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산 아래 첫 마을 70년 역사 해방촌 특색살린 6년여 도시재생사업 연내 마무리
- 해방촌 일대 주거지재생 완료…노후 보행로‧계단 정비, CCTV 설치, 127개 주택 리모델링
- 핫플레이스 떠오른 '신흥시장' 환경개선…공사 중 임대료 인하 주민 간 상생도 주목
- 어두운 슬레이트 지붕 대신 창의적 디자인 아케이드 설치, 낡은 화장실 등도 전면 개선
남산 아래 첫 마을 '해방촌'은 해방 이후 해외에서 귀국한 동포들이, 한국전쟁 후엔 실향민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된 마을이었다. 해방촌 가장 높은 곳에는 마을의 흥망을 함께한 '신흥시장'이 있다. 1960년대 초 판잣집을 허물고 시멘트 건물을 여러 채 지은 뒤 슬레이트 지붕을 이어붙여 만든 구조로, 니트산업이 호황이던 70~80년대까지만 해도 생필품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마을시장으로 번성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니트산업이 쇠퇴하면서 발길이 끊겼고, 불과 '14년 말까지만 해도 외부인들이 방문을 꺼리는 낡은 시장으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해방촌의 오랜 역사적 흔적과 가치를 간직하고 있지만 90년대 이후 쇠퇴일로였던 ‘신흥시장’과 일대를 아우르는 도시재생사업이 시작 6년 만인 올 하반기 마무리된다.
서울시가 '15년 12월 해방촌을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하고 재생사업을 본격화한 가운데, 최근 몇 년 새 각종 공방과 카페 등이 모여들고 인기 드라마‧예능 촬영지로 등장하며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신흥시장’을 도시재생 디자인 혁신의 성공적 모델이자 지역경제를 이끄는 명소로 탈바꿈시켜 지역상권 중심지로 부활시킨다는 목표다.
‘신흥시장’은 감각적인 카페와 전자오락실, 가죽공방 같이 새롭게 생긴 ‘힙한’ 가게들과 7~80년대 예전 모습을 간직한 기존 가게들이 공존하며 독특한 뉴트로 감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동백꽃 필 무렵>, <이태원 클라쓰>, <골목식당> 같은 인기 드라마‧예능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SNS 인증명소’, ‘인생샷 출사명소’로도 떠올랐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까지 시장을 어둡고 칙칙하게 만들었던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걷어내고 밤에도 환한 혁신적인 디자인의 아케이드(아치형 지붕)를 설치할 계획이다. 오래된 공중화장실과 시장 도로는 깨끗하게 바꾸고 경관조명 등을 설치해 미관을 개선한다. 배수‧소방시설을 정비하고 CCTV를 새롭게 설치해 안전도 보강한다. 이벤트와 휴식공간도 조성한다.
‘신흥시장’을 품고 있는 해방촌 일대 주거지는 도시재생을 통해 많은 변화를 이루고 있다. 7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오롯이 품고 있는 해방촌만의 특색은 살리면서 낙후한 저층 주거지와 골목경관은 확 바뀌었다.
걷기 불편했던 낙후된 보행로(계단, 경사로)의 환경을 새롭게 개선 정비했고, 좁고 어두워 위험했던 골목길엔 범죄환경예방을 위해 보안등과 CCTV가 설치됐다. 서울가꿈주택 등 서울시 집수리 지원을 받아 4년 간('17.~'20.) 총 127개 주택이 리모델링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했다.
노후도가 특히 심했던 하수관 중심으로 정비가 이뤄져 악취가 크게 줄었고, 마을의 주요 자산을 잇는 중심 보행길엔 머리 위로 어지럽게 늘어서 있던 공중선(통신선 등) 총 13,202m도 정비됐다. 해방촌은 전체 건물의 65% 이상이 20년 이상된 주택이 많은 서울의 대표적인 노후 저층주거지다.
서울시는 해방촌 도시재생의 핵심이자 마지막 단계인 ‘신흥시장 환경개선사업’ 올 하반기 마무리 한다고 발표했다.
해방촌은 남산의 도시경관 보호를 위한 건축제한(최고고도지구, 높이 12m)으로 전면철거 중심의 대규모 개발사업이 어려운 여건 탓에 저층주거지의 노후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남은 ‘신흥시장 환경개선사업’은 낡고 어두웠던 신흥시장의 물리적 환경개선을 통해 해방촌 재생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거점공간으로 만드는 내용이다. 이달 공사에 들어갔으며, 하반기 중 완료한다는 계획.
