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법비교연구회 세미나 현장 스케치 ‘존엄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 동물존엄의 가능성과 함의’

  • 김도희 변호사의 발제로 ‘존엄’에 대해 다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다
동물법비교연구회 세미나 모습

7월 4일(토), 책방 풀무질에서 동물법비교연구회(대표 김영환)의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의 발제는 ‘존엄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 동물존엄의 가능성과 함의’였다.

발제는 김도희 변호사가 했고, 김 변호사의 발표에 이어 참석자들의 토의가 진행되었다.

김 변호사는 준비한 자료를 설명하며 발제한 주제에 대해 발표했는데, 어찌보면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존엄’이라는 주제에 대해 쉬운 어조로 설명을 해나갔다.

발표내용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들어가며 – 질문을 바꿀 때
2. 존엄의 첫 번째 구성 : 존엄이란, 아리송한 존엄
3. 존엄의 두 번째 구성 : 자명하지 않은 존엄, 존엄의 확장
4. 존엄의 세 번째 구성 : 존엄은 유효한가, 존엄의 도약
5. 현행법에서 존업의 용법 – 결론을 대신하여

발표내용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자.

Ⅰ 들어가며 – 질문을 바꿀 때

  • 하수구 냄새와 락스 냄새가 진동하는 화장실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야했던 어느 경비원의 죽음앞에서
  • 위와 같은 모습을 보며 인간은 질문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 그래서일까 이런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15세기 이탈리아 철학자 미란돌라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연설’에서 “인간에게는 스스로의 지위를 짐승의 수준으로 낮출지, 혹은 신의 수준으로 끌어올릴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 그러나 동물의 존엄성을 이야기해야 하는 절박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 그러니 인간에 대해서만 묻는 나르시시즘은 잠시 접어두자.

Ⅱ 존엄의 첫 번째 구성

존엄이란

  • 그런데 대체 존엄이 뭘까.
  • 여러 문헌들에 따르면 존엄은 오래 전부터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법이나 정치, 제도와 다르고, 명예, 존중, 품격, 숭고같은 개념과도 다르다고 한다.
  • 세계대전을 겪은 뒤 1948년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이렇게 시작한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
  • 독일 헌법 제1조는 1949년 이렇게 잇는다. “인간의 존엄성은 침해되지 아니한다. 모든 국가 권력은 이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를 진다.” 오늘날 법적인 의미에서의 존엄은 일종의 천부인권이다.
  • 이후 여러 국가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헌법으로 규정하게 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서도 이른바 행복추구권에 인간의 존엄을 규정하고 있다.
  • 여기까지 보면 인간의 존엄성을 지위나 역할, 신분과 관계없이 모든 인간이 보편적으로 지니는 권리의 기본 전제이자 핵심 원리로 규정한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하기는 어렵다.

아리송한 존엄

  • 사전적 의미를 알아내기는 어려운 듯하니 이번에는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자.
  •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관념이 형성되고 전파되기 시작한 17, 18세기 계몽주의 시대는 상인과 지주계급인 성직자와 귀족의 통치(라고 쓰고 독재라고 읽는다)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부르주아 계급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 자유를 얻게 된 시민들에게는 생각과 행동의 기준이 되어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는 김도희 변호사

Ⅲ 존엄의 두 번째 구성

자명하지 않은 존엄

  • 존엄의 비자명성을 뒷받침하는 논거는 수도 없이 많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민주주의 이념과 각국의 헌법, 각종 선언문들은 모두 인간의 존엄에 관념과 그에 대한 믿음으로 제정되었다.

존엄의 확장

  • 사실 인간의 존엄은 보편적 인권의 금과옥조처럼 받아들여졌지만 승자들의 역사에 한정된 이야기다.
  • 오이코스는 아주 서서히 줄어들었다. 루소가 ‘사회계약론’에서 처음 인간의 권리를 언급한 것은 1762년이다… 심지어 스위스는 1971년에야 비로소 남성과 동등하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이렇게 존엄은 서서히 확장되어 갔다.

