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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과 동행

길 위에 앉아 작은 행복을 쌓아 올리는 순간

충청남도 도민리포터 경명

 

빛이 들면 그늘이 지듯 모든 것이 다 좋을 수는 없습니다. 도시의 삶 역시 그러하지요. 빠르고 편리하게 살 수 있는 대신, 엄청난 속도에 맞춰 사느라 주변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반대로 시골의 삶은 느리고 불편한 듯 싶지만, 마음 여유만 잘 챙긴다면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소소한 행복을 알뜰살뜰하게 주워담을 수 있습니다.

 

몇 분만 기다리면 쉴 새 없이 오가는 버스와 지하철을 탈 수 있던 이전 생활과 비교하면, 띄엄띄엄 다니는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고 그 시간에 모든 일정을 맞춰야 하는 불편함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생각만 조금 전환하면,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그 시간은 버스정류장 인근 지역 풍격을 차분하게 둘러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번이 그런 날입니다. 일을 보다 보니 다음 버스를 타기 위해 30분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뭘 할까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또 이곳을 자세히 둘러볼까 싶어 주변 탐색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정류장 지척에 있는 무한천 물길을 만난 후, 잠시 자연 풍경 감상에 빠져듭니다. 특별함은 없지만, 지루할 수 있는 기다림을 달래기에는 손색없는 그런 공간입니다. 조금 더 멀리 시선을 돌리면 봉수산성이 보이는 봉수산 풍경을 감상하는 작은 사치도 누릴 수 있습니다.

 

 

예산군 광시면에서 만난 무한천과 봉수산 풍경

 

잠시 물길을 따라 무한천 주변을 걷습니다. 많은 개체 수는 아니지만, 꽤 다양한 야생조류 친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슬쩍 고개만 돌려도 한눈에 들어오는 흰뺨검둥오리와 청둥오리 무리,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고고하게 나 홀로 시간을 보내는 대백로, 그리고 숨은 그림을 찾듯 주변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백할미새에 이르기까지 짧은 산책 시간 동안 다양한 만남을 가질 수 있습니다.

 

 

광시면 무한천 물길에서 만난 야생조류 친구들

 

잠시 주변에 걸터앉아 커피를 마시는 동안, 지금까지아 다른 새소리를 듣습니다. 뭔가 싶어 소리나는 곳을 열심히 바라보니, 힝둥새 무리가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있더군요. 사실 처음에는 여태껏 한번도 보지 못한 종달새를 만난 줄 알고 엄청 반가워했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찍고, 나중에 확인을 해보니 힝둥새더군요. 종달새가 아니면 또 어떻습니까? 이번 기회를 빌어 지금껏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힝둥새 울음소리를 정확히 들으면서 제 야생동물 경험을 업데이트할 수 있었지요. 

 

 

광시면 무한천을 찾아온 힝둥새 친구

 

처음에는 버스 기다리는 순간이 마냥 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자연 품속에 들어앉아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빠르게 지나가버립니다. 그렇게 버스정류장으로 되돌아오려는데, 이곳이 제게 작별 선물을 하나 건네줍니다. 바로 쉽게 만날 수 없는 맹금류와의 만남 순간입니다. 

 

머리 위에서 들리는 날카로운 맹금류 울음소리를 따라가 보니, 뭔가가 하늘을 빙빙 돌면서 사냥을 하는 중입니다. 맹금류 같은 경우는 워낙에 빨리 시야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반드시 사진을 찍으면서 활동 모습을 포착한 후 나중에 어떤 새인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집에 와서 도감을 찾아보니 새매더군요. 이렇게 뜻하지 않게 난생처음 만나는 새매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답니다. 

 

광시면 무한천 하늘에서 난생처음 새매를 만난 순간

 

명작 소설 '키다리 아저씨'에는 '길 위에 앉아 작은 행복을 쌓아 올리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평범한 순간과 흔한 풍경 속에서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왔던 이 문구의 의미를 제대로 느낀 하루입니다.

 

[출처] 충청남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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