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와 장군이는 변함없는 친구죠. 내가 부르면 항상 오고... 껌딱지하고 똑같아요"
듬직한 산세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지리산의 청내골에는 숲을 사랑하는 남자, 김태헌(65) 씨가 살고 있다. 지금은 산속에서 버섯 재배와 양봉을 하고 숲을 가꾸며 지내는 산 사나이지만 산에 들어오기 전에는 사업을 하며 바쁜 도시의 삶을 살았었다.
주변에서는 김태헌 씨를 보고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본인은 치열한 도시 생활에 병까지 생겨 3년 전 문중 선산이 있는 지리산으로 들어온 것.
산속에서 제2의 인생을 꾸린 그의 곁에는 반려견 '나나'(3살) 와 '장군이'(8개월) 가 함께한다. 산에 막 들어오던 3년 전, 홀로 지내는 게 외로워 지인을 통해 입양한 나나와, 나나가 심심할까 걱정돼 데려온 장군이까지. 그렇게 지리산 청내골의 삼총사가 완성됐다.
누구보다 자연을 사랑하는 태헌 씨는 산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우며 숲을 깨끗하게 관리 중이다. 오늘도 아침 일찍 청소길에 나선 태헌 씨. 그의 곁에는 어김없이 나나와 장군이가 동행한다. 태헌 씨와 마찬가지로 산 생활이 3년째인 나나는 일명 환경미화'견'이다.
산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면 귀신같이 물어오는 것. 그 모습을 보고 태헌 씨가 폭풍 칭찬을 해주자 이번엔 동생 장군이가 나선다. 평소에도 형 나나에게 태헌 씨 빼앗기길 싫어하는 장군이가 열심히 산을 뒤져서 무언가를 물고 온다. 태헌 씨의 칭찬을 차지하기 위해 나나와 장군이의 신경전, 그 결말은?
"나를 생각하는 걸 보면 참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앞으로 내가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도 청내골을 앞마당처럼 누비고 다니는 나나와 장군이. 태헌 씨의 사유지이기 때문에 허락할 수 있는 자유이기도 하지만 태헌 씨가 두 녀석을 묶어두지 않고 키우는 데에는 남모를 사연이 있다. 둘째 장군이를 입양하기 전에 겪은 가슴 아픈 일로 인해 지금껏 웬만해서는 목줄을 하지 않는다. 그 사연은 무엇일까.
하루 종일 뛰어노느라 바쁜 두 녀석을 위해 건강식을 해주기로 한 태헌 씨. 메뉴는 다름 아닌 미역국이다. 산에서 나는 재료는 가득하지만, 바다에서 나는 미역은 없다 보니 직접 구례 오일장을 가기로 한다.
두 녀석에게 다녀오겠노라 인사를 하고 차에 오르는 태헌 씨. 서서히 차가 출발하자 갑자기 나나와 장군이가 차 뒤꽁무니를 향해 전력 질주를 시작한다. 태헌 씨와 어디든 함께하고 싶어 그가 외출할 때마다 벌이는 실랑이다.
우여곡절(?) 끝에 오일장에서 미역을 사 온 태헌 씨는 직접 재배한 버섯까지 넣어 특급 미역국을 끓인다. 정성 가득 들어간 건강식을 맛보는 나나와 장군이의 반응이 궁금하다.
"앞으로도 산을 사랑하는 만큼 우리 애들도 더 사랑을 해주고 싶어요"
제2의 인생으로 지리산 생활을 택한 태헌 씨는 자연을 더 잘 가꾸고 싶은 마음에 '숲 가꾸기' 면허도 취득했다. 아직은 3년 차 초보지만 의욕만큼은 숲 가꾸기 달인이다.
오늘은 봄이 오는 길목에 나무의 잔가지를 정리해주기 위해 산을 올랐다. 작업을 하는 그의 곁에는 역시나 나나와 장군이가 열심히 뛰어노는 중! 긴 겨울 끝에 맛보는 따뜻한 기운이 좋은지, 녀석들도 숲도 한결 생기가 돋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태헌 씨 얼굴에 미소가 가시질 않는다. 태헌 씨가 사랑하는 숲, 태헌 씨가 사랑하는 나나와 장군이. 태헌 씨는 한 번 더 다짐한다. 이 모든 것을 더 사랑해줘야겠다고!
지리산 털보 사나이와 특공대 두 마리의 행복한 산중 생활은 3월 18일 토요일 저녁 8시 5분 <동물극장 단짝>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