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삼랑진읍 만어사에는 두드리면 종소리가 나는 돌, 경석이 있다.
밀양팔경 중 하나인 '만어사 운해'와 밀양 3대 신비 중 하나인 '종소리 나는 만어사 경석'이 있는 곳, 만어사!... 밀양에 왔으니 '만어사의 풍경'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 생각하며 만어사로 향한다.
오호, 이거 만어사로 가는 길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은데... 낙동강을 구경하고 출발했는데, 만어사로 가는 길이 여간 높지가 않다. 만어사가 원래 이렇게 높다고 생각했으면 조금은 덜 당황했을 텐데 말이다.
만어사에 도착하니 입구에 '만어사 운해'와 '경석'을 설명하는 안내문이 나온다.
밀양팔경 만어사(萬魚寺) 운해(雲海)
3대 신비 종소리 나는 만어사(萬魚寺)의 경석
만어사(萬魚寺)는 갖가지 신비한 현상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만어사(萬魚寺)가 있는 계곡을 따라 수많은 바위들이 일제히 머리를 산 정상으로 향하고 있고 이 바위들은 오랜 옛날에 이곳에 살던 나철녀 다섯과 흑룡이 사귀면서 횡포를 일삼다가 부처님의 설법으로 돌로 변한 것이라 합니다.
신기한 것은 이 바위들을 두르리면 종소리와 쇳소리, 옥소리가 난다는 것이며, 또한 새벽녘과 봄비 내리는 날에는 만어사(萬魚寺) 주변에 피어오르는 운해가 천지를 뒤덮어 장관을 이루기도 합니다.
머리를 산 정상으로 향하고 있는 바위들, 나철녀, 흑룡, 종소리, 운해... '재밌는 이야기가 담겨있는 곳인걸!'
밀양 만어산 암괴류
만어산 암괴류는 정상 부근 산비탈에서 바윗덩어리들이 무리지어 강물처럼 흘러가다 멈춰선 암석 지대이다. 돌강*이라고도 부르는 이것은 만어사 미륵전** 아래에 너비 100m, 길이 500m 크기로 자리 잡고 있다.
암괴류는 땅 밑 깊은 곳에 있던 화강암이 땅 위로 올라오면서 팽창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틈이 생기고, 이 틈으로 풍화와 침식 과정이 진행되면서 만들어진 바윗덩어리들이다. 비탈을 따라 계곡 아래로 서서히 이동하다가 빙하기가 끝나면서 그 자리에 멈췄고, 빗물과 계곡물에 모래 등이 씻겨 내려가고 바위만 남게 된 것이다.
3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어산 암괴류는 섬록암, 반려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형태는 거무스름하고 둥근 편이다. 바위를 두드리면 종소리처럼 맑은 소리가 난다하여 경석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화강암의 성분 차이에 따른 현상이다.
만어산 암괴류와 관련해서는 동해 용왕의 옛이야기가 전해 온다. 용왕의 아들이 자신의 목숨이 다한 것을 알고 신통한 스님의 조언대로 길을 떠나자 수많은 물고기 떼가 뒤를 따랐다. 이때 왕자가 머물러 쉰 곳이 만어사였는데, 왕자는 그 뒤 큰 미륵돌이 되었으며 수많은 물고기 떼는 크고 작은 돌이 되었다고 한다. 물고기들이 변해서 된 돌이라고 하여 만어석이라고 부른다. 용왕의 아들이 변해서 됐다는 미륵바위는 풍화 때 부서지지 않고 남은 돌알이다.
암괴류는 독특한 경관을 지닌 자연유산이자 한반도의 지질 형성 과정을 보여주는 학술 자료이다. 대표적인 암괴류로는 달성 비슬산 암괴류와 부산 금정산 암괴류 등이 있다.
한편 만어산 경석은 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남명리 얼음골, 땀 흘리는 표충비와 함께 밀양의 3대 신비로 불린다.
* 돌강 : 돌이 차 있는 긴 골짜기
** 미륵전 : 미륵불을 모신 법당
이 안내문에는 경석을 '만어산 암괴류'라고 설명하고 있다.
안내문은 암괴류와 두드렸을 때 종소리가 나는 이유 등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동해 용왕의 아들 이야기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만어산 경석과 함께 밀양의 3대 신비인 얼음골, 표충비에 대한 설명도 되어있다.
용왕의 아들을 따라오던 물고기 떼가 크고 작은 돌이 되었다는 이야기... 암괴류를 직접 보니, 과학보다 더 사실적인 이야기로 들린다.