Ⅳ 존엄의 세 번째 구성

존엄은 유효한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엄은 여전히 유효한가는 남는 고민이다.
  • 사실 스위스 연방헌법에 피조물의 존엄 조항이 들어가게 된 배경에는 이러한 이유도 한 몫 한다.

존엄의 도약

  • 모든 인간이 존엄한 존재인지는 이제 국제 인권 규범이나 헌법, 법률에 근거할 수 있지만, 그 규범과 법률이 어디에 기대고 있는지는 늘 논쟁적이다.
  • 작고한 스티븐 와이즈, 피터싱어, 제인구달 등이 모인 비인간권리프로젝트는 높은 지능, 복잡한 감정, 자의식, 인간과의 의사소통능력을 가진 대형유인원의 인격성과 기본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마사 누스바움은 직접적으로 동물의 존엄을 언급한다.
  • 덕윤리학자인 코라 다이아몬드 등은 자비롭지 않거나 친절하지 않거나 유덕하지 않은 태도에 기초한 행동을 한다면 그때의 행위자는 자비롭거나 친절한 존재가 아니다.
  • 대륙철학에 기반을 두고 현상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랠프 아카포라 등은 인간과 동물이라는 이항대립에 놓인 인간중심주의를 거부하고, 동물의 능력이나 지능에 근거를 두지 않는 관계를 제안한다.
  • 아캄포라 등의 영향을 받았을 프랑스의 현상학자 메를로퐁티는 “우리는 순진무구(비폭력)와 폭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폭력의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다.
  • 김현정은 “개인은 (사회화를 거쳐서) 일단 사람이 되었다고 해도, 남의 도움없이 계속 사람으로 살 수 없다. 사회생활의 모든 순간에 그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람대접을 받음으로써 매번 사람다운 모습을 획득하는 것이다.
  • 좀더 밀고나가 보면, 존엄성이 본질적으로 내재적 가치를 수반한다는 생각에서 나아가, 어떤 개체는 그 내재가치 또는 내재적 특성에만 의존하는 경우에만 내재가치를 갖는 반면, 그 가치가 다른 개체와의 관계에 의존하는 경우에는 외부가치를 가진다고 보아 존엄성의 개념의 외연을 확장할 수도 있겠다.

Ⅴ 현행법에서 존엄의 용법 – 결론을 대신하며

우리도 동물의 존엄 규정이 있다?

  • 스위스에 ‘비인간 유전자 기술에 관한 법률(GTG)’과 ‘동물복지법(TSchG)’에 동물 존엄이 들어간 것을 의식한 것인지, 재미있게도 한국에는 동물보호법 상 실험동물에 관한 규정에 ‘동물 생명의 존엄성’을 유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 그것의 표현을 왜 동물의 존엄성이 아니라 동물 생명의 존엄성이라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만 하나, 아무래도 비인간에게 인간과 공통되는 어떤 무엇인가를 경유하지 않고 존엄성을 부여하기는 부담스러웠던 것이 아닌가 싶다.

스위스 법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

  • 목표 설명 : 개입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정확하게 설명
  • 사실의 제시
  • 적합성 : 문제의 개입이 적절한지 여부를 고려, 권리이익들의 가중치 부여
  • 필연성 : 의도된 목표가 동물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서는 달성될 수 없는 경우, 대체실험 가능 여부 판단
  • 변형의 식별 및 평가
  • 합법적인 권리이익의 식별 및 평가
  • 비교 : 부담 VS 합법적인 권리이익

사실 세미나에 참석하고 ‘존엄’에 대한 내용을 들었을 때, 평소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 부분이라 주제가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왔었다. 하지만 김도희 변호사가 준비한 내용은 ‘존엄’이라는 주제를 마치 계단을 올라가듯, 참석자들을 단계별로 이해할 수 있게 이끌어주었다.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참석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는데, 그 가운데 동물의 범주, 생명과 생명체의 차이점 등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동물법비교연구회의 세미나는 월 1회 진행되고 있으며, 8월에는 공장식 축산에 대한 내용으로 세미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김영환 대표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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