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홀은 185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100여 년간, 그중에서도 특히 1880년대부터 1910년대까지 40여 년간 영국 대중문화를 이끌었고, 세계의 대중문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 중요한 엔터테인먼트였다.
뮤직 홀은 과거 영국의 문화유산과 민중들의 정서를 담은 가장 영국적인 대중문화였고,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중국, 호주 등과 문화를 주고받으면서 세계 각국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글로벌한 문화형식이었다.
헐리우드를 정복한 찰리 채플린은 뮤직 홀 출신의 배우였고, 미국의 보드빌 산업은 뮤직 홀의 영향을 받은 엔터테인먼트였다.
뮤직 홀은 초라한 술집의 노래와 춤에서 출발했지만, 나중에는 산업으로 발전한 최초의 근대적 엔터테인먼트 산업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뮤직 홀이 소개되지 않고 있었다.
필자는 뮤직 홀을 뮤직 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영국 사회속의 뮤직 홀, 나아가서는 글로벌한 차원의 뮤직 홀이라는 입장에서 기술하려 하였다.
1909년 <미래주의 선언>을 발표하여 예술계에 파문을 일으킨 필리포 토마소 마리네티는 1913년에는 <버라이어티 연극의 의미>라는 글을 발표한다.
전통예술과 여성을 혐오하고, 기계와 파시즘, 속도와 운동, 힘과 전쟁을 옹호했던 마리네티가 왜 영국의 뮤직 홀을 대상으로 선언문을 발표했을까?
그는 전통적 연극이 현실의 복제와 역사적 재건축 사이를 부유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뮤직 홀 또는 버라이어티 극장, 담배 피는 콘서트 장, 서커스, 캬바레, 나이트클럽이 미래파의 예술이념에 어울린다'고 말했다.
또한 뮤직 홀 관객의 역동성, 관객참여를 극찬한다. '뮤직 홀은 관객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바보처럼 수동적이지 않은 유일한 연극이다. 관객은 노래하기,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추어 흔들기, 움직임, 예기치 않은 추임새로 배우에게 에너지를 넣는다.' 그는 전통적 고급예술의 정적이고 점잖은 엄숙주의를 질타하고 관객들이 주인이 되는 공연을 주창한 것이었다.
마리네티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한다. '뮤직 홀의 배우, 저자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여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그래서 정체와 반복은 사라지고 속도, 힘, 혼종, 우아함이 넘친다. 뮤직 홀은 근엄하고 신성하고 순수한 모든 것을 파괴한다. 그 자리에는 원시적이고 토착적인 것이 들어앉는다.‘
시인 조지 엘리어트는 1922년 뮤직 홀 스타, 마리 로이드의 죽음을 두고 영국의 가장 위대한 뮤직 홀 아티스트의 퇴장이자 나아가서는 노동자 문화의 종말이며 국가적 위기라고까지 한탄했다.
뮤직 홀은 이처럼 산업혁명 이후, 삶에 지친 빅토리아 시대 영국인들을 위로한 가장 영국적인 문화였고, 서로 웃고 울고 노래하고 춤추며 놀던 참여하는 오락이었으며, 근엄하고 엄숙한 엘리트주의를 비웃은 대중연극이었다.
이 책은 2019년 4월부터 더 프리뷰에 기고하고 있는 <재미있는 공연이야기> 중에서 뮤직 홀에 관한 부분을 수정ㆍ보완하고 일부 내용을 추가하여 엮은 첫 번째 책으로 두 권으로 되어 있다.
<재미있는 공연이야기> 시리즈는 공연과 관련된 재미있는 역사적 사건들, 공연과 관련한 필자의 경험과 생각들을 담은 글들이다. 그렇다고 전적으로 재미 중심의 에피소드만을 모은 것은 아니고 우리가 알아야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학문적인 내용도 많이 포함하였다. 대중적이고도 재미있는 이야기와 학문적인 내용을 적절히 혼합하려고 노력하였다.
삶은 이야기로 되어 있고, 삶은 곧 이야기이다. 우리는 복잡하고 난해한 수식과 이론보다 단순한 이야기를 통해 나를 표현한다. 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된다.
공연에도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2,500년 이상의 긴 공연의 역사 속에는 갖가지 사건과 에피소드, 아름답고 슬프고 때로는 어두운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그 이야기들을 찾아가다 보면 공연의 밝음과 어둠이 드러나고, 이를 통해 공연의 현재와 미래를 성찰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풀어보자는 것이 본 시리즈의 목적이다.
<재미있는 공연이야기> 시리즈는 유럽과 미국의 대중 연극의 발달과 공연 산업의 전개 과정, 산업 주체들 간의 갈등과 권력관계, 때로는 동서양 연극의 비교, 공연에 대한 대중의 지지와 비판 등을 담고자 한다.
