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견생을 사는 발리의 애견들

글/김다슬(세계 펫문화 칼럼니스트)

동남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발리의 6월은 아직 성수기 전이라 그리 붐비지도 않아 한적하게 휴식하기 딱 좋은 분위기였다. 게다가 타는 듯이 뜨거운 7,8월 전이라 그런지 한낮을 제외하고는 선선한 날씨로 인해 아침 산책과 밤 산책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이어지던 산책길에 만난 발리의 자유로운 애견들의 모습은 우리가 동네에서 만나는 애견들의 모습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기분학적인 것이겠지만 느긋하고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이기까지 했다.

발리, 그중에서도 ‘우붓’은 한국에서 7시간 정도 소요되는 곳이다. 늦은 저녁에 도착해서 바로 다음날 아침 우붓 현지인들의 동네가 궁금해 이른 산책을 나섰다. 그리고 기다란 거리에서 아침부터 바삐 움직이는 여러 마리의 개가 평화롭게 노는 것을 보았다. 발리에서는 개를 묶지 않고 밥과 잠자리만을 제공하며 자유롭게 키우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견종을 알 수 없는 개가 대부분이었지만 그 나름대로의 사랑스러움을 뽐내며 인간과 어울려 살고 있었다.

우붓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곳이라 그런지 지역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에 가도 작은 여행사쯤은 어디나 있다. 사진의 검은 개는 떠돌이 개인 줄 알았지만 사진을 몇 장 찍고 있는 와중에 자연스럽게 여행사 안으로 들어가 주인 앞에 털썩 엎드렸다. 이름이 적혀있는 목걸이를 하진 않았지만 이 동네가 본인의 커다란 집인 것처럼 길을 잃을 것 같진 않아 보였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한가로이 동네를 거닐다가 배가 고파지고 잠이 오면 다시 집으로 가면 된다.

발리는 대부분이 무슬림인 다른 인도네시아 지역과 달리 아직 힌두문화의 전통을 뿌리내리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일반 가정집 앞에도 ‘차낭사리’라고 불리는 꽃 등으로 이루어진 공양물을 만들어 집 앞 바닥이나 사진에서 보이는 작은 공간 안에 넣어 신에게 바친다고 한다. 이를 구경하려고 집 쪽으로 가까이 가다가 평화롭게 자고 있는 개를 발견했다. 잠든 표정이 너무 평화로워서 잠에서 깨지 않게 조심히 사진을 찍느라 꽤 진땀을 흘렸다.

발리에는 힌두교 사원 4,600여개라고 한다.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걸어가던 중에 어렵지 않게 힌두교 사원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앞을 지키는 듯 조금은 커다란 개가 누워 있었다. 발리에는 얼룩덜룩한 무늬를 가진 개가 많았는데 그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은 무서운 외관과 달리 가까이 다가가면 순한 표정으로 꼬리를 흔들어서 그 무서움은 곧 사라져 버렸다. 사진의 개도 가만히 누워 있다가 사진을 찍으려 가까이 다가가자 고개를 들고 꼬리를 살랑거렸다.

하루는 이른 아침 논을 구경하며 산책을 하는데 깃발과 이국적인 식물로 꾸며진 평상위에 늘어지게 자고 있는 개를 발견했다. 분명 어제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열대과일을 먹고 있는 장소였는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이곳은 개의 선선한 쉼터가 되어 있었다. 약간의 그늘이 드리워진 곳 아래서 단잠을 자고 있는 개의 모습을 보니 미소가 절로 나왔다. 잠시 뒤 주인이 오자 벌떡 일어나 달려가는 모습이 숙면 뒤 활기찬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원문 : 월간 펫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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