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마지막 날, 산청을 여행하며 단계마을에 들렀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이곳 단계마을에 '돌담길'과 '박씨고가'가 있다 하니, 댕댕이랑 함께 산책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이 글에서는 지난 4월에 다녀온 산청 '단계마을'의 매력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나지막한 돌담길과 고즈넉한 풍경이 인상적인 단계마을로 함께 여행을 떠나보자.
단계마을로 출발, 목적지는 '단계마을 돌담길'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단계마을 돌담길'에 도착했는데... 뭔가 이상하다. 주차장은 안 보이고, 그냥 시골 마을만 보인다.
대략 난감... 주차할 곳을 찾노라니 주민센터 주차장이 보인다. 이곳에 주차를 하고 '단계마을 돌담길'을 만나러 출발!
낮은 담장이 보이고, 집과 집 사이 공터에는 텃밭도 보인다... 그런데 이런 모습만으로는 뭔가 2%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도 '단계마을 돌담길'이라고 검색하고 찾아왔는데, 거리가 생각보다 짧다.
돌담길을 따라 조금 더 걷다 보니 2차선 도로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고택이 보인다.
'저곳이 박씨고가인가?'하는 생각에 가까이 가서 살펴보기로 한다.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고가'이긴 한데, 박씨고가가 아니라 '권씨고가'이고, 폐쇄되어 있다. 고가 앞으로 난 도로는 2차선 도로지만 큰 차들이 많이 지나다닌다.
사람이 통행하기에도 좁고 위험해 보이는 도로를 보며... "이거, 도로 옆에 고가가 있어서 댕댕이랑 함께 산책하기에는 무리겠는걸"하고 생각한다.
도로를 건너 권씨고가 건너편으로 오니 '이순신 백의종군로'라는 안내비가 세워져 있다.
안내글을 읽어 보니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로 곳곳에 이렇게 안내비가 세워져 있다'고 설명되어 있다.
기념비를 보고 마을로 향하는 도로쪽을 보니,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낮은 돌담길의 '과거'가 잘 포장된 '현재'의 도로와 어우러진 느낌이다.
'저 쪽은 어디지?'... 고즈넉한 마을 풍경이 더 보고 싶어, 차를 타고는 이 도로로 다시 돌아온다.
초행길이다 보니 어디에 주차해야 할지 조금은 난감. 주차할 곳을 찾고 있는데, 마침 주말이라 우체국 앞 주차장에 빈 곳이 있다.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잠시 걸었기에, 우체국 앞에 차를 주차하고 잠시 쉬어간다. 옆으로는 교회가 보인다.
단계마을 우체국 앞을 지나는 도로!... 산청을 여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다... 이런 도로는 이제껏 본 적이 없다. 도로 옆으로 돌담길이 있고, 초록의 나무가 싱그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댕댕이와 함께 단계마을을 여행한다면... 이곳 단계마을 우체국 앞 도로를 산책해보라고 추천한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기에 사람들이 붐비지도 않고, 물건을 파는 가게들의 현란한 간판도 보이지 않으며, 나지막한 돌담길은 한없는 곡선미를 뽐내고 있다. 이곳 도로에서는 디지털의 차가움과 경직된 정확함이 아닌 따뜻함과 아날로그의 음률과도 같은 리듬감이 느껴진다.
누군가 '올 한해 여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감성공간'을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단연 이곳을 이야기할 것 같다.
잠시 쉬었다, 박씨고가를 찾아 나선다. '이 길 어디쯤엔가 박씨고가가 있겠지' 생각하면서...
아하, 그런데 이거... '박씨고가' 만나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
길을 걷다 텃밭을 메고 계신 할머님께 길을 여쭤보니, 어찌어찌 가라고 알려주신다. 때마침 앞으로 한옥이 한 채 보이길래 또 여쭤보니, 본인 주택이라고 알려주시며 구경해보라고 말씀하신다.
집 앞에 도착해 안내문을 보니 '산청 박인현 고택'이라고 되어 있다.
고택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돌담길과 고택안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고택 한옥에 계신 할아버지는 책을 읽고 게신 듯 하여, 방해하지 않으려고 가볍게 목례를 하고 고택을 구경했다.
고택을 구경한 후 할머님께 고맙다고 인사드리고, 다시 '박씨고가'를 찾아 나선다.
할머님이 알려주신 길로 가는데도... 이거 영 박씨고가를 찾을 수가 없다... "우와! 박씨고가 찾는 일은 포기!"
'그림의 떡' 보듯 박씨고가 근처에 와서 정작 박씨고가는 못 본채 돌아가게 생겼다.
