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정희철
과거에는 변화라는 단어와 다소 거리가 있었던 펫푸드 업계가 최근 몇 년 사이 어느 산업보다 많은변화들을 겪고 있다. 이는 펫푸드의 인간화와 같은 메가 트렌드들이 가져온 결과로써, 올해 초 코로나라는 유례가 없는 사태가 발생한 이후로 이러한 변화의 속도와 다양성이 더 심화되고 있다.
그 중 우리 삶의 모습을 가장 크게 바꾼 것은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반려동물과 ‘집콕’하는 ‘펫콕족’이 늘어나는 현상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반려인들과 반려동물들의 친밀도가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사태가 가져온 가장 큰 부작용은 사회적 불안감 증가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 한다. 그런 측면에서 반려동물들은 그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제는 반려인들의 불안감을 위로해주고 안정감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는 등 이제 반려동물과 반려인은 서로를 지켜주는 관계로 넓혀지고 있다.
이처럼 반려동물과 반려인 간의 정서적 교감과 친밀감 증대로 인해 반려동물 용품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지고 있으며 올해 북미 펫용품 시장 또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번 달에는 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변화들과 더불어 세계의 펫푸드 업계가 주목하고있는 주요 트렌드들에 대해서 알아보자.
1. 반려동물의 건강에 대한 더 높은 관심
건강은 반려동물뿐 아니라 인간의 삶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건강이 우리에게 더 크게 와 닿는 이유는, 아프다고 표현을 할 수 없는 동물이라는 사실과 사람보다 수명이 현저히 짧다는 점에서 오는 감성적인 요인들 때문이다.
반려인들에게는 자신들이 키우는 반려동물이 최대한 오래 건강하게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펫푸드 원재료 가공업체인 케리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반려견, 반려묘와 생활하는 반려인들의 75%가 자신들의 반려동물이 특정 질환을 앓게 될 경우 그러한 질환을 고려해서 만든 펫푸드가 도움이 된다고 답하였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를 보일 수 있겠지만, 과거의 질환은 주로 의료행위를 통해서 치료해야 한다는 개념이 우세했던 반면, 이제는 매일 섭취하는 펫푸드를 통해서 질환을 치료해야 할 수 있다는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흥미롭다.
이는 펫푸드를 사람이 먹는 식품의 잣대로 보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인데, 사람들이 식품을 통해서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지키려는 현상의 연장선 이라 할 수 있다.
2. 선식 펫푸드(Fresh Pet food)의 약진
선식 펫푸드(가공하지 않은, 또는 가공이 최소화된 원물에 가까운 펫푸드)는 북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펫푸드 세그먼트들 중 하나이다.
북미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소형 펫샵에서도 찾기 쉬울 정도로 인기가 높은 선식 펫푸드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더 이상 낯선 컨셉이 아니다. BARF(생체학적으로 적합한 생식 펫푸드)로도 일컬어지는 선식 펫푸드는, 냉장·냉동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번거로움 때문에 국내 오프라인 시장 정착에 어려움이 있지만, 온라인 시장에서는 매우 활발히 판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식 펫푸드가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를 펫푸드의 프리미엄화에서 기인한다고 이야기 한다.
일반 건사료에서 출발하여 제한된 원재료를 사용한(따라서 알러지 유발이 덜 되는) LID, 원재료 가공을 최소화한 저온건조 공법으로 만든 펫푸드, 그리고 수분 함유량을 5% 이하로 낮추어 영양소 유실을 최소화 하고 장기 보관이 가능한 동결건조 공법으로 만든 펫푸드로 발전한 프리엄화가 이제는 본격적으로 선식 펫푸드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선식이 가장 적합한 펫푸드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육류 같은 경우는 선식 펫푸드를 선도하고 있는 북미에서도 리콜사태가 간간히 발생하고 있을 정도로 관리하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먹거리를 반려동물에 급여하고 싶어하는 반려인들의 욕구는 선식 펫푸드 시장을 계속해서 성장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3. 그레인프리 펫푸드와 확장성 심근병증(DCM) 이슈
현재 북미 펫푸드 최대 화두를 들자면 그레인프리 펫푸드와 확장성 심근병증과의 상관관계를 꼽을 수 있다.
