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중국 중동부에서만 서식하고 있는 고라니. 멸종위기종 목록에도 ‘취약’단계로 이름을 올린 고라니는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개체 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종인 고라니는 왜 우리나라에서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며 골칫덩이가 되었을까요?
세계 멸종위기동물이 된 고라니. 고라니는 세계 자연보전연맹에서 멸종위기 수준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그 외 지역에서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실제로 50만~60만 마리의 고라니가 서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고라니가 전 세계의 90%를 차지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유해야생동물 지정?
우리나라에서 고라니가 이렇게 많아진 이유는 고라니의 번식력이 다른 사슴과 동물보다도 좋으며, 우리나라에는 고라니의 천적인 호랑이나 표범, 늑대 등의 육식 동물이 없기 때문입니다.
천적이 없는 고라니와 같은 먹이사슬의 중간 단계의 동물들은 수가 많이 증가해 곤란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개체 수가 많이 늘어난 고라니는 민가로 내려와 작물을 파괴하는 등 사고를 일으켰습니다.
어린잎을 좋아하는 식성 때문에 농작물의 어린잎을 뜯어먹어 농가의 피해가 매년 증가했었는데, 지난 2016년에는 고라니로 인한 농작물 등의 피해액이 24억 6천만 원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결국 보호해야 할 위기종 대신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되며 환경부에서는 농작물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멧돼지와 고라니를 포함한 유해야생동물의 수렵과 포획을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라니의 서식 범위는 그리 넓지 않기 때문에 같은 지역에서 포획과 수렵이 계속 된다면 중국의 고라니처럼 지역적 절멸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멸종위기종인 고라니, 이대로 괜찮을까요?
증가하고 있는 고라니의 로드 킬 문제
고라니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바로 ‘로드 킬(Road Kill)’ 입니다. 민가 근처나 고속도로 인근으로 다가온 고라니가 도로에 뛰어들어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끊이질 않습니다.
갑자기 뛰어나온 고라니를 보고 운전자가 놀라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운전대를 돌리다가 다른 차량과 교통사고로 이어지기도 하고, 고라니가 죽으면서 운전자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예도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최소 6만 건 이상의 고라니 로드 킬이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조사에서는 전국 고속도로에서 로드 킬을 당하는 동물 10마리 중 8마리가 고라니라고 할 정도입니다.
우리가 다니는 도로들은 산을 깎아 만들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인간의 편의를 위해 길을 냈지만 사실 그 길은 고라니가 이전부터 다니고 있던 길 위에 생긴 길이기 때문입니다.
고라니들은 자신들이 늘 다니던 길이기 때문에 도로를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이 때문에 고라니가 도로를 건너다가 차와 충돌하는 일이 생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야생동물 로드 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태통로나 유도 울타리 등을 통해 교통 사고를 막아보려고 했었지만, 이런 구조물들은 인간의 관점에서 설치가 편리한 곳에 몰려있는 경우가 많아 한계가 있습니다.
생태계 복원을 위한 세계의 노력
멸종위기 동물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 고라니!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고라니는 세계적인 멸종위기동물로 지정된 만큼 지금처럼 수렵과 포획이 계속되어서는 안되겠죠?
우리나라의 고라니 문제처럼 세계 각지에서도 사슴과 동물이 증가하면서 생태계가 망가지고, 사람도 피해를 받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멸종위기에 처한 먹이사슬의 상위 포식자를 복원하여 생태계를 지키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는 70년간 나무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문제를 떠안고 있었습니다.
70년 전 생명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공원 내의 늑대들을 사살했던 것이 사슴들의 개체 수 증가로 이어져, 이파리를 뜯어 먹힌 나무들이 제대로 자라나지 못했어요.
공원에서는 상위 포식자인 회색늑대 31마리를 복원하여 자연으로 돌려보냈고 회색늑대들이 사슴을 사냥하며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그 결과, 사슴의 먹이였던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나 사슴과 같은 먹이를 먹던 까치와 곰, 나무로 집을 짓던 비버 등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국립공원의 생태계가 건강해졌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최상위 먹이사슬 종인 반달가슴곰을 복원하고 있고, 토종 여우 약 50여 마리를 소백산 일대로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고라니의 포식자인 반달가슴곰, 여우 등이 무사히 자연으로 돌아간다면 고라니의 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원래의 생태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계 멸종위기동물이 된 고라니가 우리나라에서 유해동물로 지정된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민가로 내려와 작물을 파괴하고 로드 킬 문제를 일으키며 눈총을 받고 있지만 이 또한 고라니의 삶의 터전과 생태계와 관련해 발생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의 고라니뿐만 아니라 생태계 파괴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김천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