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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

아웃사이더의 고양이 사랑, 부코스키의 『고양이에 대하여』

by 야호펫 2021.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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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케빈

 

 

고양이의 사랑스러움은 수많은 예술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는 스노우볼이, 마크 트웨인에게는 밤비노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에게는 대피가, 헤르만 헤세에게는 티거와 레베가 있었다. 보르헤스와 무라카미 하루키, 피카소, 앤디 워홀, 살바도르 달리도 고양이와 함께 살았다. 하지만 거친 문체의 영원한 아웃사이더로 불리는 작가 찰스 부코스키마저 고양이 집사라니.

 

'빈민가의 계관시인', 찰스 부코스키

 

 문장으로 부코스키를 표현한다면, “매일 마셔 댄 술이 온몸을 뚫고 나와 내출혈을 일으켰어도 퇴원  여전히 술을 마셔 댄 작가라고  있다. 그의 소설 팩토텀(FACTOTUM)』 (찰스 부코스키, 문학동네, 2007)에는 그의 분신과도 같은 주인공 헨리 치나스키가 등장한다. 술주정뱅이 백인노동자.

 

부코스키는 1920 독일 안더나흐에서 미국인 군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LA에서 성장했다.

 

스물 네 살이던 1944 잡지 <스토리> 첫 단편소설을 발표했지만 이후 10 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배송 사무원, 트럭 운전사, 경마꾼, 술집 붙박이 단골, 매춘부의 기둥서방, 신문사 창고 십장, 백화점 창고 직원, 주유소 직원, 집배원.” 1960년 한 편지에 그가 적은 스스로의 이력은 부코스키 문학을 형성하는 밑바닥 삶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평생 가난하게 살면서  가난한 자유를 그대로 글로 옮겼다. 그의 별명이 '빈민가의 계관시인'이었던 이유다. 그는 빈자(貧者) 시인이었다. 이런 삶에서 숙성된 부코스키 문학이 단정하고 깔끔한 기성 문단과 거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1972 그는 한 편지에 이렇게 적는다.

 

나는 술을 마시고 여자랑 사랑하고, 술집에서 발광하고, 창문을 깨고, 죽도록 얻어맞고, 살았어.  뭐가 뭔지 몰랐소. 여전히 알아내려고 하는 중이오. (…)  심지어 나의 무지를 사랑하오. 무지의 노란 버터 묻은 배를 사랑해. 나는 타자기 같은 혀로  저주받은 영혼을 핥지. 나는 전적으로 예술을 원하진 않소. 먼저 오락을 원하지.”

 

편지에 나타나는 거침없고 도발적인 어투는 그의 여러 작품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부코스키 스타일이다. 놀라운 것은 무절제하게 술과 여자와 함께 하는 방탕한 생활 속에서도 글쓰기와 문학에 대한 그의 태도는 거의 순교자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서른 다섯 무렵부터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부코스키는 마흔 아홉에  출판사의 제안을 받고 우체국 일도 그만두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 매일 퍼 마시는  때문에 주변에서는 쉰 살 넘어 살지 못할 것이라 했지만, 세미나나 강연 같은 행사를 모두 거절한 채 술을 마시고 글을 쓰며 일흔 넷까지 살았다. 

 

30 넘는 시집과 6권의 장편소설, 그리고 10편이 넘는 에세이집을 남긴 그의 묘비에는 '애쓰지 마라'(Don't Try)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비주류였지만 '야망 따위 필요 없어'라고 선언하는 아웃사이더의 당당함을 보여준 부코스키는 글과 삶이 다르지 않은 드문 작가   명이었다.

 

함께한 아홉 고양이 이야기, 『고양이에 대하여』

 

고양이에 대하여(On Cats)』 (찰스 부코스키, 시공사, 2016) 부코스키가  시와 에세이를 주제별로 엮은 글쓰기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더불어 그의 테마 에세이 3부작 중 하나로 꼽힌다. 앞서 부코스키의 소설 우체국』, 여자들』, 호밀빵  샌드위치 옮긴 박현주 씨가 번역을 맡았다.

 

고양이에 대하여 부코스키와 함께했던 아홉 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버려진 고양이들을 차례로 거두어 가족을 이루는 과정과 버림 받고 길들여지지 않은 존재를 향한 연민과 애정이 가득하다.

 

고양이들과 함께 눈 뜨는 아침,  마시며 타자기를 두드리고 있는 늦은 밤 찾아오는 반려자들, 버려지고 불구여도 위엄을 잃지 않는 도도한 자세, 쉽게 동요하지 않고 삶을 바라보는 초연한 눈빛고양이를 향한 그의 내면이 얼마나 각별하고 다정하며 섬세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역시 부코스키답게, 고양이에 대한 찬사만 늘어 두진 않았다. 어떤 가식이나 치장 없이 솔직하고 담백하게 써 내려간 문장에는 진짜 자신의  살아낸 작가만이 전할  있는 강한 울림이 담겨있다.

 

로드킬로 으스러진 고양이에게서 깨닫는 삶의 비극, 죽음의 위기를 수차례 넘나들면서 끝내 살아난 고양이의 생명력에 대한 경탄, 그리고 버려진 고양이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함께 살아가는 부코스키의 모습에서 '애쓰지 않으려고 최대한 애쓴 작가'의 날 것의 언어와 생명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만나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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