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음
자연과생태
언뜻 자연은 도시를 벗어나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걸음을 늦추고 시선을 낮추면 콘크리트 갈라진 틈, 골목길 스티로폼 화분, 버스 정류장 옆, 천변 산책길에서도 자연은 펼쳐진다.
너무 흔한 탓에 뭉뚱그려 '잡초'라고만 불렀던 식물과 생김새든 소리든 익숙한 구석은 있지만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던 동물이 보물찾기 쪽지처럼 펼쳐진 자연 곳곳에 숨어 있다.
목차
월간 잡초_ 우리 곁의 식물
채집 본능은 남았지만 015
굳이 뽑으실 것까지야 020
검색은 삽질 024
덤불에 숨겨진 아름다움 028
생태교란종의 매력 032
심지도 않았는데 자라는 것 035
물려받은 밭의 강자 039
톡 쏘는 늦봄의 향기 044
꼬리에 뭘 붙여 왔어? 049
나만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055
외계인 안테나? 059
꽃보다 이파리 064
사람도 고양이도 재우는 068
한밤의 공포 영화 071
꼭 먹어 봐야 아나? 074
나물을 찾아서 078
뾰족뾰족 가시가 좋아 082
모르고 다 뽑아 버릴 뻔 086
푸른빛을 나누다 090
술로 먼저 만난 열매 094
동네를 떠도는 국산 허브 097
내년에 거기서 봐 101
기어가다 만난 풀 104
너도 꽃이었네 108
갈등을 요리하다 112
월든과 한강 사이 115
안나푸르나에서 독풀로 나물을? 120
주간 고양이_ 우리 곁의 동물
창밖의 익룡 126
그래서 범인은 누구? 130
인왕산에도 살아요 135
옥상의 감 누가 먹었어? 138
짧았던 인연 143
반갑지 않은 사냥꾼과 동거 146
물범 보러 갔지만 조개만 캐다 온 151
동물원의 안과 밖 155
비둘기는 하늘의 쥐? 159
새 집의 불청객 162
중랑천 산책 166
청계천을 거슬러 올라 169
나의 노래를 들어라 173
갈 곳 없는 오리의 숙소 177
조르기 신공 180
누가 더 놀랐나 몰라 183
성판악에서 도시락 기다리는 새 187
나는 대체 뭘 키운 거지? 192
버려진 것들, 살아남은 것들 195
저자소개
이제 (지은이)
디지털 삶이 피로해져 회사를 그만두고 인왕산 자락에서 판화 작업을 하고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자연에 대한 시선을 담은 그림과 잡초처럼 독립적인 작업물을 소개하는 독립잡지 <월간잡초>를 만들고 있습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주변 생물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담백한 기록
언뜻 자연은 도시를 벗어나야 만날 수 있을 것 같지요. 하지만 걸음을 늦추고 시선을 낮추면 콘크리트 갈라진 틈, 골목길 스티로폼 화분, 버스 정류장 옆, 천변 산책길에서도 자연은 펼쳐집니다.
너무 흔한 탓에 뭉뚱그려 '잡초'라고만 불렀던 식물과 생김새든 소리든 익숙한 구석은 있지만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던 동물이 보물찾기 쪽지처럼 펼쳐진 자연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사람이 어떻게 여기건 알아서 잘 살아가며 자기만의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주변 동물과 식물을 소개했습니다. 이들을 호기심 가득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되, 요란스럽지는 않게 기록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이가 모두 저마다의 '월간 잡초, 주간 고양이'를 만났으면 하는 마음에서요. 한 사람만의 감상을 수선스레 남기면 자칫 독자가 제 관점으로 생물 바라보는 걸 방해할 수도 있으니까요.
허다한 '잡초'를 화초처럼 살뜰히
다른 동물도 '고양이'처럼 유심히
"콩다닥냉이도 망초처럼 척박한 토양에서 잘 자라는 능력을 갖추고 있나 보다. 하지만 인간계에서는 (역시나 망초처럼) 잡초로 통용되는지라 봄에 산책로 주변 정리가 끝나면 콩다닥냉이는 뭉텅 뽑힌 채로 방치되고는 한다. 나는 그걸 꽃다발처럼 들고 온다."
