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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닷클럽' <팔도여담-광주ㆍ전남> 사진전, 류가헌에서 열려

by 야호펫 2021.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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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날'이 되어 사라질 남도 땅의 '오늘'
  • ‘닷클럽’ 사진전 <팔도여담-광주ㆍ전남> 12월 14일부터 류가헌에서

 

닷클럽 사진전 <팔도여담-광주ㆍ전남>

 

<팔도여담-광주ㆍ전남> 소개

이 땅에서 사라져가는 풍경과 사물, 사람살이의 '오늘'을 사진가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기록해 후대에 전하는 <팔도여담>. 해마다 한 지역을 정해서 사진으로 기록하고 연말이면 전시와 책으로 선보이는 닷클럽의 이 장기프로젝트가 어느새 6년째를 맞았다.

 

2016년 '팔도여담-경북'을 처음 발표했을 때만 해도 안팎에서 그 지속가능성을 우려했는데, 이듬해 '팔도여담-강원ㆍ제주', 2018년 '팔도여담-전라북도', 2019년 '팔도여담-충청북도', 2020년 '팔도여담 – 대전ㆍ세종ㆍ충남'이 한 해도 거름 없이 이어졌다.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계속되며 촬영의 진행을 힘겹게 했지만, 팔도여담 10년의 기록을 실현코자 하는 닷클럽 사진가들의 의지를 막지는 못하였다. 2021년 광주ㆍ전남 편을 위해 올해도 해당 지역을 찾아가 10명의 사진가들이 각자의 주제별로 촬영을 진행하였다. 참여 작가는 김현수, 백낙길, 석정, 손원곤, 심선아, 윤길중, 이순자, 임경희, 지수연, 황임규 총 10명이다.

 

  • 김현수는 홀로 남은 노인이나 노부부 곁을 지키며 농촌 지역의 한 풍경을 이루는 '반려동물'들을,
  • 백낙길은 칠이 벗겨지고 넝쿨식물에 점령당했을망정 아직도 집 안팎의 경계로 바로 서 있는 농촌지역의 대문들을,
  • 손원곤은 문화재급 정자들에 비하면 보잘것 없지만 어엿이 지역민들의 삶을 보듬고 있는 마을 정자들을,
  • 인물과 생활상을 찍어온 윤길중은 이번에도 집이나 논밭, 마을 골목을 배경으로 지역 주민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 지수연은 빈집을 통해서
  • 임경희는 허물어져 가는 가게들을 통해서 제목 그래도 '지방 소멸'을 보여주는가 하면,
  • 같은 집을 대상으로 했음에도 황임규의 '크로노스 건축'에는 어떤 건재함이 아직 살아있다.
  • 이순자 역시 아직껏 양지바른 곳에서 건재한 광주〮·전남 지역의 장독대들을 보여준다.
  • 그동안 해오던 작업의 갈래에서 멀어지지 않으면서도 시선을 새로이 한 사진가들도 있다. 지난해, 농촌 풍경의 일부분을 이루고 있음에도 아무도 눈 여김 하지 않거나 사진의 미학적 테두리 안에 넣기를 꺼려 온 더미들을 감각적으로 담아냈던 석정은 올해는 기념촬영을 하는 순간 스스로가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게 되는 인물 군상들을 '사적 퍼포먼스'라는 제목 안에 담았다.
  • 버려지고 잊힌 폐교의 동상들을 '동상이몽(銅像以夢)'이라는 재치 있는 제목으로 담았던 심선아는, 광주ㆍ전남에서는 폐기된 채로도 건물과 동상, 사물들과 자연이 자기들만의 세계를 구성하며 존재감을 자아내는 모습을 '폐교는 살아있다'는 제목으로 담아냈다.

 

류가헌 로고

 

닷클럽 사진전 <팔도여담-광주ㆍ전남>은 12월 14일부터 26일까지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이번 여섯 번째 신간을 포함해 그동안 각 지역별로 출간된 <팔도여담> 사진집 시리즈를 전시장에서 모두 만나 볼 수 있다.


