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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은퇴한 경주마의 운명... "폐목장에 버려진 경주마들"

by 야호펫 2022.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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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 한 외딴 폐목장에서 말들이 방치된 채 더위와 굶주림에 지쳐 죽어가고 있다는 동물보호단체의 제보를 받았습니다. 이 말들은 한때 누구보다 빠르게 뛰던 경마장의 경주마들이었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바로 가보겠습니다.

- 바로간다 사회팀 유서영 기자 -

 

 

폐목장에 버려진 경주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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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한 폐목장, 땡볕에 바싹 말라버린 흙 위에 커다란 말 한 마리가 죽어 있습니다. 

가까이 가 보니 부패가 시작된 듯 악취와 함께 파리가 들끓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이곳에서는 말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근처에서는 생풀을 뜯어먹고 있는 다른 말 두 마리가 보입니다. 

오랫동안 제대로 못지 못해 마른 듯 몸 곳곳에 뼈가 툭툭 불거져 있고, 털과 갈퀴에서 윤기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뒷다리와 엉덩이에는 상처를 입어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인터뷰) 초반에 좀 치료가 됐으면 이제 보기에도 괜찮게 치료가 됐을 텐데 사실 그 단계는 이제 지났고...

 

이곳에서 말 네 마리가 처음 발견된 건 지난달 25일. 방치된 채 굶고 있는 말들을 본 인근 주민이 물과 당근을 가져다줬습니다.

 

(기자) 몇 번 정도 왔어요? 

(인터뷰) 한 네 번, 다섯 번. 다른 조치는 없었던 걸로 확인했고요.

 

하지만 폭염과 폭우에 무방비로 노출된 말들은 오래 버티지 못했습니다.

이달 중순, 나흘 간격으로 두 마리가 폐사했고 남은 두 마리도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인터뷰) 영양제, 항생제 맞히려고 주사하는데 근육이 없어서 주사 맞히기도 힘들 정도로 상당히 상태가 안 좋아...

 

(기자) 앞서도 비슷한 신세의 말들이 거쳐갔는지 곳곳에 말 뼛조각들이 보입니다. 이 말들은 어디서 온 걸까요.

 

죽은 채 발견된 말과 살아있는 밤색말은 경주마 품종인 더러브렛. 경주 목적으로만 사육되는 품종입니다. 체내에 삽입된 칩을 확인해 보니 밤색말은 서울 경마장에 28번 출전한 적이 있는 사랑이라는 경주마였습니다.

 

지난 2008년부터 경주마로 뛴 사랑이의 마지막 출전은 지난 2011년 경기를 한 11마리 중 10등을 한 경기였습니다. 은퇴 후에는 지난 2018년, 전남의 한 승마장에 있다고 등록된 게 마지막 정보였습니다.

 

사랑이를 포함해 네 마리를 이곳에 데려온 건 폐목장 근처의 건강원 사장과 도축업자였습니다.

 

(인터뷰) 승마장에서 못 쓰는 말, 승마장에서 전화 오면 받아다가 30만원도 받고 50만원도 받고...

(인터뷰) 약 하는 건 뼈만 하지. 고기가 필요 없는 거니까. 우리는 갖고 오는 것만 해주는 거지.

 

(기자) 폐목장까지 데려온 말들을 도축하거나 폐사한 사체를 수습해 뼈는 약재로, 나머지는 반려동물 사료로 팔고 있다는 겁니다. 동물단체는 살아남은 두 마리를 인수했지만 부여군이 말을 보호할 장소가 없다며 난색을 표해 한 달 만에야 제주도로 보냈습니다. 

 

(인터뷰) 주인이 포기를 하고 지자체에서 소유권을 가져서 관리를 해라 얘기를 하면, 하긴 해야 되는데 사실 막막한 상황이죠...

 

(기자) 말은 보통 30년 안팎을 삽니다. 하지만 국내 경주마는 보통 4살에서 6살이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경마장을 나오게 됩니다. 

 

지난해 퇴역 경주마 1,600여 마리 가운데 승마나 번식용으로 쓰인 건 600여 마리. 나머지는 대체로 도축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자세한 경로는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말 이력제가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어 말 주인이 등록하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광범위하게 불법 도축들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금 보고 있거든요. 창고 도축이라, 창고 행위라고도 하고...

 

(기자) 지난 2019년에는 매를 맞으며 도축장에 끌려가고 도살용 총에 맞는 경주마들의 모습이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습니다. 

 

은퇴 경주마 학대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마사회가 도입한 말 복지 지침은 구속력이 없고, 농림부도 말 등록제 의무화를 몇 년째 검토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