뮤직 홀 1권 목차
1장 뮤직홀의 시간과 공간 / 13
1. 술 마시는 사회 / 15
미국 / 18
영국 / 21
2. 뮤직홀의 시간과 공간 / 28
뮤직홀의 기원 / 29
- 플레저 가든 / 29
- 펍의 극장화 / 33
- 페니 개프와 스위니 토드 / 34
- 프리 앤 이지, 노래살롱 / 37
뮤직홀의 탄생 / 42
공간의 합리화 / 46
- 선술집에서 궁전으로 / 46
- 공간의 합리화 / 51
2장 온화한 상업과 뮤직홀 문명화 / 55
1. 세상에 공짜는 없다 / 59
2. 경쟁과 규제 / 62
3. 스타 시스템과 턴 시스템 / 64
4. 존 홀링스헤드 / 67
5. 온화한 상업 / 69
3장 프로그램 / 73
1. 음악 / 75
버라이어티 / 75
음악 / 77
브로드사이드 발라드와 코스터 송 / 81
전쟁노래와아 징고이즘 / 84
여성가수 / 87
- 마리 로이드 / 88
2. 드라마 / 91
연극의 위기 / 93
스펙터클 드라마 / 98
스케치 / 101
팬터마임 / 105
- 뮤직홀 배우와 팬터마임 / 106
- 할리퀸, 할리퀴네이드 / 109
단 레노 / 111
3. 라이온 코미크 / 114
라이온 코미크 / 116
리틀 티치 / 123
찰리 채플린과 뮤직 홀 / 126
4. 타블로 비방 - 예술과 외설사이 / 131
타블로 비방이란? / 131
예술과 외설 사이 / 136
스펙터클 / 140
- 라 밀로 / 143
미에와 타블로 / 145
5. 스페쉬 / 149
마술 / 151
드래그 / 154
베스타 틸리 / 155
베시 본힐 / 156
민스트럴 쇼 / 157
4장 거대한 분열 / 61
1. 거대한 분열 / 163
2. 대중연극과 대중 퍼포먼스 / 167
3. 대중연극이란? / 169
4. 대중 퍼포먼스란? / 172
5. 왜 대중연극인가? / 176
뮤직 홀 2권 목차
5장 뮤직 홀 발레 / 7
1. 발레, 뮤직 홀로 가다 / 9
알함브라와 엠파이어 홀 / 16
스펙터클 / 18
스탭과 단원 / 25
주제 / 33
뮤직 홀 발레, 영국 발레를 지켜내다 / 34
2. 파리 뮤직 홀 발레 - 팬터마임 발레 / 39
3대 뮤직 홀 / 43
디베르티스망에서 팬터마임 발레로 / 51
관객 / 59
창작자 / 61
마담 마리퀴타 / 63
3. 파리 뮤직 홀 발레 - 전시주의 / 66
발로 그란데, 그랜드 오페라 / 66
전시주의 / 68
시설 / 71
무대와 의상 / 71
판토 발레의 구성요소 / 74
스펙터클로서의 여성 / 82
미디어로서의 뮤직 홀 / 91
파리 뮤직 홀 발레의 쇠퇴 / 92
6장 합리적 오락 / 95
1. 매춘 / 97
플로라 트리스탕의 런던여행기 / 103
런던의 매춘 / 108
공연과 매춘 / 112
2. 합리적 오락 / 118
오락통제 / 122
금주운동 / 125
프레데릭 채링턴의 개혁운동 / 130
매춘단속과 전염병법 / 134
3. 뮤직 홀 전쟁 / 138
로라 오미스톤 찬트 / 141
뮤직 홀 전쟁 / 145
아더 시몬즈와 수잔 손탁 / 147
기독교와 스튜어트 헤들람 / 149
4. 정부의 규제 / 154
제도의 효과와 평가 / 166
7장 뮤직 홀 스트라이크 / 169
신디케이트 / 174
모스 제국 / 177
프랭크 마참 / 179
오스왈드 스톨 / 181
신디케이트의 폐해 / 187
배우들의 근로조건 / 188
뮤직 홀 배우단체 / 192
스트라이크 / 197
노조의 파업전략 / 201
경영자들의 전략 / 202
합의사항 / 202
8장 맺는 말 / 209
가장 영국적인 대중문화 / 211
뮤직 홀의 성격 / 215
음악 산업 활성화 / 218
거대한 문화의 저수지 / 220
참고문헌 / 224
저자소개 조복행
- 문화방송 비서실장, 글로벌 사업본부장
- 문화방송 미주법인 사장
- 하남문화재단 대표
- 추계예술대학교 대학원 외래교수
- 저서 : 뮤지컬의 상호매체성과 혼종의 미학(2014), 경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2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