작가소개

참여 작가 : 김현수, 백낙길, 석정, 손원곤, 심선아, 윤길중, 이순자, 임경희, 지수연, 황임규

 

사진모임 <닷클럽>은 2015년 8월, 사진에 열정적인 스무 명이 모여 발족한 사진스터디그룹이다. 매월 2회씩 외부강사를 초빙하여 사진이론과 기성작가들의 특강을 듣는다. <팔도여담>이라는 공동프로젝트로 매년마다 한 지역을 정해 한 달에 한 번씩 주말을 이용해 1박 2일 사진여행을 다니고 있다. 여러 명의 참여 작가가 각 지역을 주제별로 나누어 기록한 후, 연말이면 사진집과 함께 전시로 선보인다. <팔도여담> 2016년 경상북도, 2017년 강원도ㆍ제주도, 2018년 전라북도, 2019년 충청북도, 2020년 대전ㆍ세종ㆍ충남이 그 성과다.


전시 서문

우리는 행운아

 

6년째 이어오고 있는 <팔도여담> 촬영프로젝트. 2021년 촬영지는 광주/전남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태어나고 유년기를 보낸 고향이 있는 지역인지라 다른 참여 사진가들보다 마음 설레며 작업을 했다.

 

23개 시군을 면 단위마다 돌며 촬영을 진행한 건 <팔도여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 땅에 태어나서, 관광지가 아닌 전국 구석구석을 몸소 체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린 이미 행운아들이다. 남도의 정취와 풍광을 만끽하면서 맛 기행까지 겸했으니 빡빡한 스케줄임에도 쏠쏠한 재미가 더해졌다.

 

느닷없이 닥친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마을공동쉼터들이 문을 걸어 잠근 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독거노인들이 많은 시골 마을의 공동쉼터는 밥도 나누고 마음도 나누는 공간이자 소통의 숨구멍 같은 곳인데 말이다. 코로나로 인한 불안감이 클 것이라 생각돼 다가가기가 여간 망설여지는 게 아니었지만, 거리두기로 더 외로움을 타서인지 노인들은 오히려 반겨주었다. 고구마, 포도, 홍시를 내오고 손수 담근 간장을 싸주시기도 했다. 정을 한껏 받으면서 마음의 거리는 좁혀졌다.

 

올해도 열 명의 참여 사진가들이 광주/전남 하나의 지역에 대해 각자 다른 시선으로 촬영을 했다. 김현수는 노인들의 식구인 반려견을, 백낙길은 수많은 사연이 담겨있을 대문을, 이순자는 냉장고에 밀려 점점 사라져가는 장독대를, 지수연은 폐허가 돼버린 삶의 흔적들을 미니멀하게 기록했다. 임경희는 지방소멸의 흔적들을, 황임규는 다양한 형태의 가옥들을, 손원곤은 동구 밖 정자들을, 윤길중은 노인들의 생활상을, 석정은 생경하게 다가오는 더미들을, 심선아는 폐교의 잔재들을 담아냈다.

 

사진집과 전시를 준비하면서, 벌써 내년에 진행할 부산/울산/경남 촬영이 벌써 기대된다.

 

윤길중


작업노트

김현수, 반려동물

 

 

김현수, 반려동물

 

자식들이 하나 둘 떠나가고, 그 존재만으로도 든든했던 할아버지마저 떠나버려 이제는 홀로 남은 어느 할머니의 빈 집. 빗물 자국 선명한 벽지 위로 색 바랜 가족사진과 달력이 걸려있는 빈 방, 그 문턱으로 이어진 마루 한켠에 앉은 할머니의 힘없는 눈은 휑한 마당 한 가운데를 가로지른 빨랫줄의 낡은 수건들이며 양말 몇 켤레를 향하고 있습니다. 대문 밖으로 내다보이는 낮은 담벼락 너머 골목길에는 적막감이 휘돕니다.

 

할머니는 서울로 시집간 딸과 손주들이라도 찾아온 것처럼 반가움에 어쩔 줄을 모릅니다. 낯 선 이방인에게 마루 한켠을 권하고, 마실 것 먹거리들을 내어놓고는 이내 이야깃거리를 풀어냅니다. 오래전 아들 딸 키우던 일이랑 손주들 자랑, 그리고 '먼저 간 영감님'(?) 흉을 보다가 문득 민망스러움에 헛헛한 웃음을 짓고는 어느새 그리움에 젖어듭니다. 컹 컹 짖어대며 낯선 이방인을 위협하던 댕댕이는 어느덧 짖기를 멈추고 슬그머니 마당에 궁둥이를 내려 앉히고 할머니와 이방인의 대화에 귀를 기울입니다.

