 따른 집행이었다는 미군 측의 '일관된' 해명에 더욱 분노했다.

 

관련 신문기사에 의하면 '기지 내 유해동물 처리반은 비행기 활주로 안전과 감염병 예방 등을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기사는 '미국 국방성군 해충관리위원회는 군사작전 내 동물을 유기동물(Stray animals)과 야생동물(Feral animals)로 구분해 지침을 마련하고 있다'(한겨레신문)고 인용한다.

 

이 기준에 의해 불가침의 영역이라는 금기를 어긴 고양이는 말 그대로 즉결 처형당했다. 지구가 인간만의 것이 아닌데, 누구를 위한 합법이고 규정인가의 문제가 뒤따른다. 전쟁이나 전시에 준하는 억압적 상황에서는 인간에게도 일어나는 일이다.

 

이수현의 작품 속 동물이 인간, 특히 타자화 된 인간의 운명을 떠올리는 것은 뉴스만 보면 나오는 충격적 사건들 때문이다. 작품 속 동물들은 벌거벗은 생명의 상황을 알려준다. 조르조 아감벤은 [호모 사케르]에서 정치의 근본 범주를 주권과 벌거벗은 생명의 관계로 새롭게 파악한다.

 

조르조 아감벤은 미셀 푸코의 [앎의의지]가 '자연생명이 국가권력의 메커니즘과 계산 속으로 통합되기 시작하고 정치가 생명 정치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푸코에 따르면 인류가 그리고 개개인이 단순히 살아있는 신체라는 의미로 정치전략의 중요한 관건이 될 때 사회는 생물학적 근대성의 문턱에 도달한다.

 

근대 정치는 벌거벗은 생명과 내밀한 공생관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정치의 새로운 주체는 바로 신체 그 자체다. 이수현의 작품 속 동물들은 일상적 소재를 넘어서 대명천지한 세상인 근대 민주주의 시대 생명 정치와 관련된다.

 

[호모 사케르]는 '정치란 인민의 생명에 일정한 형식을 부여하는 것'(페르슈어)을 인용하면서, 벌거벗은 생명을 정치영역에 포함시키는 것이야 말로 주권 권력의 본래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이 맥락에서 보자면 즉결 처형된 미군기지 내의 고양이 사건은 정치적이다. 조르조 아감벤은 정치는 '비정치적인 것에 대한(즉 벌거벗은 생명에 대한) 결정'이라고 말한다.

 

'벌거벗은 생명의 정치화'는 충격적인 사진을 폭로한 동물보호단체의 행동에서도 보이며, 평화로워 보이지만 결코 그것들이 보이는 만큼 평화롭지 않다는 것을 아는 이의 마음을 건드리는 이수현의 작품도 그렇다.

 

왜 우리는 그 아름다운 얼굴들에서 죽음을 감지하는가. 조르조 아감벤은 민주주의가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는 전체주의와 내적으로 결탁되어 있다고 본다.

 

전대미문의 전체주의 정치가 성립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시대의 정치가 생명 정치로 완전히 변형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정치화하는 현상'(칼 뢰비트)이 민주주의의 뒷모습인 전체주의다.


수현의 작품 속 동식물은 생명이지만, 결코 중립적 영역에 있지 않다.

그것들은 인간, 특히 타자화 된 인간을 대변한다. 그래서 그들은 인간이 말하듯이 말하는 것이다.

 

특히 고양이들은 인간과 친한 듯하면서도 야생성을 가진, 요컨대 동일화할 수 없는 타자의 예이다. 이수현의 작품이 은유하는 바는 고양이를 비롯한 작은 동물은 작아서 핍박받고, 코끼리나 곰, 사슴처럼 큰 덩치의 동물은 커서 핍박받는다,

 

핍박받는 장면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전후의 모습일 수 있음을 우리는 매일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감지한다. 인간이 동물을 타자화했지만, 타자의 범주는 점차 커지고 있다.

 

이수현의 작품에서 타자는 우리를 주시하며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의미에서 윤리적이다.

 

진선미가 분리된 이래로, 아름다움과 윤리를 결합시킬 소재는 점차 줄었지만, 이수현은 동물에게서 그것을 다시 발견했다. 작가는 삶의 한가운데로 뛰어들면서 일상인들을 보다 관심 있게 봤지만, 직접적인 메시지 전달을 피하고 싶었기에 동물을 사람처럼 그렸다.

 

사람이 동물적일 때는 부정적이지만, 그 반대는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단어가 아니라 생략표가 포함된 문장으로 만들어진 작품 제목은 이미지와 연동되어 읽힌다.

 

근 몇 년 동안의 개인전 제목들... [당신은 어떤 사람입니까?](2020), [정리된 혼돈](2021), [당신은 지금 정말 괜찮은가요?](2021), [우리가 함께하는 이유](2022), [사라졌던 것들과 사라진 것들과 사라질 것들](2022)...도 '가장 기본적인 것인 자연’과의 ‘공존’에 가치를 부여해 온 작가의 관심을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작품 속 동물들은 그러한 서사를 전달하는 매력적인 주인공인 셈이다.


이수현 작가 프로필

 

이 수 현 LEE, suhyun

Born in 1979, Seoul

 

2003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2007 성신여자대학교 조형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졸업

 

Soloexhibition_

2020년 '당신은어떤사람입니까?' _ 클럽줄루

2021년 '정리된혼돈’_ 춘천미술관

2021년 ‘당신은지금정말괜찮은가요?' 2021년 공모선정_ KNOT&AG7

2022년 '우리가함께하는이유' 초대전_ Gallery ON

2022년 '사라진것들과사라져가는것들과사라질것들'_ 에코락갤러리

2022년 '함께하는 이유?'_퍼블릭 갤러리

 

Group exhibition_

2005년 '니나노' 그룹전_ 대안공간루프

2006년 '우리차이나?' 제4회 대학미술협의회기획전_ 동덕아트갤러리

2010년 박수근미술관신진작가기획전_박수근미술관

2016년 강원미술대전입상전_춘천문화예술회관

2020년 경기미술대전입상전_양평군립미술관

2020년 강원미술대전입상전_춘천문화예술회관

2021년 춘천도시재생사업공공미술 '춘천가는예술기차' QR아트맵작업_문화체육관광부

2021년 춘천여성미술협회전_춘천미술관

2021년 마스크속 얼굴전(미술과사람들)_갤러리툰

2021년 THE BLANC_복합문화공간파피루스

2021년 "요람에서무덤까지" / '천개의달'_춘천문화예술회관

2022년 라이프가드닝(Life gardening)_춘천미술관

2022년 stll, a cat_복합문화공간파피루스

2022년 세계와나, 그 사이(춘천문화재단기획전)_춘천문화예술회관

2022년 춘천모두의미술 "상+생"(춘천문화재단_아우름기획전)_춘천문화예술회관

2022년 강원트리엔날레

2022년 '사공보다 많은 산' 주제전 GATE_강원도 평창

 

ART FAIR_

2021년 강원아트페어_춘천문화예술회관

2021년 AHAF SEOUL 2021xINSADONG ART FAIR_NINE TREE Premier Hotel Insadong

2022년 2022 SHAF_Intercontinental COEX

2022년 개나리아트페어Home Sweet Home_개나리미술관x 어제본달

2022년 제4회 아트락 페스티벌 ONLINE_에코락갤러리

2022년 에코아트페오 제로 썸씽 Zero-something _춘천문화예술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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