시는 신흥시장을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다른 재래시장과 차별화된 지역명소로 만든다는 목표 아래, 지난 '18년 서울시 공공건축가를 대상으로 한 아케이드 설계공모를 추진했다. 공모 결과 삼각형 블록모양의 신흥시장을 따라 타원형의 띠가 큰 우산처럼 덮는 지붕구조체를 제안한 <서울챙>이 선정됐다. 현재 이 설계안을 토대로 주민‧상인들의 의견을 반영해 공사에 들어갔다.
‘신흥시장 환경개선사업’은 시장상인과 민간전문가, 공무원이 주민들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요구사항을 소통과 협의를 통해 조정해 나가고 있다. 이런 조성과정 들이 주민과 상인들의 재생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는 구심점이 됐다.
‘신흥시장 환경개선사업’은 당초 '19년 12월 착공했지만, 공사과정에서 “아케이드 기둥 위치를 변경해달라”는 일부 상인 의견에 따라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재논의를 시작했다. 공사 전엔 비어있던 상가에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오고 상가 전면이 통유리로 바뀌면서 기둥이 일부 가게 앞을 가릴 우려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서울시와 사업추진협의회는 사업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약 8개월에 걸쳐 수차례 간담회와 설명회를 통해 주민‧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3월 재착공에 이르게 됐다.
건물‧토지소유주 등 주민들도 ‘상생’의 가치를 더하고 있다. 일부 건물주들은 이번 공사기간 중 세입자들의 영업피해를 고려해 일정기간 임대료를 약 20% 감면해 주었다. 신흥시장은 앞서 '16년 11월 건물‧토지소유주와 임차인 전원이 6년 간 임대료 동결(*물가상승분은 반영)에 합의하는 ‘상생협약’을 체결,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에도 적극 나선 바 있다.
상생협약과 이번 임대료 20% 인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공의 재원이 투입되는 도시재생으로 직접적인 수혜를 받게 되는 신흥시장이 그 혜택을 마을과 공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동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앞서 '16년 체결한 상생협약은 신흥시장 내 건물‧토지 소유주 44명과 임차인 46명의 전원 동의 아래 6년 간 임차인의 권리를 인정하고, 임대료 인상을 물가상승분 내에서 유지하기로 한 내용이다.
서울시는 해방촌 도시재생의 핵심인 ‘신흥시장 환경개선사업’이 완료되면 주민과 상인들의 생활불편을 크게 해소하는 동시에, 신흥시장이 해방촌의 경제‧문화거점으로 재탄생해 다시 한 번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일성 신흥시장 상가운영위원회 회장은 “2014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신흥시장은 마을에서 우범 장소로 간주되고 외부인이 방문을 꺼려하던 인적이 드문 장소로 방치되었다. 하지만 도시재생사업으로 시장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 왔고 외부에서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아져 지역 주민들이 많이 좋아하고 있다”며 “사업이 완료되면 해방촌과 신흥시장이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흥시장에서 공방을 운영하는 청년상인인 이세원 대표는 “신흥시장은 젊은 감각으로 디자인해 새로 입점한 가게와 70~80년대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가게들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가 알려지면서 소위 ‘힙한 곳’이 되었다”며 “도시재생이 공존과 공생이라는 의미로 새롭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류 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해방촌은 해방 이후 70여 년의 희노애락을 간직한 서민 삶의 터전이다. 해방촌 역사의 중심에 있는 마을자산인 신흥시장은 오랜시간 쇠퇴를 거듭했지만, 지금은 서울시가 도시재생을 처음 시작했던 '15년과 비교해도 많이 달라졌다. 감각적인 상점과 갤러리가 들어오고 젊은 세대들의 SNS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주민생활의 중심부로 다시 자리잡기 시작했다.”며 “해방촌 도시재생의 마지막 단계인 신흥시장 환경개선사업을 통해 노후한 시장 시설과 어두운 경관을 개선해 오래됐지만 불편하지 않은 지역의 명소로 만들고자 한다. 이번 새단장을 통해 해방촌과 신흥시장이 경제적‧문화적 거점으로서 새 활기를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