그렇게 차를 주차했던 우체국으로 돌아와 다음 행선지로 이동한다. 그런데... 출발하고 오래지 않아 특이한 광경에 눈낄이 끌려 초등학교 앞 주차장에 다시 차를 세운다.
그 특이한 풍경은 바로... 기와지붕으로 된 초등학교 정문이었다.
"우와, 초등학교 정문도 한옥처럼 기와로 되어있다"... 사진에는 없지만, 단계마을 경찰서도 지붕이 기와지붕이다.
"초등학교 정문과 동네 경찰서 지붕이 기와지붕이라니, 너무 멋진 걸!"
주변 풍경은 어떨까?
초등학교를 지나니 인근에 '산청 단계시장'이 나온다. 단정하고 깔끔한 풍경인데, 오늘이 시장 휴무일이라 대부분의 가게는 문을 닫은 상태다.
시장을 구경하다 문을 연 곳이 있어 안으로 들어간다. 가게 이름은 '댕기고방'으로 커피와 함께 대표가 내어준 간식을 맛본다.
"애견동반이 되나요?"... 댕댕이랑 산책하고 이곳에서 쉬어가면 좋을 것 같아 여쭤보니, 그렇지는 않다고 알려준다.
커피와 함께 간식을 먹으며 댕기고방 대표로부터 단계마을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박씨고가 가는 길도 듣는다.
박씨고가를 못 찾아 그냥 가려고 했는데..."오늘 박씨고가는 어떻게든 가는 운명이었나 보다"... 댕기고방에서 이렇게 가는 길을 듣게 되니 말이다.
그렇게 찾기 힘들던 박씨고가에 드디어 도착했다.
박씨고가 입구 안내문에는 아래처럼 고가에 대한 설명이 되어있다.
산청 단계 박씨 고가
경상남도 민속문화재 제4호
18세기 경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고가는 용담 박이장의 후손 박상제가 살았던 집이다. 박씨고가는 담장을 사이로 아래, 윗집으로 나누어져 있다.
두 집은 하나의 주택 안에 사랑채와 안채의 관계인 것처럼 보이도록 배치하였으나, 아랫집은 윗집과 분리된 것으로서 일제 시기의 건물이다. 건물은 사랑채와 안채, 문간채를 '⊃' 모양으로 배치하였는데, 이 지역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안채와 사랑채를 병렬 형식으로 배치한 것과 차이가 있다.
사랑채는 일반적인 사대부 집안의 사랑채보다 그 규모가 작으며 권위적 상징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문간채는 문간 1칸을 포함하여 5칸 규모의 비교적 큰 건물로 창고, 방, 중문, 헛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간채가 헛간과 방앗간 등의 작업 공간과 직접 연결되는 것은 조선 후기 부농 주거의 특색이다. 문간에서 안채가 직접 들여다보이는 것도 내외 관념에 구속되지 않는 부농 계층의 모습을 보여준다. 안채는 정면 6칸, 측면 1칸으로 비교적 큰 편이다.
순수한 생활공간으로 2단의 층을 둔 받침 위에 세웠다는 점, 건물 높이나 구조가 다른 건물보다 크다는 점 등은 살림채를 중시하는 부농 주거의 또 다른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조선 후기 부농 가옥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는 건물이다.
'박씨고가'가 주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기억 속 외갓집의 모습과 흡사했다. 어릴 적 코끝을 스치던 황토집의 냄새와 가을에 추수한 곡식을 타작하던 그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박씨고가는 조선 후기 부농 가옥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고 하니, 어린 자녀들이 있다면 현장체험 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일 것 같다.
주변에서 밭일을 하시던 분들이 없었다면, 눈에 보이는데도 박씨고가를 찾지 못했을 수 있을 정도로 '고가'에 대한 안내문이 없다. 방문시 참고하기 바란다.
그러니까... 제일 떡 방앗간에서 봤을 때, 도로 건너편에 있는 작은 길을 따라가야 '박씨고가'로 갈 수 있는 것이다.
"박씨고가 가는 길은, 제일 떡 방앗간 건너편"이라는 사실, 꼭 기억하기 바란다.
단계마을 '돌담길'과 '박씨고가'를 만나러 출발한 여행... 내비게이션도 그렇고, 인터넷도 그렇고 박씨고가가 정확하게 어디라고 알려주는 정보가 부족했다.
덕분에 필자는 단계마을의 풍경을 조금 많이 구경한 여행객이 되었다.
가족들과 오손도손 얘기하며 걸어도 좋고, 친구나 연인, 댕댕이와도 함께 걷기 좋은 돌담길... 물론 우체국 앞 도로를 말한다... 그리고 조선 후기 부농 주택 '박씨고가'가 있는 곳!
산청 단계마을은 산청의 숨은 명소이자 "돌담길 따라 걷는 감성여행 추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