확장성 심근병증은 “확장성”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심실이 정상 크기보다 커져 확장 혹은 수축 기능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않는 질병이다.
이 질환과 그레인프리 펫푸드와의 관련성이 부각되기 시작된 건, 작년 미국식약처(FDA)에서 그레인프리와 확장성 심근병증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아직 둘 사이 어떠한 연관성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FDA의 조사는 북미에서 그레인프리 펫푸드를 급여해온 많은 반려인들 사이에서 큰 불안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레인프리라는 컨셉은 반려동물, 특히 강아지의 조상이 육식동물인 늑대이고 따라서 강아지에게는 곡물섭취가 적합하지 않다는 개념에서 출발하였다. 그레인프리 펫푸드는 최근 몇 년간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아왔는데, 현재는 전체 펫푸드 시장에서 상당한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대중화가 된 상태이다. 이러한 그레인프리 컨셉에 대한 믿음 때문에 FDA의 조사는 반려인들에게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4. 원재료에 대한 투명성
펫푸드의 투명성에 대한 북미 반려인들의 뜨거운 관심은 예전 기사에서 소개한 Clean Label Project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심은 펫푸드의 인간화라는 메가트렌드의 결과라 할 수 있는데, 사람이 식품을 고를 때, 어떠한 원재료가 들어가 있는지, 원산지는 어디인지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히면서 펫푸드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원산지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원재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예: 어떤 방법으로 경작되는지, 농작물이나 가축을 윤리적인 방법으로 키우는지)와 원재료를 만드는 과정이 환경에 미친 영향까지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 흥미롭다.
세계적인 펫푸드 브랜드 오리젠은 포장지 뒷면에 주 원재료들이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를 표기하고 있는데, 고객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실제 농장 관련자들의 사진 또한 삽입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반려인들이 원재료를 생산한 사람들과 교감을 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원재료의 투명성과 친환경성에 대한 관심을 한층 고조시켰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 한다. 시장 조사기관인 IRI의 발표에 의하면 반려인들의 22% 이상이 친환경 펫푸드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답하였는데, 이 결과는 원재료의 투명성과 친환경성이 향후 펫푸드를 개발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5. PB 상품에 대한 관심 고조
식품 유통사들이 직접 원재료를 소싱하고 가격을 낮추어 판매하는 PB 펫푸드는 북미에서 상당히 오래전부터 유통되어왔는데, 최근 코로나 사태는 PB 펫푸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대공황과 버금가는 경제난이라는 현 미국 경기상황은 1947년 이후 처음으로 GDP가 32.9% 하락하였고 실업자 수 또한 3천만명이 넘어섰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경기침체는 반려인들로 하여금 저가 펫푸드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는데, 이는 미국의 Package Facts의 조사결과가 잘 보여주고 있다.
Packaged Facts가 지난 4월, 5월에 했던 조사에 의하면 미국 반려인들의 47%가 예전보다 PB상품을 더 구매한다고 답하여 PB상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올해 초에 실시한 조사에서 44%의 응답자가 PB상품이 브랜드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품질 차이가 없다고 답하였는데, 이는 PB상품의 인기가 가격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길어질수록 PB상품의 인기는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펫푸드의 프리미엄화가 가속화 되는 동시에 저가 제품들에 수요 또한 늘어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글을 마치며
최근 밀레니얼세대의 등장, 펫푸드의 인간화와 같은 메가트렌드들은 펫업계를 빠르게 변화시켜왔다. 그리고 이러한 메가 트렌드들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하위 추세들을 올바르게 직시하고 선제적 대응과 변화의 필요성이 어느때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어느 산업이든 변화는 늘 두렵고 불편한 존재이다. 하지만 우리는 변화에 빠르게 발 맞추어 대응하는 것 만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는 펫푸드 업계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출처: 월간 펫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