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여행 1일차, 오늘 여행은 의림지 인근을 둘러보며 알차게 보낸다.
의림지와의 인연
의림지... 의림지는 내 유년시절 추억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곳이다. 제천에서 생활한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해마다 한 번씩은 이곳 의림지로 소풍을 왔었으니 말이다.
가끔은 동네 친구들과 걸어서도 오곤 했는데, 그럴때면 소풍 때 가보지 못했던 의림지의 구석구석을 찾아 걸어보곤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이곳 제천에서 생활했기에, 나는 일반인들보다 의림지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간간히 그런 내용을 추가해 이 글을 쓰려고 한다.
어릴 적 기억에도 의림지는 항상 관광객들로 붐볐다. 그런 모습이 지금도 여전한가 보다. '1박2일 촬영지'라는 홍보물이 여기저기 보이니 말이다.
겨울이면 꽁꽁 얼었던 의림지, 그때 추억이 떠올라 지금도 그렇냐고 인근 가게 사장님께 여쭤보니, 지금은 겨울에 얼음이 얼지 않는다고 알려준다... 스케이트도 타고, 의림지 위를 걸어서 건너기도 했는데, 그런 모습은 이제 못볼 것 같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자그만한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1972년 462mm의 강수량을 기록한 태풍 베티(Betty)로 인해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막대한 재산피해와 인명피해, 그리고 문화재가 손상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8월 19일, 월류(越流 물이 제방을 넘쳐흐르는 현상) 위기에 처한 의림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인공적인 배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수압을 견디지 못한 제방의 일부가 붕괴되었습니다. 그 때 쏟아진 물줄기가 농경지였던 신월동과 하소동 일대를 덮쳤는데, 만약 의류지가 월류하여 남쪽 제방이 붕괴되었다면 청천뜰을 따라 시가지로 흘러든 물로 인해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우리 고장은 우리 힘으로 복구하자"는 마음으로 힘을 모았던 제천시와 공무원, 군인, 학생 등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으로 의림지는 오늘과 같이 복구될 수 있었습니다. 의림지를 되살린 이날의 추억은 의림지의 살아있는 역사로 제천시민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릴 적 홍수로 의림지 물이 넘친 적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당시의 상황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어릴 때 들었던 얘기는 '의림지 물이 넘쳐 사람 키 만한 잉어를 잡았다'는 것이었는데, 초등학교 때 들은 이 얘기가 안내문 덕에 불현듯 떠오른다.
경호루 너머로 용추폭포가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없었는데 폭포에 유리전망대가 생겼다... 용추폭포는 어릴 적 기억에도 무척 멋있었다.
용추폭포(용터지기)
신월동에서 올라온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터져 죽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수문을 개문하면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용의 울음소리처럼 들린다하여 용폭포라고도 한다. 주변 모산동 마을사람들은 아직도 용이 터져 죽은 곳이라 하여 "용터지기"라고 부른다.
용추폭포를 건너려는데, 보호자와 함께 온 댕댕이들을 만났다. 귀여운 댕댕이들이 환한 미소를 선물하고는 총총총 걸음을 옮긴다.
용추폭포 아랫부분...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용감하게 내려가서 물놀이 하던 장소다. 지금은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다.
전망대 상류 부분 풍경이다. 사진 왼쪽편으로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는데, 예전에는 없었던 길이다.
그 길이 지금은 사진처럼 잘 정돈되어 있다... 이 길은 동네 꼬맹이들이 한 번씩 놀러와 걸었던 곳이었는데 말이다.
용추폭포 유리전망대를 지나면 식당과 활을 쏠 수 있는 활터가 나온다. 예전에 이곳 활터에서 활을 몇 번 쏴봤는데, 지금은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한가한 모습이다.
활터를 지나면 차량 진입을 제한하는 산책로가 나온다. 물론 반대편에서는 이곳까지 차량이 들어올 수 있다.
이 산책로가 바로 오늘 내가 추천하는 '의림지 숨은 산책길'이다.
인적이 뜸한 길이라, 반려견과 산책하기에 제격이다. 개인적으로 욕심을 낸다면 우리 댕댕이들과 목줄 없이 산책하고 싶어지는 길이다.
작은 언덕을 넘어 조금 더 내려가면 시골 마을이 나온다. 그리고 이곳은 어릴 적 필자의 외갓집이 있던 동네다.
6.25전쟁 당시, 차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라... 앞서 봤듯이 용추폭포를 지나고, 활터를 지나, 사람 한 명 정도 지나다닐 수 있는 작은 산길을 따라 들어와야 했기에... 북괴군도 이곳에 마을이 있는지 모르고 지나쳤을 정도라고 한다.
언덕을 넘어오니 보이는 마을 풍경... 저쪽에 커다란 도로도 보이고, 집도 여러 채 보인다. 이제는 오지 마을이 아니라, 큰 도로가 지나가는 마을이 되었다.
논이 보이는 곳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서서 활터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의림지와 이곳까지 거리는 얼마 안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두 곳을 이어주는 길에 인적이 뜸하다. 그렇기에 용추폭포 너머 산책길은 반려견과 오붓하게 산책하며 둘 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장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용추폭포를 지나 의림지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어릴 적 동네 꼬맹이들이 '우리들만 아는 멋진 장소'라 여기던 곳이, 이제는 모든 사람이 즐기는 곳으로 변해있다... 우리만의 비밀 아지트가 공개되어 서운한 느낌마저 들다니, 그런 내 모습이 귀여워보인다.
"의림지라면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어"... 비 맞고, 눈 맞으면서 다녔던 곳이라 그런지 이런 '허세'가 말이 아니다. 그래서 코흘리개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때 그 기분으로 오늘 의림지를 소개했다.
오늘 나처럼 누구든 '자랑하고 싶은 곳'이 있을 것 같은데... 아무도 모르는 자신들만의 비밀 아지트가 말이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찾아간 용추폭포, 그리고 그 건너편 산책길... 한적한 이 길은 '댕댕이와 산책하기 좋은 의림지 숨은 산책로'였다.
오늘 방문한 낭만돈가스, 의림지 한방치유숲길, 카페뜰906, 그리고 용추폭포 산책로... 의림지 인근을 알차게 둘러보며, 이렇게 제천에서의 여행 1일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