 

2021년 출사길, 남도의 바닷가와 산골 마을을 돌다 마주치던 모습들입니다. 외로움마저 익숙해져 버린 듯한 할머니의 쓸쓸한 어깨너머로 그리운 어머니의 얼굴이 겹쳐집니다. 다른 市, 道와 달리 홀로 남은 할머니들을 많이 만났던 올해, 이제는 애틋하고 정겹고 따뜻한 기억들로 남았습니다.

 

 

백낙길, 대문

 

 

백낙길, 대문

 

백낙길

대문

또 다시

대문 앞에 멈춘 발걸음

그들의 일상이

마치 현재의 모습처럼 펼쳐진다.

그들은 낯선 나에게

곁눈질도 하며 무심하기도 한다. 이방인이 된 나는

그들 앞에 한참을 머물다

대문을 빠져나온다

세월은 대문에 색을 바래고

대문은 세월 속에서 삶을 담고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어느 대문 앞에서

그들의 일상을 넘어 삶의 흔적이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장의 사진에 그 마음을 담았다

이번 여정의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마음은 참으로 따뜻했습니다. 아낌없이 내어준 그 마음에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석정, 사적 퍼포먼스

 

 

석정, 사적 퍼포먼스

 

카메라를 장착한 핸드폰의 출현은 디지털 시대에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다.

 

"터치만 하세요. 나머지는 저희가 동기화해드립니다."

 

이번 전라남도 촬영은 관광지에서의 여행객들이 사진 촬영에 어떻게 임하고 있는지 그들의 모습을 담았다. 나를 표현하는 다양한 모습과 기억하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고, 그것이 미래에 어떻게 쓰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였다.

 

관광지에서의 촬영은 더 좋은 사진을, 한 장의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의식적으로 퍼포먼스를 강요하기도 하고, 서로 타협하면서 촬영을 한다. 카메라 앞에서 다양하게 표현된 포즈는 창작된 안무로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그들의 퍼포먼스는 관광지라는 장소와 함께 기억되었다가는 잊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저장된 이미지는 동기화로 인해 다시 우리에게 보인다.

 

그 미래의 그림자를 상상하면서 관광지에서의 사적 퍼포먼스에 집중하면서 촬영하였다.

 

 

손원곤, 동구 밖 정자

 

 

손원곤, 동구 밖 정자

 

농부들의 쉼터 역할을 하던 시골 마을의 정자는

기계영농으로 바뀌면서 그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농부들이 잠시 일손을 멈추고

땀을 식히거나 오가는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정자는

마을마다 현대식 공동쉼터가 만들어지면서

이용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마을 입구 수백 년 수령의 나무 아래 세워진 정자는

바라만 보아도 운치를 자아내고

도란도란 꽃피웠을 수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거 같아 정겹다.

마을마다 생김새가 다른 정자들을 촬영했다.

 

 

심선아, 폐교는 살아있다

 

 

심선아, 폐교는 살아있다

 

점점 늘어나는 폐교는 도심과 가깝고 큰 도로가 있어

접근성이 용이한 곳은

매각되어 수련장이나 자연캠핑장 등으로 잘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매각되었더라도 지속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다시 문을 닫은 경우도 많이 있다.

매각되지 못한 폐교는 각 교육지원청에서 보존 관리를 하고 있으나, 운동장에 자라나는 풀을 정리하는 정도로 미비해 보인다.

폐교 인근 마을 분들은

학교 곳곳에 농기계를 보관하거나 운동장을 일궈

밭농사나 염소 닭 등의 가축을 키우면서

아이들이 떠난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기증 문화로 학교 주요 자리 잡았던 동상들은

빛바랜 옷을 그대로 입은 채

무성히 자란 나무와 함께 지역 주민의 추억과 역사가 깃든 곳을

무심히 지키고 있었다.

폐교는 활용되든 안 되든 아이들의 흔적은 살아 있었다.

 

 

윤길중, 꽃보다 할매

 

 

윤길중, 꽃보다 할매

 

허리는 굽고 무릎관절 성치 못하니

보행보조기를 밀거나 지팡이에 의지하지 않으면

걸음을 내딛기도 힘들다.

구부리거나 쪼그리고 앉아 끊임없이 일을 해 온 탓이다.

이제 쉬어야 할 팔순의 나이에도 일손을 놓지 못하는 할매들,

그들에게 노동은 돈벌이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숨을 쉬는 한 관성처럼 행해지는 손놀림이다.

