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에 대한 여야 합의를 환영한다.
지난 4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동물의 법적 지위를 명시하는 조항이 신설된 민법 개정안을 4월 중 심사,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2021년 10월 정부입법으로 발의된 민법 개정안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명시한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했다.
어웨어는 이번 국회의 합의를 적극 환영하는 바이다. 어웨어가 지난해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4.3%가 민법에 "동물이 물건이 아니다" 조항을 신설하는데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시민들의 동물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변화하는데도 불구하고 제도가 이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법안이 발의된 지 1년 6개월 만에 국회가 심사, 처리의 뜻을 밝힌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과 구분하는 것은 우리 사회 전반에서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동물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등 해외 국가들은 동물의 비물건성을 선언하는 것을 넘어 민법에 동물을 '감응력 있는 존재'로 정의하고, '종에 따른 필요'를 인정하는 등 물건과 구분되어야 하는 이유까지 천명하고 있다.
사람이 정서적 가치를 갖는 '반려동물'만 물건이 아닌 것이 아니라, 물건과 달리 고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별도의 법적 지위가 필요한 것이다.
어웨어는 특히 민법 개정이 우리 사회에서 동물에 대한 '돌봄 의무'를 강화하기 위한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비록 자신이 기르는 동물이라고 하더라도 소유자의 권리 행사 이전에 동물의 복지를 고려하여야 하고, '돌봄의 의무'를 지는 것이 상식이 되는 사회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뿐 아니라 농장동물, 실험동물 등 상업적 목적으로 길러지는 동물이라도 물건이 아닌 '느낄 수 있는 존재'로 대우하고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데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약속한대로 민법 개정안을 조속히 심사해 처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민법 개정이 선언적인 의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향후 추가적인 입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어웨어는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동물 관련 제도가 새로운 동물의 법적 지위에 맞게 개선되어 동물들의 삶에 실제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2023년 4월 6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