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2일(금) 저녁 7:40 KBS 1TV
- 백년 세월을 간직한 고양이 한옥의 사연
"고양이는 왜 그런지, 신이 만든 최고의 생명체 같아요"
경기도 가평, 무려 백 년 세월을 간직한 한옥이 있다. 소란스럽지 않을 것 같은 이 집의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반전 풍경이 펼쳐진다. 마당에서부터 지붕, 나무 위, 장소를 불문하고 활보하는 고양이들 때문! 저마다의 사연으로 이 집에 들어와 가족이 된 아이들이다.
고양이는 모두 여덟 마리. 녀석들을 친구삼아 한옥을 지키는 건 고희정(59) 씨다. 아침에 눈 떠서 잠들 때까지 오로지 고양이들만 바라보는 게 일상이다 보니 집안 곳곳에는 그녀의 고양이 사랑이 가득하다.
방 하나를 통째로 '고양이 전용 방'으로 만들어 소품들로 꽉 채우는가 하면, 마당의 오래된 살구나무는 녀석들의 캣타워가 된 지 오래! 마치 고양이집에 사람이 얹혀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양이 한옥'이 다 됐다.
그럼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녀석들의 물건을 만드는 게 취미라는데... 그중 대표작은 고가구를 활용한 고양이 집! 옷장, 뒤주와 같은 가구를 구해다가 고양이 습성과 취향에 맞춰 리폼하면 세상 하나뿐인 '고양이 가구'가 탄생한다. 오늘도 고가구 경매장으로 향한 희정 씨. 이번엔 어떤 새 가구가 탄생할까?
"늘 짝사랑하죠, 고양이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요"
쌍이, 둥이, 한강, 곰돌, 영희, 별이, 깜돌이, 순경이... 이름도 개성 만점인 희정 씨네 고양이들! 가장 최근에 입주한 신입생 '쌍이'와 '둥이' 형제에, 이웃 할머니의 고양이지만 희정 씨네 와서 살고 있다는 '별이'. 희정 씨의 껌딱지인 깜돌이까지... 하나하나 매력이 남다르다.
그 중 희정 씨의 단짝은 '순경이'! 까만 털이 옛 순경(경찰) 제복을 입은 것 같다고 해서 '순경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그런데 이름과 다르게 하는 짓은 순경이 잡아갈 정도로 사고뭉치!
텃밭을 화장실로 사용하는 건 취미요, 지나가는 고양이들에게 '냥 펀치'라 부르는 주먹 날리기는 특기다. 미운 짓만 골라 해도 순경이는 희정 씨 사랑을 독차지한다. 첫 주인에게 파양 당한 아픔이 있는데도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하게 잘 자라준 게 고마워서라고.. 그녀의 고양이를 향한 짝사랑은 오늘도 변함이 없다.
"고마워서 슬픈 건지... 제 엄마처럼 그렇게 잘 해주고 갔어요"
희정 씨에게는 아픈 손가락이 있다. 한때 군기 반장을 도맡을 정도로 쌩쌩했는데 구내염을 앓은 뒤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곰돌이'. 그리고, 올해로 20살이 된 장수묘 '한강이'다.
특히 희정 씨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온 한강이는, 20년 전 한강 다리 밑에서 발견하고 서울 살이 때부터 함께 해 온 오래된 가족.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건 반려동물에게도 마찬가지였으니,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젠 서 있는 것조차 힘든 상태가 됐다.
작년 가을, 한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며 희정 씨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한강이가 또다시 심상치 않다. 혹시, 희정 씨와 한강이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걸까?
가평에서 만난 묘한 인연. 희정 씨와 여덟 마리 고양이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단짝 이야기는 4월 22일 금요일 저녁 7시 40분 <동물극장 단짝>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