가는 귀먹고 머리는 백발일지라도

할매들이 입는 옷들은 나 어릴 적 기억과 다르게 정말 화려하다.

다양한 땡땡이무늬 몸빼와 원색의 옷들은

이제 그네들의 유니폼 같다.

젊었을 때 무명옷만 입었으니

늙을수록 화려한 옷을 입고 싶다고 하신다.

낯 가림을 하시다가도

자식들 얘기를 물어보면 무장해제되시는 할매들,

깊게 패인 주름골 따라 흐르는 웃음꽃은

장미에 견줄 바 아니다.

 

 

이순자, 장독대

 

 

이순자, 장독대

 

"할머니 장독대 있나요?"

"응 장독대 없어, 영감 돌아가시고 나 혼자야.

먹을 사람도 없는데,,, 장 안담근지 오래됐어.

그러니 장독대도 없어. 옛날엔 반질반질하게 닦아 놓은 장단지가 참 예뻤는데...."

가는 세월을 어쩌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시던 어머님은 멋쩍은 웃음지으신다.

외지로 출가한 자식들 나누어 줄 마음에 된장, 고추장, 간장을 장독에 정성스레 담아 놓고, 가족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시는 어머니가 간장 한 병을 선뜻 건네주신다.

80세 백발의 아들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끓여 주시던 된장국이 그리워 빈 항아리를 어머니가 쓰시던 모양대로 정리해 두고 장독대를 바라보며 어머니를 생각한다

 

2021년 전라남도 촬영을 하며 사라져버린 나의 어머니의 장독대를, 우리 어머니들의 장독대들이 오늘도 무사하기를 바라며 추억하였다.

 

 

임경희, 지방 소멸

 

 

임경희, 지방 소멸

 

1979년부터 30년 넘게 지방에서 살았다.

근대화, 산업화 시기인 80-90년대에는 낡거나 방치된 간판을 본 기억이 없다.

글자가 떼어지고 '자국'만 남은 간판을 그대로 둔 가게들이 처음 눈에 들어왔을 때 낯설었다.

쇠락의 지표인 양 낙후지역일수록 간판의 글자는 희미하고 색도 바랬다. 심지어 파손된 채 전면에 드러나 있기도 하다.

과거의 번영과 현재의 침체가 동시에 보여져 지역 경제가 활발하지 못함을 느꼈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사람이 살지 않는 '소멸 도시'가 현실감으로 다가왔다.

반평생을 살다가 떠나온 나의 도시도 쇠락하게 되나... 사라지고 지명만 남는가... 염려 아닌 염려를 했었다.

 

간판을 중심으로 정면을 드러내

이름은 떼어졌지만 꿋꿋한 건축물처럼

사람이 살아가고 마을은 이어짐을

기록한다.

 

 

 

지수연, 나 (self)

 

 

지수연

 

시간은 흘러간다.

그 시간의 경계에 함께 공존한다.

도심보다는 변두리의 사라져 가는 것에 관심을 가져 본다.

 

촬영하려 골목을 다니다 보면 어르신들을 만난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 보면

"뭐 하러 찍는 거야?"

"방송국에서 나왔어?"

"집 고쳐주려고?"

궁금증을 자아내며 의아한 시선을 느낀다.

경계의 시선과 외로움의 마음이 전달된다.

 

동네마다 빈집들이 많이 보인다.

빈집을 촬영하고 돌아서 나올 때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한때는 함께 살아있던 가구들이 흩어져 있다.

그런 살림살이를 보면 지난 시절의 인연을 생각해 본다.

쓸모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

 

한때는 열정적으로 동행했던 집기도

이별할 때는 속절없이 떠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가?

 

버림과 쓰임의 차이를 생각하며 사진 작업을 했다.

가요의 한 구절처럼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에 의미를 생각하며

사라져가는 것이 어쩌면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황임규, 크로노스 건축

 

 

황임규, 크로노스 건축

 

어김없이 오고 가는 물리적인 시간 속에서, 태어나고,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노후되고 결국은 사라질 그곳(전라남도)의 그 집들을 기록해본다.

그 시대의 활발하게 삶을 살아가면서 집을 짓고 활동하던 사람들과 함께해오는 생명체적 건축의 원리와 시대적 질서를 찾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