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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동화 같은 경마이야기, 1등보다 사랑받은 꼴찌마들

by 야호펫 2021.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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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등보다 빛나는 삶을 산 꼴찌마들이 전하는 감동의 이야기
  • 미국의 지피치피부터 일본의 하루우라라 그리고 현역으로 활동하는 한국의 코리아헌터

 

영화 ‘쿨러닝’은 1988년 캐나다 동계올림픽에 참가하게 된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들의 도전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는 비록 메달권하고는 거리가 있지만 그들의 도전 역시 위대하다는 걸 보여주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순위를 다투는 스포츠에서 ‘1등’의 이야기는 모두의 관심사이다. 그러나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꼴찌’들의 이야기가 더욱 가슴을 울릴 때도 있는 법. 셀 수 없이 많은 ‘패배’를 딛고 일어나 지치지 않는 도전과 희망에 대한 감동을 주는 꼴찌마들이 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겨운 시기, 동화 같은 그들의 이야기가 전하는 가슴 따뜻한 여운에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꼴찌마의 ‘시조’ 미국의 지피치피,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전하다

 

미국에도 최다 연패를 기록한 전설적인 꼴찌 경주마 ‘지피치피’(Zippy Chippy)가 있다. 91년에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한 지피치피는 대부분의 경마장에서 출전이 거절될 정도로 경기력이 뒤쳐졌다. 하지만 불굴의 도전으로 미국 경마역사상 최다 연패 기록을 갈아치우며 통산 100전 100패의 기록을 남긴 채 은퇴했다.

 

부진한 성적과는 달리 팬들은 지피치피를 응원하기 위해 경마장을 찾았으며 매 경주마다 갱신되는 연패기록에 환호를 보냈다. 끊임없는 연패에도 극진한 보살핌으로 꾸준히 지피치피를 경주에 출전시켜온 마주 ’펠릭스 몬서레이트‘(Felix Monserrate)는 “경주를 마친 지피치피는 매번 기쁜 모습으로 돌아오기에 난 언제나 실망스럽지 않다.”고 전한 바 있다.

 

심지어 야구선수와 벌인 38m 단거리 이벤트 경주에서조차 패배한 지피치피를 두고 마주 펠릭스는 “선수가 이길 수 있게 말이 봐준 것이다.”며 100연패 마주다운 너그러운 모습을 보였다. 지피치피의 도전정신은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 피플(PEOPLE) 등 수많은 언론의 기사와 방송을 통해 미국 전역으로 전해졌다. 지피치피는 어린이 학업독려 캠페인의 광고 모델로도 활약했으며 그의 이야기는 동화책을 포함한 두 권의 책으로 출판됐다.

 

 

패배해도 꾸준히 달리는 ‘하루우라라’, 경마장을 살리다

 

‘꼴찌’라는 사실만으로 ‘행운의 여신’까지 등극한 경주마가 있다. 바로 일본의 ‘하루우라라’다. 일본의 지방 경마장인 고치 경마장에서 98년 데뷔한 하루우라라는 2004년 8월 은퇴할 때 까지 무려 113전 113연패를 기록했다. 미국의 지피치피가 부진한 성적에도 인기를 얻은 것처럼, 하루우라라 역시 2000년대 초 경제 불황을 겪고 있던 일본인들에게 ‘꼴찌들의 별’로 불리며 국민적 인기를 얻었다.

 

하루우라라는 유독 작고 겁이 많아 경주마로는 ‘부적격’인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중앙 경마장은커녕 지방 경마인 고치 경마장에서 데뷔해 착실히 연패를 쌓아가고 있었다. 그녀가 달리던 고치 경마장은 고치 시내에서도 접근성이 안 좋았고, 국가적 경제 불황 탓에 큰 경영위기를 겪고 있었다. 이에 고치 경마장은 사활을 걸고 하루우라라를 ‘패배해도, 패배해도 다시 일어나 계속 달리는’ 경주마로 홍보하기 시작했고, 이는 대성공이었다. 하루우라라는 일약 스타덤에 떠올랐으며, 하루우라라의 마권은 ‘절대 맞지 않기 때문에’ 정리해고와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부적으로 입소문을 탔다.

 

하루우라라가 국민적 인기를 끌자 106전 출전 때는 일본 중앙경마의 최고 기수 ‘다케 유타카’ 기수가 기승하기도 했다. 물론 경주 결과에 이변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 경주를 보기위해 고치 경마장에는 약 1만3000천명의 팬들이 입장했다. 마권 매출도 사상 최고액을 갱신했다. 하루우라라덕에 ‘파리 날리던’ 경마장이 인산인해가 되며 폐업위기를 넘긴 것이다.

 

현재 목장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는 하루우라라는 은퇴 후에도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약 70명의 시민들이 자발적로 ‘하루우라라회(會)’를 만들어, 그들이 모은 회비가 하루우라라의 양육비로 쓰이고 있다.

 

 

지칠지 모르는 꾸준한 출전 ‘코리아헌터’, 역대 최다 출전기록에 도전하다

 

‘노장’ 코리아헌터는 며칠 전인 3월 28일 드디어 10번째 생일을 맞았다. 코리아헌터의 통산 전적은 117전 2승이다. 11마리 말 중 11위, 지난 달 13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열린 1,200m 경주에서 ‘코리아헌터’가 기록한 결과다. 승률이 2%도 채 되지 않지만 첫 데뷔인 2013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출전기록을 적립해왔다. 현재 한국경마 최다 출전기록은 80년대 ‘백작호’가 세운 129전. 코리아헌터의 페이스를 감안하면 올 연말 쯤 최다 출전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경주마가 평균 5세를 전후로 은퇴한다고 보면 코리아헌터의 현역 도전은 한 경주 한 경주가 역사가 되고 있다.

 

소위 ‘못 뛰는 말’인데도 코리아헌터에 대한 경마 팬들의 애정은 상당하다. 코리아헌터가 언제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갈지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 햇수로 7년째 코리아헌터를 맡고 있는 이정표 조교사의 애정도 남다르다. 체구가 큰 말이 아니고 영리한 말이라 꾸준함이 롱런의 비결이라고 이야기한 이정표 조교사는 잔부상이나 아픈 적이 거의 없었던 말인만큼 ‘보물단지’처럼 소중한 말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비록 나이가 많지만 역사로 기억될 수 있도록 훈련과 관리에 최선을 다해 올해도 꾸준히 출전하는 게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김봉겸 마주 또한 코리아헌터의 승률을 줄줄 꿰고 있을 정도로 말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코리아헌터가 출전 신기록으로 이름을 남겨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대표되는 경주마로 경마팬들에게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은퇴 전 우승을 다시 한번 이뤄내 아름다운 기적으로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리아헌터는 오늘도 출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희망적인 건 가장 최근 경주에서 지난 2월 경주보다 기록이 3초나 줄었다는 것, 박수 받는 꼴찌의 질주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코리아헌터가 보여주고 있는 끈기와 투지는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국민과 말산업에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코리아헌터가 우리를 응원하는 만큼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경마도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될 때, 우리 또한 10년차 베테랑 코리안헌터의 통쾌한 반격을 기대해 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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