암괴류, 경석... 어떻게 부를까 생각하다, 이 글에서는 '경석'으로 부르기로 한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만어사가 나오는데, 법당과 암각화, 삼층석탑 등이 보인다.
석탑에 대해 설명하는 안내문을 읽고는 다시 한번 삼층석탑의 멋을 음미한다.
밀양 만어사 삼층석탑
밀양 만어사 삼층석탑은 고려 중기의 석탑으로 만어사를 지을 때 함께 세웠다고 전해진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만어사는 고려 명종 11년(1181년)에 지어졌고, 삼층석탑 뒤편 넓은 터가 법당 자리였음이 확인되면서 처음부터 그 자리에 계속 있었음이 밝혀졌다.
단층 기단 위에 3층 탑신을 올렸는데, 이는 고려 시대 석탑에 흔히 나타난다. 또한 각 층의 몸돌과 지붕돌은 하나의 돌로 이루어져 있다. 기단이나 몸돌은 비교적 온전하나 꼭대기 부분은 후대에 석재를 다듬어 얹은 것이다.
신라 시대 석탑에 비해 조형미는 다소 떨어지지만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비례와 균형을 보여 주는 우수한 작품이다.
삼층석탑과 만어사 풍경을 본 후 옆에 있는 미륵전을 향해 걸어가며, 눈앞에 펼쳐진 만어사 경석의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 폭 100m에 길이 500m라고 했던가. 가히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만어사 오른쪽에 있는 미륵전에 도착하니, 미륵전 앞에 안내문이 있다. 안내문의 내용은 '만어산 어산불영'에 대한 것이다.
만어산 어산불영
만어산 어산불영은 만어산 정상 부근의 만어사 미륵전 아래에 펼쳐진 넓은 암석지대이다. 바윗덩어리들이 산비탈을 따라 무리 지어 강물처럼 흘러가다 멈춰 선 곳으로 너비는 100m, 길이는 500m 정도다.
어산불영은 '어산(魚山)에 서린 부처님의 그림자'라는 뜻이다. 만어사와 어산불영에 관한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실려 있다. 가야 수로왕 때 옥지라는 연못에 살던 독룡과 하늘을 날아다니며 사람을 잡아먹는 나찰녀가 사귀면서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와 우박을 내려 4년 동안 농사를 망쳐 놓았다. 수로왕이 주술로 막으려다 실패하자 부처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부처님이 이들에게 오계*를 가르쳐 문제를 해결했다. 이때 동해의 수많은 고기와 용들이 불교 교리에 영향을 받아 만어산으로 모여들어 돌이 되었고, 수로왕은 부처님의 은덕에 감사하며 이곳에 만어사를 지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이야기도 전해 온다. 옛날 동해 용왕의 아들이 목숨이 다한 것을 알고 신통한 스님을 찾아가 새로 살 곳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하였고, 스님은 길을 가다가 멈추는 곳이 인연이 있는 곳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왕자가 길을 떠나자 수많은 고기떼가 뒤를 따랐는데, 왕자가 머물러 쉰 곳이 바로 이곳 만어사였다. 그 뒤 왕자는 큰 미륵바위가 되고, 고기떼는 크고 작은 돌로 변했다고 한다. 만어사 미륵전 안에 솟아 있는 높이 5m 정도의 자연석이 바로 왕자가 변해서 된 미륵바위라는 것이다. 이 바위에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안내문에는 「삼국유사」에 실린 만어사와 어산불영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오고, 동해 용왕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미륵바위에 대한 설명이 되어있다.
용왕의 아들, 왕자가 변해서 된 미륵바위는 미륵전 안에 있다... 만어사를 관람하는 다른 여행객들이 미륵전 내부를 관람한 덕분에 나도 따라 들어가 미륵바위를 관람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미륵바위를 못 보고 그냥 돌아올 뻔했다.
미륵전과 미륵바위를 관람하고, 만어사를 지나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밀양팔경의 하나로 '만어사 운해'를 꼽는다는데, 구름 낀 만어사의 풍경은 상상만해도 '장관이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종소리 나는 돌, 경석을 만날 수 있는 이곳 만어사에는 댕댕이와 함께 와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만어사를 방문한다면 "펫티켓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두드리면 종소리가 나는 돌과 구름 낀 산을 감상할 수 있는 밀양의 명소... 그곳은 바로 밀양팔경 중 하나이자, 밀양 3대 신비 중 하나인 경석을 볼 수 있는, 밀양 삼랑진읍 '만어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