'식물' 하면 사람들은 훤칠한 나무나 화사한 꽃을 주로 떠올립니다. 눈에 잘 띄니까요. 정작 우리 주변에 가장 많은 식물은 '잡초'일 텐데, 잡초를 식물로서 유심하게 바라보는 사람은 많지가 않습니다(아! 농사를 짓는 분에게는 호시탐탐 지켜봐야 하는 대상이겠지만, 그게 애정을 담은 관심은 아니겠지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잡초가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이라거나 그저 '풀때기'가 아니라, 감상하거나 가꿀 만한 식물일 수도 있겠구나 싶어요.
이를테면 콩다닥냉이가 그렇습니다. (아직은) 먹거리로 알려지지 않은 냉이 종류인데요, 거친 땅에서도 씩씩하게 자라는 그야말로 잡초입니다. 그런데 생김새를 요모조모 따져 보면 예쁜 구석이 꽤 많습니다. 빈틈없이 돌아가며 펼쳐진 씨앗도 앙증맞고요, 처음에는 녹색이었다가 점점 울긋불긋 익어 가는 색도 참 곱습니다.
뭉텅이로 뽑힌 콩다닥냉이를 꽃다발처럼 챙겼다는 저자처럼 설렁설렁 동네를 거닐며 평소에는 무심히 스쳐 지나갔던 담벼락 아래, 버려진 화분, 공터 등을 찬찬하게 살펴봅니다. 망초, 미국자리공, 쇠비름, 쇠무릎, 새깃유홍초, 톱풀, 지칭개...... 언뜻 볼품도 쓸모도 없다 여겼던 '잡초'에서 그윽하고 단단한 우주를 발견합니다.
"밤에도 깜박이는 산책로 야광 표지와 환한 조명이 켜진 운동 기구, 개천 한가운데를 꽉 채운 조명 분수대(......). 나는 이런 편의 시설 덕분에 한밤중에 자전거를 타고 성북천까지 산책을 올 수 있었지만, 그 때문에 오리의 편안한 잠을 방해하는 건 아닐지. 달리 갈 곳도 없어 보이는 오리에게는 이 다리 밑이 집인 셈일 텐데 말이다."
아무리 도심에 살아도 오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지요. 주택가 근처 강변이나 천변 산책로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니까요. 그렇지만 대부분 사람에게 오리는 그저 '풍경'일 겁니다. 오리가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먹고 지내는지, 비가 올 때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사람들은 운동하러, 산책하러 물가로 나오지만 결국은 집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오리는 지박령처럼 그곳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강변이나 천변 산책로에 가장 오래 머무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오리인 셈인데, 산책로 환경은 오로지 사람 편의에만 맞춰져 있습니다.
오리가 먹이를 찾거나 쉬려면 주변에 수풀은 많아야 하고 조명은 적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보기에 좋지 않고 오가는 데에도 불편하니 수풀은 제거하고, 밤에도 사람이 안전하게 다녀야 하니 한밤에도 내내 환하게 조명을 켜 둡니다.
우리는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아예 일상을 공유하거나, 펭귄이나 북극곰, 판다처럼 희귀한 동물에게는 큰 관심을 쏟습니다. 그러나 주변에서 흔히 보는 오리나 직박구리, 비둘기 또는 사람들이 키우다가 버린 토끼나 붉은귀거북 같은 동물에게는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이런 동물을 때로는 호기심 넘치게, 때로는 안쓰럽게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눈앞에 자그마한 문이 열립니다. '특별하지 않다'고 여겼던 주변 동물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문이요. 문 너머 세계의 풍경은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과 시선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 책을 통해 엿본 세계는 참 따스하고 다채로웠습니다.
도서 DB제공 : 온라인 알라딘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